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손흥민(33)이 멀티골로 토트넘 홋스퍼를 구하고도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토트넘은 24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진스하임의 프레제로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리그 페이즈 7차전에서 호펜하임에 3-2 승리를 거뒀다.
이번 승리로 토트넘은 승점 14(4승 2무 1패)를 기록하며 6위까지 점프했다. 상위 8팀까지 주어지는 16강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을 가능성도 커졌다. 중요한 순간 나와준 대회 4경기 만의 승리였다. 2009년 1월 이후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 6경기 무승의 늪(1무 5패)에 빠졌던 최악의 분위기도 조금은 바꾸게 된 토트넘이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손흥민-히샬리송-데얀 쿨루셉스키, 제임스 매디슨-로드리고 벤탄쿠르-루카스 베리발, 아치 그레이-벤 데이비스-라두 드라구신-페드로 포로, 브랜던 오스틴이 선발로 나섰다.
크리스티안 일처 감독의 호펜하임은 4-2-2-2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막스 뫼어슈테트-안드레이 크라마리치, 톰 비쇼프-아담 흘로제크, 핀 올레 베커-안톤 슈타흐, 데이비드 주라섹-스탠리 은소키-케빈 악포구마-파벨 카데르자베크, 올리버 바우만이 선발 명단을 꾸렸다.
토트넘이 경기 시작 3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렸다. 포로가 뒷공간으로 롱패스를 배달했고, 매디슨이 수비를 따돌린 뒤 좋은 터치로 공을 잡아뒀다. 매디슨은 그대로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1-0을 만들었다.
토트넘이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14분 손흥민이 중앙으로 침투하는 포로의 발 앞으로 좋은 전진 패스를 찔러 넣었지만, 포로의 왼발 슈팅은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전반 16분엔 손흥민이 직접 박스 왼쪽으로 침투한 뒤 슈팅했지만, 높이 뜨고 말았다.
손흥민이 추가골을 뽑아냈다. 전반 22분 역습 상황에서 매디슨이 전진한 뒤 질주하는 손흥민 앞으로 패스했다. 손흥민은 그대로 슈팅을 날렸고, 공은 몸을 날린 수비에 맞고 굴절되면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손흥민의 시즌 9호 골로 기록됐다.
호펜하임이 반격했다. 전반 33분 토트넘 수비가 크로스를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고, 비쇼프가 흐른 공을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문 구석으로 향하는 공이었으나 오스틴이 몸을 날려 걷어냈다. 불안한 수비를 이어간 토트넘은 전반을 2-0으로 마쳤다.
호펜하임이 계속해서 토트넘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 10분 크라마라치가 우측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머리에 맞혔지만, 공은 골키퍼를 지나 크로스바를 때렸다. 실점이나 다름없는 장면이었다. 분위기를 완전히 내준 토트넘은 후반 11분 히샬리송을 빼고 마이키 무어를 투입했다. 왼쪽에서 뛰던 손흥민이 중앙으로 이동했다.
토트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반 17분 오스틴이 펀칭 과정에서 헤더를 시도하는 뫼르스테드와 충돌,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 하지만 비디오 판독(VAR) 끝에 페널티킥과 오스틴에게 주어졌던 경고 모두 취소됐다. 하지만 토트넘은 후반 23분 슈타흐에게 실점하며 한 골 차 추격을 허용했다.
위기의 순간 손흥민이 다시 한번 해결사로 떠올랐다. 후반 32분 역습 기회에서 무어가 왼쪽의 손흥민에게 공을 건넸다. 손흥민은 수비를 앞에 두고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날려 골망을 갈랐다. '쉿' 세리머니로 야유를 잠재운 그는 득점 후 2005년생 공격수 윌 랭크셔와 교체됐다.
호펜하임이 경기 막판 다시 한 골 차로 따라붙었다. 후반 43분 데이비드 모콰가 오른쪽에서 길게 올라온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하며 추격골을 넣었다. 더 이상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토트넘은 남은 시간을 잘 버텨내면서 승점 3점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손흥민은 이날 멀티골로 시즌 10골을 달성하며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또한 토트넘 통산 436경기 출전 기록을 세우며 해리 케인을 제치고 구단 역사상 최다 출전 단독 10위로 올라섰다. 9위 지미 딤목(438경기), 8위 앨런 길전(439경기)과 격차도 적기에 충분히 순위를 더 끌어 올릴 수 있는 손흥민이다.
완벽한 하루를 보낸 손흥민. 영국 'BBC'도 "손흥민은 2016-2017시즌 이후 각 시즌 10골 이상 득점한 유일한 프리미어리그 선수가 됐다. 그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토트넘의 중요한 순간에는 믿음직한 선수다. 현재 손흥민은 토트넘 소속으로 유럽대항전 통산 26골을 기록 중이다. 오직 케인(36골)만이 더 많은 골을 넣었다"라고 짚었다.
토트넘 선배 크라우치도 손흥민을 극찬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공격수로도 활약했던 그는 현역 시절 클럽 통산 199골 74도움을 올린 인물이다. 크라우치는 "손흥민은 토트넘의 전설이다. 그 골들은 그를 위대한 반열에 올려둔다. 의심할 여지 없이 토트넘의 전설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실제로 이날 손흥민은 엄청난 결정력을 자랑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그는 2골과 슈팅 3회, 기회 창출 1회, 패스 성공률 96%(25/26) 등을 기록하며 경기 최고 평점인 8.9점을 받았다. 특히 손흥민은 기대 득점(xG) 0.26에서 두 골을 터트렸다.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한 셈.
