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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column] 2시즌 연속 승격→다이렉트 강등? '부익부' PL, 이대로 괜찮은가?
[if.column] 2시즌 연속 승격→다이렉트 강등? '부익부' PL, 이대로 괜찮은가?
botv
2025-02-20 18:37


[포포투] '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은 '만약에 내가 축구 기자가 된다면'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누구나 축구 전문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고 있는 'No.1' 축구 전문지 '포포투'와 함께 하는 은 K리그부터 PL, 라리가 등 다양한 축구 소식을 함께 한다. 기대해주시라! [편집자주]

현재 프리미어리그는 승격 팀이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됐다. 지난 시즌 승격 팀 모두 강등됐고, 이번 시즌 승격 팀도 현재 모두 강등권에 위치하며 반복될 상황에 놓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구단이 자국에서 들어 올릴 수 있는 트로피는 세 개다. 리그, FA컵, 풋볼리그컵(EFL컵). 최근 9시즌 동안 총 27번의 우승 중에서 25번을 소위 말하는 '빅6'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레스터 시티가 2015-16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동화를 작성했고, 2020-21시즌 FA컵 우승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빅6에 대항한 구단으로 남아 있다. 우승 기록에서 알 수 있듯, 상위 구단과 아닌 구단의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크다.

우승을 노리는 경쟁의 이면에 강등권을 벗어나기 위한 치열한 경쟁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승 경쟁 구도처럼 승격팀이 PL에서 더욱 살아남기 힘들어지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승격 세 팀 모두 강등됐으며, 이번 시즌도 승격 세 팀 모두 현재 강등권에 위치하고 있다.

승격한 세 팀이 모두 다시 강등된다면 PL은 어떤 이미지가 될까. 챔피언십(2부) 구단은 PL 구단의 가치를 넘어설 수 없고, '승격팀=강등'이라는 인식이 표준이 되는 첫 단추가 될지 모른다. 또한, 잉글랜드 최상위 리그는 기존 PL 구단들만을 위한 폐쇄적인 구조가 될 수 있다. 지난 시즌은 승격팀이 잉글랜드 최상위 리그에서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줬다. 현 잉글랜드 축구는 PL을 넘어 챔피언십에서도 수입에 따른 자본의 차이로 인해 경쟁력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 에버턴과 노팅엄의 승점 삭감에도 살아남지 못한 지난 시즌 승격팀


에버턴과 노팅엄이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칙(PSR)을 위반한 혐의로 각각 승점 8점과 4점을 삭감당했다. 그럼에도 승격팀이 강등을 모면하기 쉽지 않았다. 번리와 셰필드는 최종 라운드 전에 강등이 확정됐으며, 루턴 타운은 10골이 넘는 골득실 차로 인해 사실상 생존 가능성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기에 세 팀 모두 경쟁력 없는 무기력한 시즌을 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최하위 셰필드는 PL 역대 불명예 기록들을 새롭게 작성했다. 먼저 홈에서만 57실점을 기록하며 홈 최다 실점 기록을 세웠으며, 총 104실점을 기록하며 한 시즌 최다 실점까지 기록했다. 이는 1993-94시즌 스윈던 타운이 22팀 42라운드 체제에서 기록했던 100실점을 뛰어넘는 수치다. 자연스레 대량 실점으로 인한 골득실 또한 –69로 역대 최저 골득실을 기록했다.

챔피언십 1위로 올라온 번리도 PL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았다. 뱅상 콤파니 감독의 공격적인 전술이 PL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선수 개인의 능력에서도 차이를 보였으며, 수비 또한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며 리그 20경기 연속 실점을 하기도 했다. 승점은 24로 PL 역대 19위를 기록한 구단 중 두 번째로 낮은 승점을 기록하며 2부로 강등됐다.


루턴은 하고자 하는 공격 축구를 잘 보여줬다. 하지만 수비적으로는 잘 갖춰지지 못하면서 많은 슈팅을 허용, 승점을 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승점 26을 기록하며 PL 역대 18위를 기록한 구단 중 가장 낮은 승점을 기록함과 동시에 50골 이상을 득점하고 강등된 PL 역대 네 번째 구단이 됐다. 이렇듯 승격팀은 PL에서 역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 지난 시즌과 별반 다르지 않은 승격팀들의 현주소


