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겁주려는 게 아니다. 현실이다. 프리미어리그에는 양민혁과 같은 선수들이 매일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
'캡틴' 손흥민의 조언은 냉정해 보여도 백번 옳은 말이었다. 양민혁이 후반기 토트넘 홋스퍼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결정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토트넘은 오는 19일(이하 한국시간) 리버풀의 구디슨 파크에서 에버턴과 2024-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원정 경기를 펼친다. 강등권과 거의 맞닿아있는 14위까지 떨어진 토트넘이라 그보다 밑인 16위의 에버턴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
불안 요소가 커졌다. 가뜩이나 부상 병동인 토트넘에 또 결장자가 생겼다. 원정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가진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브레넌 존슨과 이브 비수마의 몸상태가 좋지 않다"며 "에버턴전에 나설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경기 직전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존슨의 결장 가능성이 치명적이다. 주로 오른쪽 윙포워드로 나서는 존슨은 이번 시즌 어느정도 잠재력을 터뜨렸다. 프리미어리그 21경기에서 7골 2도움을 올린 것을 비롯해 공식전에서 총 12골 3도움으로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달성했다. 시즌 초반에는 연속골 행진도 달릴 만큼 물오른 시기를 보낸 적도 있다.
이런 존슨이 빠지게 되면 토트넘의 측면은 힘이 빠진다. 이미 윌손 오도베르가 장기 이탈을 한 상황에 히샤를리송도 막 부상에서 복귀한 상황이라 제 컨디션이 아니다. 앞서 결장 가능성이 거론되던 티모 베르너도 3~4주가량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다.
존슨이 에버턴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 측면에 설 카드가 현저히 줄어든다. 급한대로 데얀 쿨루셉스키를 오른쪽에 배치해 손흥민, 도미닉 솔란키와 최전방을 구축하면 되지만 이들이 계속 풀로 뛸 수는 없다. 그래서 양민혁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갈지 관심거리다.
양민혁은 안타깝게도 아직은 토트넘 1군에서 뛸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를 들었다. 글로벌 매체 '디 애슬레틱'은 전날(17일) "양민혁은 지금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이다, 그는 영어 수업을 받으며 1군에 합류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양민혁은 아치 그레이나 루카스 베리발 같은 토트넘의 어린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1군보다 아카데미 수준에 가깝다"고 조금은 실망스런 뉘앙스를 풍겼다.
그래서 한동안 21세 이하 팀에서 경기를 뛰며 1군 데뷔를 위한 준비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짙었다. 토트넘 소식에 정통한 폴 오키프 기자는 양민혁의 출전 여부에 대한 팬들의 질문에 "그는 현재 영국과 영국 축구에 적응하는 중이다. 순전히 적응 문제일 뿐 부상이나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가 21세 이하 팀에서 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양민혁은 아직 어리다. 지난해 K리그를 뒤흔든 신동이지만 고등학교 3학년 신분으로 프로 무대를 딱 1년 경험한 게 전부다. 성인 레벨의 다양한 환경을 겪어보지 않았다. 더구나 양민혁은 K리그1 38경기 전부 뛰었다. 한 시즌을 모두 소화한 체력 상황을 안고 지구 반대편으로 건너갔다. 여러모로 재충전이 필요한 시기다.
영국의 문화와 축구 스타일도 양민혁에게는 낯설다. 하부 단계부터 찬찬히 밟는 게 맞는 수순이다. 아카데미는 21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 1군에 진입하기 전 성장을 위해 머무는 곳이다. 간간이 1군 선수들도 부상 이후 경기 감각을 찾으려고도 뛴다. 양민혁도 이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양민혁은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부상 병동에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중하위권으로 떨어진 경쟁력의 스쿼드라면 양민혁을 써봄직 한데 벌써 외면하는 그림은 이르다는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양민혁이 뛸 수 있는 자리의 존슨과 베르너가 없을 에버턴전에서 양민혁이 벤치에 앉는다면 지금의 평가를 뒤집을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