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ALKOREA] 배웅기 기자= 신경 쓰지 않는듯한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모습과 양민혁(18·이상 토트넘 핫스퍼)의 늦어지는 데뷔. 조바심 날 법하나 팀 내에는 참고할 만한 좋은 예시가 있다.
바로 현재 토트넘에서 RCD 에스파뇰로 임대를 떠난 알레호 벨리스(21)다.
최전방 공격수 벨리스는 18세에 불과하던 지난 2021년 CA 로사리오 센트랄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했다. 이후 점차 출전 시간을 늘려갔고, 통산 63경기 19골 2도움을 뽑아내며 아르헨티나 프리메라 디비시온 최고의 유망주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잠재력을 인정받은 벨리스는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2023년 여름 토트넘에 둥지를 틀었다. 마땅한 경쟁자라고는 히샬리송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좀처럼 데뷔전을 가지지 못했다. 아르헨티나 현지 팬들 또한 성화가 났다.
당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을 통해 "벨리스가 시즌 초부터 출전 기회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고 밝혔다.
이후 벨리스는 실전 감각 유지를 위해 U-21 경기를 뛰었고, 약 2개월이 지난 9월 말 리버풀전(2-1 승) 교체 출전해 1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며 데뷔전을 치렀다. 입단 첫 시즌(2023/24) 성적은 8경기(45분) 1골. 벨리스는 이듬해 겨울 이적시장에서 세비야로 임대 이적한다.
이제 양민혁과 비교해 보자.
양민혁은 열여덟 번째 생일을 맞은 작년 강원FC 소속으로 프로 데뷔, K리그1 38경기 12골 6도움을 올리며 영플레이어상 영예를 안았다. 베스트일레븐 오른쪽 미드필더 부문은 덤이었다. 최우수선수상(MVP) 후보에도 올라 조현우(울산 HD), 안데르손(수원FC)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벨리스와 시기는 다르지만 지난해 여름 토트넘 이적을 확정 지었고, K리그 시즌이 끝난 12월 영국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벨리스와 달리 시작부터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 기대를 자아냈지만 이후 2경기 연속 명단 제외되며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에 대한 계획은 없다. 적응이 우선이다. 그는 어리고 곧 마주할 무대보다는 수준이 낮은 곳에서 왔다. 다른 환경에서 온 만큼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며 "손흥민이 그의 적응에 도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벨리스 언급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토트넘 소식에 정통한 폴 오키프 기자는 16일(한국시간) "양민혁은 영국 환경과 축구 적응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현재로서는 U-21 경기를 소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는 아치 그레이와 루카스 베리발 같은 선수와 비교하면 아카데미(유소년팀) 수준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벨리스와 소름 돋게 유사한 루트다.
물론 양민혁이 앞으로 벨리스처럼 임대로 하여금 출전 기회를 받게 될지 혹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을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모처럼 자국 리그를 수놓은 스타의 탄생인지라 늦어지는 데뷔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다만 양민혁이 토트넘 정식 선수로 등록된 지 불과 3주가 채 지나지 않았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양민혁이 증명해 낼 수 있도록 묵묵히 응원해야 할 때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토트넘 핫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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