이번 시즌도 상황은 비슷하다. 승격팀 입스위치, 레스터, 사우샘프턴 모두 강등권인 18, 19, 20위에 위치하고 있다. 17위 울버햄튼과 승점 차는 적지만, 그 위 순위인 토트넘, 웨스트햄과의 격차는 10점 이상이다. 큰 이변이 있지 않은 한 최소 두 팀은 다시 2부로 돌아갈 상황에 놓여있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는 4일 누가 2024-25시즌 PL에서 강등될 것인지에 대한 예측 자료를 제공했다. 사우샘프턴은 99.9%로 강등이 기정사실화됐고, 입스위치가 91.7%, 레스터가 88.9%로 매우 높은 확률을 나타냈다. 17위 울버햄튼은 18.4%로 나타내면서 사실상 매체는 승격한 세 팀 모두 강등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 예측이 나타내듯, 승격팀은 현재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위 사우샘프턴은 러셀 마틴 감독 지휘 아래 16경기 단 1승에 그치며 감독 교체라는 카드를 꺼냈다. 이반 유리치 감독을 선임했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8경기에서 단 1승만을 기록. 사우샘프턴은 현재 단 2승만을 기록하며 리그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레스터는 엔조 마레스카 감독 지휘 아래 한 시즌 만에 PL로 복귀했다. 하지만, 마레스카 감독과 그의 사단은 첼시로 떠나면서 레스터는 새 시즌을 새롭게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었다. 레스터는 쿠퍼 감독을 선임했으나, 레스터와 색깔이 맞지 않았다. 이후 반 니스텔루이 감독을 선임하면서 첫 두 경기 1승 1무를 기록하며 순위 상승을 노렸으나, 이후 리그 7연패를 기록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또한, 이번 아스널전에서도 무득점 패배하며 PL 역대 두 번째로 '홈 5경기 연속 무득점 패배'를 기록한 구단이 됐다.

입스위치는 두 시즌 만에 3부에서 1부로 승격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PL의 벽은 높았다. 11라운드가 돼서야 토트넘 상대로 승리하며 리그 첫 승리를 신고했고, 첼시를 홈에서 잡아내며 이변을 만들었지만,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시즌 초반 무승부를 통해 승점 1점씩 모았지만, 현재는 무승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유례없던 두 시즌 연속 승격팀 모두 다이렉트 강등 위기... 그 이유는?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승격팀 모두 한 시즌 만에 강등된 사례는 1997-98시즌 볼턴, 반즐리, 팰리스가 유일했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승격했던 루턴, 번리, 셰필드가 한 시즌 만에 2부로 돌아가면서 역대 두 번째 사례가 됐으며, 이번 시즌 세 번째 사례이자 2년 연속 모두 강등될 위기에 놓였다. 리그 25경기를 치르는 동안 승격한 세 팀이 총합 9승을 거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이러한 일들이 갑자기 일어난 것은 아니다. 과거의 기록을 살펴보면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과거부터 승격팀이 한 시즌 만에 강등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축구 통계 매체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2009-10시즌부터 2023-24시즌까지 총 15시즌 동안 승격한 45팀 중 20팀이 한 시즌 만에 다시 강등됐다. 그 비율은 44.4%에 달한다.

범위를 더 넓혀 PL 출범 이후 32시즌 동안 강등된 팀을 살펴보면, 총 97팀 중 약 44%를 차지하는 무려 43팀이 한 시즌 만에 강등됐다. 반면에 PL 출범 전 강등 지표를 살펴보면, 32시즌 동안 83팀이 강등됐으며, 그중 약 18%를 차지하는 15팀만 한 시즌 만에 강등됐다. 또한, PL과 달리 승격팀 모두가 한 시즌 만에 강등된 사례는 없었다. PL 출범 전·후로 32시즌을 비교해 봤을 때 그 수치의 차이는 매우 크다. 이러한 데이터들은 승격팀들이 PL에서 생존하는 것이 얼마큼 어려운지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승격팀이 첫 시즌에 5위 이상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경우는 2000-01시즌 입스위치가 마지막이다. 즉, 승격팀이 상위권 진출을 바라보는 것이 허무맹랑한 목표가 된 지 오래다.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수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중 단연은 '수입과 자본'이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PL의 국내·외 중계권 수입과 리그 상업 수입을 20개 구단에 일부 균등 배부하며, 순위 및 생중계 횟수에 따라 나머지 수입을 차등 배분한다. 사무국이 발표한 2023-24시즌 구단별 수입에 따르면, PL 소속의 20개 구단 모두가 배당금으로 무려 1억 파운드(약 1,817억 원) 이상을 수령했다. 막대한 수입을 얻는 이유는 PL이 전 세계에 생중계돼 천문학적 중계권료 수입을 벌어들이기 때문.

세계적인 금융 서비스 회사 '딜로이트'에 따르면, 번리와 셰필드는 2022-23시즌 챔피언십에서 약 6,500만 파운드(약 1,181억 원) 수입을 기록한 바 있다. 그다음 시즌 PL에서 약 1억 1,100만 파운드(약 2,017억 원) 수입을 기록하며 직전 시즌의 약 2배가량의 수입 차이를 기록했다. 루턴은 2022-23시즌에 기록했던 약 1,800만 파운드(약 328억 원) 수입의 6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렇듯 PL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막대한 수입을 얻는다. PL에서 계속 잔류하는 팀들은 막대한 수입을 매 시즌 받으며 부(富)를 축척, 갓 승격한 팀들은 상위권은커녕 중·하위권 팀들과의 격차도 메꿀 수 없을 만큼 벌어진다.


