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상암동, 장하준 기자] 베트남 우승을 이끈 특별한 '리더십'을 공개했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국가대표팀은 지난 5일(한국시간) 동남아시아 최대 축구 축제인 2024 동남아축구선수권대회(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태국을 3-2로 제압했다. 앞서 펼쳐진 1차전에서 2-1 승리를 거둔 베트남은 1,2차전 합산 스코어 5-3으로 태국을 누르고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곧바로 김 감독을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 우승 직후, 베트남 국민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한순간에 베트남의 '국민 영웅'이 된 것이었다.
이러한 스포트라이트는 베트남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타국에서 국민 영웅이 되자, 국내에서도 김 감독을 향한 관심이 쏟아졌다.
이처럼 많은 관심 속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김 감독은 지난 13일 스포티비뉴스를 만나 베트남의 우승 과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큰 성과를 거둔 그의 표정은 한껏 후련해 보였다.
김 감독은 밝은 미소와 함께 "미쓰비시컵 우승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선수들과 베트남 국민들, 그리고 관계자 등 모든 팀원의 노력 덕분에 이뤄진 것이다"라며 많은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리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렇다면 감격스러운 우승 뒤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었을까. 김 감독은 주요인으로 '변화'를 꼽았다. 김 감독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회에 앞서 모든 것을 다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준비했다. 코치진들에게 제일 많이 한 말은 '변화하지 않으면 우리는 가망이 없다'였다. 베트남 부임 후 5경기 동안 선수들과 상대 분석을 많이 했는데 변화하지 않으면 무조건 실패할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회 내내 변화를 강조한 김 감독은 무패 행진을 달리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우승을 확정 지은 결승 2차전을 되돌아봤다. 그야말로 정신이 없던 경기였다. 베트남은 이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었지만, 연이어 2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이 중 태국의 2번째 골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득점이 나오기 직전, 경기장에 쓰러진 선수가 나오자, 베트남은 치료를 위해 볼을 내보냈다. 그런데 치료가 끝난 뒤, 태국은 '매너볼'을 건네주지 않았다. 오히려 빠르게 스로인을 한 후 태국의 사라찻에게 연결했고, 그는 강력한 슈팅으로 득점을 만들었다. 태국의 이러한 플레이는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볼을 돌려주지 않는 '비매너'는 유감스러운 행동이었다. 이에 김 감독을 포함한 베트남 벤치는 거세게 항의했다.
김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잠시 숨을 골랐다. 어수선했고 아찔한 순간이 많았던 만큼 다시 생각해 봐도 힘든 경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숨을 고른 뒤 입을 연 김 감독은"석연치 않은 비매너 골이 나왔다. 또 우리 선수의 부상이 나오며 참 여러모로 힘든 경기였다"며 그 순간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내 밝은 미소를 띠며 "하지만 우승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고, 그런 악재를 이겨내고 승리한 것 같아 선수들이 대견스럽다.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갔던 것 같다"라며 롤러코스터 같았던 당시 상황을 늘어놓았다.
이처럼 예기치 못한 변수를 이겨낸 뒤 우승을 차지하자, 베트남 국민들의 애정은 당연했다. 김 감독 역시 그들의 애정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다. 이제 김 감독은 명실상부한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에 김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저 이 상황이 신기하다는 듯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가 전부 다 길거리로 나와서 다 알아봐 주신다. 너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 택시 타면 요금을 안 받고, 카페에 가면 커피를 공짜로 주며 '고생했다, 축하한다'라는 말을 듣는다. 또한 베트남의 한국 교민들 역시 지나가면 감사하다고 말씀해 주신다. 너무 뿌듯하다"며 밝게 웃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이 직접 느낀 베트남 선수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앞서 보여준 겸손한 모습과 달리, 선수들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자랑스럽게 "베트남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강하다. 한국에서 하는 훈련을 똑같이 시켜도 잘 따라온다. 훈련 소화를 잘했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고 말했다. 마치 자식 자랑을 하는 아버지 같은 모습이었다.
이어 "대회 앞두고 추운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했는데 감기 등 질병 없이 훈련을 마무리하고 보니 '우리 선수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하구나'라고 생각했다"라며 베트남 선수들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미쓰비시컵 우승으로 베트남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김 감독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성과에 안주하지 않았다. 이미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 감독은 "앞으로 우리가 좋은 모습을 보이면 더 많은 응원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베트남 국민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겠다. (2030)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것이 꿈 같은 일이지만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큰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베트남 선수들을 잘 키우며 시대 흐름에 맞게 이중 국적 선수 혹은 귀화 선수들도 적극 활용하면서 하나하나 꿈을 위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굳은 결의를 다졌다.
김 감독은 오늘의 기쁨에 취하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발전을 거듭 강조했다. 베트남과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