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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1st] 리버풀·첼시·맨시티 모두 발목, '빅10'도 모자랄 다채로운 PL 클럽 성장
[PL.1st] 리버풀·첼시·맨시티 모두 발목, '빅10'도 모자랄 다채로운 PL 클럽 성장
botv
2025-01-15 16:58


최근 10년 동안 리그 강팀으로 분류됐던 리버풀, 첼시, 맨체스터시티가 모두 중위권 수준으로 평가받는 팀들에 발목잡혔다. 그만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클럽들이 각자 방식으로 성장해 기존 강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리그 1위 리버풀은 노팅엄포레스트와 1-1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시즌이었다면 이변으로 불릴 만한 일이겠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정당한 결과다. 노팅엄은 리버풀과 선두 경쟁을 하는 2위 팀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경기 양상은 전반 8분 만에 크리스 우드의 선제골로 노팅엄이 앞서가다가 후반 21분 디오구 조타의 세트피스 득점으로 리버풀이 따라가는 흐름으로 진행됐다.

노팅엄은 이번 시즌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 아래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리버풀과 경기 전까지 리그 6연승, 4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2022-2023시즌 승격 후 여름에만 23명을 영입하는 공격적인 투자에도 두 시즌 연속 강등권을 전전하다가 지난 시즌 도중 울버햄턴을 이끌고 PL 승격은 물론 중위권 안착까지 이뤄낸 누누 감독을 선임해 변화를 줬다. 즉 노팅엄과 비슷한 팀으로 좋은 성적을 낸 노련한 감독을 선임한 것이다.

그래도 세 시즌째 이적시장을 거치면서 PL에서 쓸만한 옥석들이 제법 쌓였고, 누누 감독은 이들 중 자신의 축구에 알맞은 선수들을 조합해 무시무시한 팀을 만들었다. 때마침 유망한 미드필더 엘리엇 앤더슨과 훌륭한 센터백 니콜라 밀렌코비치를 비교적 염가에 데려올 수 있던 것도 행운이었다. 누누 감독은 빠른 역습과 강한 전방압박으로 의도적인 중원 삭제 축구의 약점을 상쇄하며 고공 행진을 거듭했다. 주전 선수층이 얇은 건 사실이지만 유럽대항전을 치르지 않아 시즌 말미까지 선두 경쟁도 노려볼 만하다.


첼시는 본머스와 2-2로 비겼다. 직전 리그 4경기에서 2무 2패로 부진했고, 그 중 2번은 리드를 잃고 승점을 내려놓았다. 본머스를 상대로도 선제골을 넣고 그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는데 후반 추가시간 리스 제임스의 극적인 프리킥 득점이 아니었다면 무승부가 아니라 패배라는 결과를 받아들 수도 있었다.

본머스는 지난 시즌 안도니 이라올라 감독을 선임했다. 노팅엄과는 반대 전략으로 접근했는데 PL 경험이 많은 지도자 대신 현대 축구 흐름에 맞는 전술을 구현할 줄 아는 유망한 감독을 선임해 팀에 분명한 색채를 입히고자 했다. 예전 에디 하우 감독 시절부터 이라올라 감독과 유사한 축구를 펼쳤다는 점도 결과적으로는 가점 요인이 됐다.

본머스는 수비라인을 올리고 강한 전방압박과 속공으로 상대 골문을 타격하는 축구를 펼친다. 이라올라 감독은 압박에 요구되는 스피드나 활동량이 강한 선수를 선호하며, 그러다 보니 마치 '풋볼 매니저(FM)'를 하듯 젊은 선수들을 주로 수집해왔다. 맞춤 전술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알려져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전술 색채 자체가 더 뚜렷한 타입이라고 봐야 한다. 본머스는 중위권 중에서도 가장 트렌디한 축구를 하는 팀으로 성장했다.


그보다 앞서 맨시티도 브렌트퍼드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최근 맨시티는 공식전 3연승으로 확연히 살아나는 흐름이었는데 브렌트퍼드와 승점 1점을 나눠가지며 주춤했다. 필 포든의 2골로 앞서나갔지만 후반 막판 내리 2골을 내주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브렌트퍼드는 74년 만에 PL에 입성한 2021-2022시즌부터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과 함께 리그에 독특한 바람을 몰고 온 팀이다. 도박사 출신의 구단주를 가졌다는 공통점과 함께 데이터 기반의 스카우팅으로 유망주를 잘 그러모아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브렌트퍼드는 베팅 회사를 운영하는 전문 도박사 매튜 벤엄이 2013-2014시즌 인수했고, 유소년을 키워 판매하는 정책이 쓸모가 없다고 판단해 한동안 아카데미를 폐쇄하는 대신 유망주로 구성한 B팀을 운영해 분명한 성과를 냈다.

브렌트퍼드는 독특한 운영 체계를 갖춘 데다 감독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어 이를 수용할 감독이 아니면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다행히 브렌트퍼드에는 있는 자원으로 최선의 성과를 낼 줄 아는 토마스 프랑크 감독이 있다. 프랑크 감독은 덴마크 출신으로 2016년 수석코치부터 시작해 브렌트퍼드에 오래 몸 담은 지도자다. 진정한 맞춤 전술의 대가로 상황에 맞게 경기 운영이 가능하게끔 선수들에게 복잡한 전술 체계를 익힐 것을 요구한다. 구단이 그에 맞는 선수들을 적절히 수급해주기 때문에 지금까지 프랑크 감독이 대단한 위기에 빠진 적은 없다.

PL에 한두 시즌 이상 살아남은 팀은 막대한 중계권료를 받기 떄문에 명확한 방향성만 있으면 지속해서 PL에 잔류할 생존력을 갖출 수 있다. 노팅엄, 본머스, 브렌트퍼드는 각자의 방식으로 PL에서 살아남고 있으며 애스턴빌라, 풀럼,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 등과 함께 더욱 다채로운 PL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원이 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