(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음바페 대 안토니'. 축구팬들은 이 그림을 예상이나 했었을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베티스로 임대 이적한 브라질 출신 윙어 안토니가 2월 라리가 이달의 선수상 후보에 올랐다. 잉글랜드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던 안토니는 스페인 무대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재도약에 성공했다.
안토니는 지난 1월 말 맨체스터를 떠났다. 루벤 아모림 감독 체제에서 입지가 줄어든 그는 레알 베티스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 베티스로의 임대에는 완전 이적 옵션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구단은 안토니의 주급 중 84%를 부담하는 조건을 수락했다.
하지만 베티스로 이적한 이후 안토니는 완전히 다른 선수로 거듭났다. 안토니는 리그에서 최근 세 경기 연속으로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그는 아틀레틱 빌바와와의 경기에서(2-2 무) 데뷔전을 치렀는데, 교체 투입 후 첫 골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이어, 지난 8일 셀타 비고전(2-3 패)에서 자신의 베티스 소속 첫 골을 터트린 안토니는 곧바로 이어진 소시에다드전(3-0 승)에서도 1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세 경기 연속 득점에도 성공했다. 안토니는 이 세 경기 모두에서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활약 덕분에 안토니는 라리가 이달의 선수상 후보로 선정됐다.
안토니와 함께 후보에 오른 선수들은 쟁쟁하다. 레알 마드리드의 슈퍼스타 킬리안 음바페, 바르셀로나의 기대주 페드리, 오사수나의 공격수 안테 부디미르, 아틀레틱 빌바오의 미드필더 오이한 산세트가 그와 경쟁을 펼친다.
음바페 역시 최근 3경기에서 3골을 기록하며 레알 마드리드의 선두 경쟁을 이끌고 있다. 반면 안토니의 소속팀 레알 베티스는 유럽 대항전 진출권을 노리고 있으며, 현재 리그 9위(승점 32점)를 기록 중이다. 6위 라요 바예카노와의 격차는 단 3점에 불과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만한 일이다.
안토니는 에릭 텐 하흐 전임 감독이 아약스 시절 지도했던 그의 제자로, 텐 하흐 감독의 강력한 요청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영입했던 선수다. 하지만 아약스 시절 활약은 온데간데 없이 안토니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생활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 안토니는 텐 하흐 감독 체제에서 초반에 많은 기회를 받았으나 연이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다 결국 옛 스승에게 외면당했다.
맨유는 안토니를 떠나보낸 후에도 공격진 보강에 나서지 않았다. 마커스 래시포드마저 애스턴 빌라로 임대를 떠나면서 공격진의 선택지가 부족해졌지만, 구단은 대체 선수 영입을 포기했다.
그 결과, 현재 맨유 공격진은 심각한 골 가뭄을 겪고 있다. 라스무스 호일룬과 조슈아 지르크지의 리그 득점은 단 5골에 불과하며, 주전급 윙어 아마드 디알로마저 훈련 도중 발목 부상을 입고 시즌 아웃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심지어 안토니가 레알 베티스로 임대한 이후 안토니의 득점 수가 맨유가 2월에 기록한 모든 골 수(2골)보다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토니가 스페인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모습은 맨유의 결정을 더욱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안토니는 최근 인터뷰에서 베티스로 온 이후 행복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스페인 세비야 매체 'RTV 베티스'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출발이 중요했다. 다시 나 자신을 찾은 느낌이다. 행복하게 일하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매일 웃으며 일어나고, 웃으며 잠든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맨유 시절에 대해 "출전 기회가 적었지만, 매일 최선을 다했다. 맨유에서의 시간에 감사하며, 두 개의 트로피(FA컵, EFL컵)를 들어 올린 것도 큰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지금은 나 자신을 찾은 것이 더 중요하다. 브라질 사람들에게 햇볕은 중요하다. 이곳의 날씨도 더 좋고,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라며 베티스에서의 삶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부진했던 안토니가 스페인 무대에서 다시 날아오르고 있다. 과연 그는 라리가에 입성하자마자 라리가 이달의선수상을 수상할 수 있을까. 그의 반전 드라마가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라리가 X/원풋볼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