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한 해를 보낸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쉴 틈이 없다. 곧장 영국으로 향한다.
이정효 감독이 지휘하는 광주FC는 지난 3일 상하이 하이강(중국)과 2024~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6차전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이날 광주는 후반 10분 상대 수비수 웨이전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했지만,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한 오스카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주며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2024년 마지막 공식전을 아쉽게 마친 이정효 감독은 “경기에서 이기지 못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1명이 더 많은 데도 제자들이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친 것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래도 광주가 축구 외적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것을 고려하면, 2024시즌은 나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광주는 K리그1 12개 팀 중 9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지난 9월 막을 올린 ACLE에서 4승 1무 1패를 거두며 ‘아시아 돌풍’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동아시아 그룹 2위로 2024년을 끝낸 광주는 리그 스테이지 2경기를 남겨뒀으나, 16강 진출이 확실시된다.
광주는 올해 초 과대 계상한 예산안을 낸 탓에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여름 이적시장 선수 영입 불가라는 제재를 받았다. 핵심 선수였던 엄지성(스완지 시티)이 지난 7월 팀을 떠나며 오히려 전력이 약화했다. 광주는 우려 속 한결같이 자기 축구를 추구한 이정효 감독의 지도력 덕에 처음 도전한 아시아 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숨 가쁜 2024년 공식 일정을 마친 이정효 감독은 지난해처럼 EPL 팀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영국으로 떠난다. 그는 오는 8일 열리는 크리스털 팰리스와 맨체스터 시티의 EPL 15라운드, 12일 펼쳐지는 아스널과 AS모나코(프랑스)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6차전을 관전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축구에 관해 명확한 소신이 있는 이정효 감독은 그동안 유럽 선진축구를 보며 전술 밑그림을 그렸다. 이번에도 제자들을 성장시키고, 광주의 축구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휴식할 틈도 없이 영국으로 떠난다.
다만 상하이전을 마친 이정효 감독은 “우리가 가진 스쿼드를 봤을 때, 전반에 뛰는 선수와 후반에 교체로 투입된 선수들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 시즌에 더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지 않는다면 ACLE 16강, 8강에 진출하더라도 우리 구단은 어려울 것”이라며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광주는 지난해 24억원, 올해 30억원을 금융권에서 대출받았다. 광주는 지난달 말 올해 가결산과 내년 예산을 프로축구연맹에 제출했다. 이달 예정된 재무위원회에서 광주가 낸 예산안이 기준에 미달하면, 프로축구연맹은 인건비 상한선 지정 등 조처에 나설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오는 겨울 이적시장 기간에도 전력 보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