당연히 손흥민을 향해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MOM(Man of the match)도 휩쓸었다. 영국 '기브 미 스포츠'는 손흥민에게 평점 9점을 주면서 "첫 골은 매우 운이 좋았다. 하지만 그의 두 번째 골은 막을 수 없었다. 왼쪽 하단 구석으로 완벽히 마무리했고, 바우만이 이를 막을 가능성은 없었다"라고 칭찬했다.
또한 매체는 "매디슨도 정말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손흥민의 골이 이번 경기 토트넘을 승리로 이끌었다. 손흥민은 기회가 올 때마다 놓치지 않았다. 거의 틀림없이 혼자서 팀에 승점 3점을 안겼을 것이다. 그는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활기차고 위험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호펜하임 수비는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큰 골 위협을 걱정했다"라고 덧붙였다.
영국 '풋볼 런던'도 손흥민에게 경기 최고 평점인 8점을 부여했다. 매체는 "전반에 멋진 질주를 선보이며 열심히 뛰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비수 발에 맞고 골키퍼 위로 날아오르는 슈팅으로 보상받았다. 그의 두 번째 골은 골대 오른쪽 하단을 향한 침착한 노력이었다. 토트넘이 필요할 때 나온 멀티골이었다"라고 전했다.
경기 후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경험 많은 선수들의 훌륭한 리더십이었다. 오늘은 그들이 정말로 일어날 필요가 있었다. 매디슨과 손흥민, 벤탄쿠르, 데이비스가 훌륭했다"라며 ""손흥민은 오늘 밤 축구뿐만 아니라 평소 행동과 가장 중요한 골들로 팀을 이끌고 있다. 지금 우리 상황을 보라. 축구 선수와 감독으로서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 해고 위기에 처해 있다. 정당한 이유가 있든 없든 일어나서 적절한 방식으로 답변해야 한다. 손흥민은 오늘 밤 그렇게 했다"라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주장답게 동료들을 먼저 생각했다. 그는 구단 인터뷰에서 "확실히 원정 경기는 언제나 어렵다. 특히 유럽대항전이라면 더더욱 힘들다. 하지만 다들 경기를 잘 준비했고, 아주 큰 승점 3점을 따냈다"라며 미소 지었다.
그런 뒤 손흥민은 "모든 승리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승리도 정말 중요하다. 이기는 법을 다시 되찾았다. 특히 프리미어리그와 유로파리그는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 잘 준비하고 오직 오늘 경기에만 집중하려 했다. 선수들 모두 훌륭했다. 모든 선수들과 스태프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또한 그는 "내게 모든 골은 중요하다. 하지만 오직 골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순 없다. 모든 선수들의 활약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부상에서 돌아온) 벤탄쿠르와 모든 시니어 선수들, 모든 어린 선수들이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정말 기쁘다"라며 "절대 개인적인 게 아니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주고 득점해서 기쁘다. 난 그저 팀을 돕기를 원할 뿐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토트넘은 26일 안방에서 레스터 시티를 상대한다. 손흥민은 "우리 위치를 생각하면 모든 경기가 큰 경기이고, 기회다. 주말에는 홈에서 경기를 치른다. 모두의 응원이 필요하다. 킥오프부터 종료 휘슬이 불릴 때까지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라며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처한 상황을 알고, 어디에 있는지 안다. 모두가 준비 그 이상이 돼 있어야 한다. 분명히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최근 손흥민은 지나친 비판에 시달렸다. 그는 올 시즌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생하면서도 프리미어리그 19경기 6골 6도움을 기록 중이다. 다만 경기 영향력이나 마무리 면에서 예년 같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토트넘의 극심한 부진까지 겹치면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상황.
손흥민은 팬들에게 욕을 듣기도 했다. 그는 지난 19일 에버튼에 2-3으로 패한 뒤 분노한 팬들에게 다가가 사과하며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손흥민은 굳은 표정으로 두 손을 모은 채 연신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럼에도 토트넘 팬들은 홀로 남아 사과하는 그에게 "재수 없는 XX!"라는 구호를 반복했다.
심지어 손흥민을 벤치로 내리라거나 그에게서 주장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TBR 풋볼'에 따르면 한 팬은 "마이키 무어는 캡틴감이다. 지금 당장 그에게 완장을 줘라. 솔직히 손흥민보다 낫다"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쳤다. 또 다른 팬은 "손흥민은 물러나야 한다. 감독은 그가 주장이기 때문에 그를 버리고 무어를 쓰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멀티골로 토트넘을 위기에서 건져냈고, 모두를 생각하는 인터뷰로 리더십을 보여줬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도 손흥민이 부활했다며 기뻐했다. 매체는 "손흥민은 마침내 토트넘에서 또 한 골을 넣으며 안도감을 느꼈다. 비록 첫 골은 운이 좋았지만 말이다. 손흥민은 후반에 약발로 빈티지한 골을 먼 구석으로 밀어 넣으며 두 골을 터트렸다. 이는 확실히 토트넘 팬들이 아는 손흥민이었다. 그는 분명 오늘 밤의 차이였다!"라며 평점 9.5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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