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혁에게 필요한 것은 적응이다.
영국 '풋볼 인사이더'에서 활동하는 폴 오 키프 기자는 자신의 SNS에서 토트넘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한 팬이 "양민혁은 영국에 있는데 아직 (출전에 관한)어떤 신호도 없다"라며 질문을 했다. 그러자 폴 오 키프 기자는 "영국과 영국 축구에 적응을 하고 있다"라고 답했고, U-21 경기에서 뛸 것 같냐는 질문에 "토트넘은 이 옵션을 고려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양민혁이 U-21 팀 경기를 먼저 뛰면서 점차 몸을 끌어 올리고 영국 축구에 적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실 이는 당연한 순서다. K리그1에서 한 시즌을 통째로 치르고 온 2006년생 어린 선수가 유소년팀 경기도 치르지 않고 프리미어리그에서 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너무나 모험이라는 이야기다.
양민혁이 그동안 토트넘 데뷔전을 치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지난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4강 1차전 리버풀전에 교체 명단으로 들었었다. 등번호도 18번으로 배정받으면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손흥민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리버풀전은 컵 대회의 중요성과 경기가 끝나기 직전까지 0-0으로 팽팽하게 승부가 유지됐던 것을 고려하면 양민혁이 교체로 투입되지 않아도 납득할 만 했다.
이후 양민혁의 이름은 경기 출전 명단에서 볼 수 없었다. '5부 리그' 탬워스FC와의 FA컵 64강전에서도 명단 제외였고, 지난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도 명단 제외였다. 양민혁의 데뷔전이 점점 늦어짐에 따라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민혁이 U-21 경기에서 먼저 뛸 수 있다는 폴 오 키프 기자의 발언이 나온 것이다. 1군 데뷔는 차치하고 U-21 경기부터 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팬들도 많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당연한 순서다. 양민혁과 자주 비교되는 마이키 무어도 토트넘 유스 출신으로, 오랜 시간 토트넘 연령별 팀에서 꾸준히 뛰었었다. 연령별 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것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보고, 1군 훈련에 동행한 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르게 해주었다. 토트넘에서 오랜 시간 있었던 무어도 이런 마당에 양민혁이 바로 프리미어리그로 뛰어들 가능성은 적다. 언어도 잘 통하지 않을 수 있고, 현지 생활에 적응 정도 부족할 지도 모른다.
또한 양민혁이 K리그1 한 시즌을 통째로 치르고 왔다는 점도 무시하지 못한다. 양민혁은 지난해 강원FC에서 프로 데뷔했다. 프로 첫 시즌인데 엄청난 기량과 잠재력을 선보여 강원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양민혁이 출전한 경기만 38경기다. 프로 첫 시즌인 선수가 이미 많은 경기를 소화했기에 자칫하여 이른 데뷔전을 치렀다가 큰 부상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두가 차분히 기다릴 필요가 있다. 양민혁을 향한 응원은 좋으나 데뷔전이 미뤄진다고 해서 이적이 실패했다느니, 유소년 레벨이라느니 이런 비판은 옳지 않다. 이제 막 토트넘에 합류하여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2006년생, 10대 소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