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FC안양의 ‘좀비 축구’엔 준비된 밸런스와 조직력이 있다.
유병훈 감독이 이끄는 안양은 승격팀이다. 그것도 창단 후 처음으로 K리그1 무대를 밟았다. 안양은 지난시즌 K리그2에서 36경기를 치르며 51골 36실점으로, 득실 차가 +15였다. 시즌 막판 3연패가 한 차례 있었지만 이전엔 연패가 한 차례도 없을 정도로 기복이 없었다.
유 감독은 K리그1으로 향하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주지 않았다. 30대를 넘어선 주축 베테랑과 함께하기로 했다. 대신 필요한 포지션에 보강을 진행했다.
가장 큰 고민이던 최전방에 지난시즌 K리그2 득점왕 모따를 데려왔다. 뎁스가 두텁지 않았던 중앙 수비진엔 네덜란드 국적 왼발잡이 수비수 토마스를 영입했다. 미드필더 에두아르도를 통해 중원도 강화했다.
개막 전만 해도 안양을 향한 시선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K리그1에 처음 승격했다. 2부에서 경기력이 통할지 물음표였다. 하지만 유 감독과 안양은 개막전부터 ‘디펜딩 챔피언’이자 4연패에 도전하는 울산HD를 원정에서 1-0으로 격침하는 데 성공했다. 안양의 역사적인 1부 첫 골, 승점, 승리다.
유 감독은 지난시즌 ‘꽃봉오리 축구’를 천명해 재미를 봤다. 이번시즌 키워드는 ‘좀비 축구’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고 끝까지 K리그1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의 표현. 겉으로 보면 ‘정신력’을 앞세운 축구지만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않다.
유 감독은 ‘밸런스’를 중시한다. 꽃봉오리 축구도 같은 맥락이다. 11명의 선수가 간격을 유지하면서 수비하다가 공격할 때 확 펼쳐진다는 의미다. 개인 전술이나 역량보다 밸런스와 조직적인 힘을 강조한다. 팀으로 싸울 때 승산이 있고 승리할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다.
실제 안양은 울산전에서 끝까지 버텨내다가 찾아온 공격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 울산의 공세를 끝까지 막아낸 뒤 후반 추가시간 마테우스의 패스를 받은 야고의 크로스가 모따의 결승 헤더골로 연결됐다.
안양은 스쿼드나 전력으로 따지면 K리그1에서 하위권이다. 하지만 유 감독은 팀으로 싸우면 잔류를 넘어 파이널 A(6강)에 진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축구는 ‘이변’의 스포츠다. 유 감독은 지난시즌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안양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것도 사령탑으로 첫해였다. 그래서 K리그1에서도 기대를 품는다. 안양의 좀비 축구는 이제 막 시작됐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