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이 50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오른 페예노르트의 일원이 됐다.
페예노르트가 이탈리아 명문 AC밀란을 꺾고 50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했다. 네덜란드의 명가를 자처하지만, 페예노르트가 챔피언스리그 16강 무대를 밟은 건 챔피언스리그의 명칭이 유러피언컵이었던 지난 1974-75시즌이 마지막이었다. 50년 만에 기적을 쓴 페예노르트다. 황인범, 퀸턴 팀버르 등 주요 자원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와중에 세운 기록이기에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파스칼 보스하르트 감독대행이 이끄는 페예노르트는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2024-2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AC밀란과 한 골씩 주고 받아 1-1로 비겼다.
앞서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던 페예노르트는 이날 무승부로 합산 스코어 2-1을 기록, 강팀 밀란을 꺾고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페예노르트가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오른 건 1974-75시즌 이후 50년 만.
이날 페예노르트는 황인범, 퀸턴 팀버르, 라미즈 제루키, 우에다 아야세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결장한 가운데 경기 시작 37초 만에 선제골을 허용해 어려운 경기를 펼쳤으나, 후반 6분 상대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한 뒤 줄리안 카란사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추면서 16강 무대에 올랐다.
홈 팀 밀란은 4-2-3-1 포메이션을 꺼냈다. 마이크 메냥이 골키퍼 장갑을 착용했고 카일 워커, 말릭 티아우, 스트라히냐 파블로비치, 테오 에르난데스가 수비라인에서 호흡했다. 유누스 무사, 티아니 라인더르스가 허리를 받쳤고, 크리스천 풀리식, 주앙 펠릭스, 하파엘 레앙이 2선에서 페예노르트 출신 공격수 산티아고 히메네스를 지원했다.
밀라노 원정을 떠난 페예노르트는 4-3-3 포메이션으로 맞수를 뒀다. 티몬 벨렌로이터가 골문을 지켰고 기스 스말, 다비드 한츠코, 토마스 베일런, 지바이로 리드가 백4를 구축했다. 우고 부에노, 야쿠프 모데르, 안토니 밀람보가 중원을 책임졌고, 이고르 파이샹, 제피케누 레드몬드, 아니스 하지 무사가 밀란 골문을 겨냥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밀란이 깜짝 선제골을 터트렸다. 37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페예노르트에서 밀란으로 이적한 멕시코 출신 스트라이커 히메네스가 친정팀에 비수를 꽂은 것이다.
밀란의 코너킥에서 티아우가 머리로 떨군 공을 헤메네스가 헤더로 연결해 페예노르트 골망을 흔들었다. 히메네스는 합산 스코어 동점을 만드는 골을 터트리고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으면서 페예노르트를 향해 예우를 갖췄다.
페예노르트는 이른 실점에도 당황하지 않고 팀을 재정비한 뒤 반격에 나섰다. 전반 7분 모데르가 박스 바깥쪽에서 과감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밀란 골문을 위협했지만 공은 골문 위로 벗어났다.
이후에는 밀란의 흐름이었다. 전반 9분 워커의 패스를 받은 라인더르스가 오른발 슛으로 추가골을 노렸지만 빗나갔다. 전반 16분에는 무사가, 전반 18분에는 펠릭스가 슈팅으로 페예노르트 골문을 두드렸다. 펠릭스는 전반 23분에도 테오가 건넨 패스를 잡아두고 중거리슛을 때렸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페예노르트는 전반 34분 레드몬드의 슈팅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장면을 만들지 못한 채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경기 주도권이 밀란에 넘어갔고, 분위기도 밀란 쪽으로 기운 느낌이었기 때문에 합산 스코어 역전에 대한 걱정을 안은 채 후반전에 돌입해야 했다.
그런데 후반전 초반 변수가 터졌다. 밀란의 레프트백 테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것이다.
앞서 전반 44분경 경고를 한 장 받았던 테오는 후반 6분 페예노르트 페널티지역 안에서 다이빙을 했다는 이유로 옐로카드를 한 장 더 받았고, 그대로 퇴장당했다. 밀란은 수비를 안정시키기 위해 테오가 퇴장당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풀리시치를 불러들이고 수비수인 다비데 바르테사기를 투입해야 했다.
수적 우위를 점한 페예노르트는 후반 19분 카란사를 투입해 공격에 힘을 실었는데, 이 선택이 적중했다. 교체로 들어간 카란사가 후반 28분 합산 스코어에서 다시 리드를 가져오는 동점골을 터트리면서다.
카란사는 부에노가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를 머리로 밀어넣으며 밀란 골네트를 갈랐다.
90분 내에 16강 진출을 확정 지으려면 두 골이,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가려면 적어도 한 골이 필요했던 밀란은 사무엘 추쿠에제와 태미 에이브러햄을 투입시키며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페예노르트는 경기 막바지 제이랜드 미첼을 내보내 수비를 강화하면서 버티는 데 집중했다.
페예노르트가 밀란의 공세를 잘 막아내며 결국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합산 스코어에서 2-1로 앞서간 페예노르트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페예노르트 선수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다만 경기가 끝난 뒤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우측 풀백 리드가 레드카드를 받아 16강 1차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주전 선수들이 대거 부상을 당한 와중에 이뤄낸 쾌거다.
'1908.nl' 등 네덜란드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페예노르트의 이번 밀라노 원정에는 황인범, 팀버르, 파쿤도 곤살레스, 게르노트 트라우네르 등 주축 선수들이 모두 동행하지 않았다. 모두 부상 때문에 경기 명단에서 제외됐다.
페예노르트 선수단에 부상자가 갑자기 많아진 이유로는 브리안 프리스케 전 감독의 강도 높은 훈련이 꼽힌다. 프리스케 감독은 최근 기복 있는 경기력과 들쭉날쭉한 성적 때문에 페예노르트 사령탑에서 경질됐다.
그렇다고 챔피언스리그 여정을 멈출 수는 없다. 페예노르트의 16강 상대는 인터밀란 또는 아스널이다. 16강 대진 추첨은 21일에 진행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