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2025년 들어 이강인이 선발 출전해 90분을 온전히 소화한 경기는 단 두 경기에 불과하다.
심지어 두 경기 중 하나는 3부리그 구단인 르망과의 컵 경기였다. 선발 출전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중요한 리그 경기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는 대부분 교체로 나오거나 선발 출전하더라도 하프타임 혹은 60분대에 교체되어 나왔다.
이강인 파리 생제르맹(PSG)이 7-0 대승을 거두며 축포를 펑펑 터트렸던 브레스트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도 후반전 교체로 출전해 단 30분만 소화했다. 여러모로 이강인의 입지가 줄어든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상황이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프랑스의 거함 PSG는 2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브레스트와의 2024-2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플레이오프 2차전 홈 경기에서 7-0 대승을 거뒀다.
앞서 브레스트의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던 PSG는 합산 스코어 10-0을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PSG는 UEFA의 16강 대진 추첨 결과에 따라 리버풀 혹은 아스널과 격돌할 예정이다.
엔리케 감독은 평소처럼 4-3-3 포메이션으로 선발 명단을 구성했다. 잔루이지 돈나룸마(골키퍼), 누노 멘데스, 윌리안 파초, 마르퀴뇨스, 아슈라프 하키미(이상 수비수), 파비안 루이스, 비티냐, 주앙 네베스(이상 미드필더), 브래들리 바르콜라, 우스만 뎀벨레,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이상 공격수)가 선발 출전했다.
PSG는 전반 12분 브레스트의 공격수 압달라스 시마와 미드필더 마티아스 페레이라 라즈에게 연달아 위협적인 찬스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이후 팀을 재정비한 뒤 침착하게 경기 주도권을 가져왔다.
PSG의 골 폭격은 전반전 중반부터 시작됐다.
전반 20분 왼쪽 날개 공격수로 출전한 바르콜라가 브레스트의 골망을 가르면서 포문을 열었다. 이후 PSG는 전반 39분 크바라츠헬리아의 추가골로 격차를 벌린 채 2-0으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PSG는 전반전 종료 직전 네베스의 슈팅이 브레스트 골대를 강타하는 등 막판까지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PSG의 득점포는 후반전에 더 뜨거웠다.
후반전에는 무려 네 골이나 터졌다. 후반 14분 비티냐의 득점을 시작으로 후반 19분 데지레 두에, 후반 24분 누노 멘데스가 연달아 득점포를 가동했다. 교체로 들어온 곤살루 하무스와 세니 마율루도 각각 후반 31분과 후반 41분에 골맛을 보며 PSG의 대승에 동참했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이강인은 후반 15분경 데지레 두에, 하무스와 함께 교체되어 들어갔다. 두에와 하무스가 각각 바르콜라와 뎀벨레의 포지션을 대체하면서 이강인은 루이스 대신 미드필드에 배치됐다.
이강인은 후반 24분 멘데스의 득점이 터지는 과정에서 하키미에게 찌르는 패스로 기점 역할을 하는 등 무난한 활약을 선보였다. 다만 교체로 들어온 두에와 하무스가 각각 1골 1도움씩 기록했고, 이강인보다 늦게 투입된 마율루도 득점을 올리며 대승에 동참하는 와중에 이강인이 공격 포인트 없이 경기를 마친 건 아쉬웠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이강인의 현재 입지다.
이강인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으로 인해 팀 내 주전 경쟁에 집중할 수 없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에는 나쁘지 않은 흐름으로 주전 경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강인의 상황은 해가 넘어간 이후 급격하게 달라졌다. 풀타임으로 뛰는 경기가 확 줄어든 것은 물론 긴 시간을 소화하는 경기도 눈에 띄게 적어진 것이다.
이강인은 지난달 13일 AS 생테티엔과의 리그 경기, 그리고 이달 초 르망과 치른 컵 대회를 제외하면 2025년 들어 풀타임을 뛴 경기가 없다. 엔리케 감독이 로테이션을 강조하는 지도자라는 점을 고려해도 이강인이 80분 이상 소화한 경기는 지난 2일 브레스트전(리그)을 포함해 단 세 경기에 불과하다.
세 경기 외에는 선발 출전해 45분~60분 정도를 뛰다 교체되거나, 후반전에 교체로 투입돼 30분~45분 정도 소화했다. 심지어 브레스트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플레이오프 1차전의 경우 후반 교체로 들어가 단 15분만 경기장에 머물렀다.
순수 경기 시간이 적으니 이강인이 좋은 활약을 보여줄 기회도 많지 않다. 이강인이 마지막으로 공격 포인트를 올린 건 81분을 뛴 지난 2일 브레스트와의 리그 경기이고, 풀타임을 소화한 생테티엔전을 포함해 2025년 들어 기록한 공격 포인트는 단 두 개의 도움이 전부다. 출전 시간이 적으니 공격 포인트를 올리기 힘들고, 공격 포인트가 없으니 증명할 방법이 부족하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결국 해답은 정해져 있다. 이강인이 주어진 시간 속에서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이강인이 매번 강조하는 대로 팀을 위해 뛰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20대 중반에 접어든 만큼 주전 경쟁에서 앞서는 것 역시 이강인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