'트랜스퍼마크트' 기준, 2024-25시즌 승격팀의 스쿼드 가치는 나란히 18, 19, 20위를 기록했다. 1위 맨시티와는 4배 이상의 차이가 나며,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구단은 9팀 이상이다. 자연스레 스쿼드와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서 차이가 나며 경기를 원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다. 즉, PL이 가져오는 막대한 수입의 영향으로 '부익부' 현상이 발생하고, 승격팀들은 그것을 좇아가지 못하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들이 발생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 수입과 자본의 격차, PL을 넘어 챔피언십까지

이러한 문제는 PL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챔피언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PL에서 강등된 팀은 중복을 포함하여 97팀이었지만, 실질적으로 강등된 팀은 43팀에 불과했다. 즉, 한 구단이 여러 번 승격과 강등을 오간 것이다. 반면, PL 출범 이전 32시즌 동안 83팀의 강등 중 실질적 강등은 45개의 팀이 강등됐다. 더 적은 강등 경우임에도 더 많은 구단이 1부 리그를 경험했다.

지난 여섯 시즌을 살펴봐도 PL에서 강등됐던 팀들이 다시 승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2019-20시즌 왓포드와 노리치, 2020-21시즌 풀럼, 2021-22시즌 번리, 2022-23시즌 레스터, 사우샘프턴이 한 시즌 만에 승격을 이뤄냈다. 본머스, 셰필드는 두 시즌 만에 승격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강등된 셰필드와 번리, 그 직전 시즌 강등됐던 리즈가 현재 나란히 1, 2, 3위에 위치하며 승격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또한, 번리는 현재 '리그 11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2부리그의 역사를 새로 작성했다. 이처럼 PL에서 강등된 구단이 그렇지 못한 구단과 압도적인 경쟁력 차이를 보이고, 다시 PL에 복귀가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패러슈트 페이먼트(Parachute Payments)' 때문이다.

패러슈트 페이먼트는 '낙하산 지원금'이란 뜻이다. 말 그대로 강등으로 인한 수입이 급작스럽게 하락하면서 야기되는 재정적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천천히 떨어질 수 있도록 2~3년에 걸쳐 강등팀에게 주는 지원금이다. 강등팀은 챔피언십 첫 시즌에 전 시즌 PL에서 받았던 기본 TV 중계권 수입 금액의 55%를 받는다. 2년 차에는 45%의 지원금을 얻으며, 승격 후 한 시즌 만에 강등되지 않았다면 3년 차에 20%를 추가로 받게 된다. 이는 챔피언십 수입의 일정 부분을 차지할 만큼 큰 금액이다. 물론, 2~3시즌 내에 다시 PL로 승격하면 지원금은 중단된다.

그렇기에 앞서 언급했듯, 번리-셰필드와 루턴이 챔피언십 수입에서 큰 차이를 보였던 것도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축구 재정 전문가인 키어런 매과이어는 과거 'BBC 라디오'에서 "셰필드가 승격한 2007년과 2019년 두 차례 사이 축구로 유입되는 돈의 인플레이션은 190% 상승했다. 브렌트포드의 수입은 2020-21시즌 승격 당시 1,700만 파운드에서 1억 4,200만 파운드로 올랐다. 승격 시 최소 1억 파운드 그리고 7,500만 파운드의 패러슈트 페이먼트가 있다. 첫 시즌을 버티면 2년이 아닌 3년 동안 지원을 받을 수 있다"라며 PL 승격이 보장하는 한 가지는 그 어떤 것도 아닌 '돈'임을 강조했다.

# 다양한 가능성이 실현될 수 있는 시스템 필요

승격팀이 재정적인 위험 없이 PL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강등 후 3년 동안 받는 지원금은 챔피언십에서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어 재승격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만, PL에서는 충분하지 않다. 지원금 정책을 폐지하자는 의견도 종종 나오지만, 이를 없앤다면 승격팀은 투자 의욕이 떨어지고 PL에서 생존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영국 '가디언'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잉글랜드 축구는 피라미드 구조로 모두가 같은 거대한 구조 속에서 경쟁한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 서서히 상승하고 결국 최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개념을 기반에 두고 있다. 하지만, 피라미드 구조는 부드러운 경사를 가져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자원의 분배가 구단 간에 명백히 극복할 수 없는 간격으로 벌어질 경우, 피라미드 구조는 가팔라져서 경쟁 구조와 다양한 가능성을 잃게 된다. 그렇지 않기 위해선 피라미드 구조의 경사를 부드럽게 유지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글='IF 기자단' 4기 김주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