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강동훈 기자 = 가브리에우 제주스(27·아스널)가 과거 박주영(39·은퇴)도 당했던 ‘9번 저주’를 깨지 못했다. 아스널에 합류할 당시 등번호 9번을 택하면서 “‘9번 저주’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최대한 많은 골을 넣고 싶다”며 “한 경기 99분 동안 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던 그는 잇단 부진과 부상 속에 힘든 시간을 보낸 가운데 최근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면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14일(한국시간) 아스널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메디컬 리포트에 따르면 제주스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 정밀 진단을 받은 결과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며칠 안에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며, 제주스는 이후 회복 및 재활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의 경우 복귀까지 1년 가까이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걸 고려하면 시즌 종료까지 불과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제주스는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아스널은 “우린 제주스가 가능한 한 빨리 회복하면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스는 앞서 지난 13일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024~2025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 컵 3라운드(64강) 홈경기에서 선발 출전했다가 부상을 당했다. 전반 38분 브루노 페르난데스(30·맨유)가 페널티 아크서클에서 볼을 잡자 저지하기 위해 뒤에서 달려들던 그는 페르난데스의 축구화 뒷부분을 밟은 후 왼쪽 무릎을 잘못 디뎠고, 곧바로 쓰러져서 고통을 심하게 호소했다.
쓰러진 제주스는 쉽게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들것에 실려 나갔다. 본인도 부상이 심각했던 것을 직감했던 그는 들것에 실려 나갈 때 얼굴을 유니폼으로 감쌌다. 양 팀 팬들은 일제히 제주스가 큰 부상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 위로의 박수를 보냈다. 제주스는 그러나 양 팀 팬들의 바람과는 달리 전방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으면서 빠르면 올해 9~11월 사이, 늦으면 내년 초에나 복귀할 전망이다.
제주스는 지난 2022년 맨체스터 시티를 떠나 아스널에 입단했다. 이적 초반에는 나름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그해 11월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브라질 축구대표팀에 차출됐다가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한동안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후 복귀한 제주스는 잇단 부진과 부상이 겹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더니 점점 입지가 줄어들며 설 자리를 잃었다.
실제 지난 2년 반 동안 제주스는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모든 대회에서 96경기를 뛰는 동안 26골(17도움)에 그쳤다. 최근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을 제외하고 그는 부상으로만 189일을 이탈했다. 이 기간 공식전 56경기를 놓쳤다. ‘9번 저주’를 깨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지만, 사실상 ‘9번 저주’를 깨지 못한 셈이다.
한편 ‘9번 저주’는 아스널 역사를 통틀어 놓고 봤을 때 유독 9번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유독 활약이 저조하거나 부상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 생겨났다. 실제 국내 축구 팬들에겐 박주영이 가장 잘 알려져 있고, 이외에도 다보르 슈케르(57), 줄리우 바프티스타(43), 에두아르두 다 시우바(41), 루카스 포돌스키(39·이상 은퇴), 루카스 페레스(36·데포르티보 라 코루냐)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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