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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의 탈압박 턴, 푸드트럭 운전사의 롱스로인, 건물 측량사의 선방쇼까지···“내일부턴 일상으로” 토트넘을 상대한 5부 탬워스의 FA컵 도전
여행가의 탈압박 턴, 푸드트럭 운전사의 롱스로인, 건물 측량사의 선방쇼까지···“내일부턴 일상으로” 토트넘을 상대한 5부 탬워스의 FA컵 도전
botv
2025-01-13 16:08


토트넘과 탬워스의 2024~2025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라운드가 열린 12일(현지시간) 영국 탬워스의 더 램 그라운드. 5부리그에 해당하는 내셔널리그 소속 탬워스는 이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강호 토트넘을 안방으로 불러들이면서 축제 분위기였다. 5000명도 채 들어가지 않는 홈 구장은 일찌감치 만원관중으로 가득 차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각자의 직업을 갖고 있는 선수들도 생전 처음으로 전국 중계 카메라 앞에서 EPL 최고 클럽에서 뛰는 스타플레이어들을 상대로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했다. 1922년 창단한 탬워스는 거의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팀이다. 두 시즌 연속으로 승격해 5부리그 내셔널리그에 올라선 몇 안되는 준프로 팀으로 기적을 연출할 뻔도 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공격수 베크-라이 에노루가 페널티 지역 왼쪽을 드리블로 파고 들면서 슈팅을 날려 토트넘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다.

탬워스는 전·후반을 0-0으로 맞서며 상대를 괴롭했지만, 이어진 연장전에서 자책골을 내준 뒤로 연이어 실점하며 0-3으로 졌다. 각자의 직업을 갖고 파트타임으로 뛰는 탬워스 선수들이 연장까지 프로 선수들과의 체력 싸움에서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5부리그 팀을 상대로 자존심을 구긴 토트넘이지만, 탬워스 선수들에겐 졌음에도 기적같은 경기였다. 영국 ‘BBC’는 “탬워스가 토트넘을 상대로 거둔 성과는 골을 제외하면 FA컵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며 “연장 끝에 토트넘의 승리로 끝났지만, 역사적인 대회에 걸맞는 스토리로 포장된 경기”라고 평가했다.


여행가인 센터백 헤이든 할리스는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자신으로 향하는 백패스 때 한꺼번에 달려진 3명의 공격수의 압박을 한 번의 턴으로 모두 따돌리는 개인기로 화제를 모았다. 할리스는 경기 뒤 “(토트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여기로 데려올 만큼 충분했다’고 말했다”며 행복해했다. 위험 지역에서 다소 무모했던 플레이라는 점을 의식한 그는 “전에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개인기다. 내 스타일은 아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할리스는 이날 티모 베르너의 빈 골대쪽을 향한 헤더 슈팅을 골 라인 부근에서 걷어내기도 했다.

주중에는 푸드트럭을 운전하는 토미 통크스는 길게 던지는 스로인으로 유명하다. 이날 경기에서도 토트넘 수비진을 몇 차례 위협했던 장면을 남겼다. 통크스는 “내 경력의 황혼기에 있다. 이런 밤을 더 많이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FA컵은 저와 팀에 정말 특별한 순간”이라고 감격스러워 했다.

본업이 ‘건물 측량사’인 골키퍼 자스 싱에겐 더욱 특별했다. 전날 아내가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에 나선 싱은 이날 제임스 매디슨과 베르너의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았다. 그는 ‘BBC’와 인터뷰에서 “어제 아빠가 됐는데 정말 행복하다. 아내가 아직 병원에 있는데 제가 오늘 플레이할 수 있게 해줘 고맙다”며 “토트넘을 상대로 우리가 경기를 연장까지 경기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자랑스러워할 만한 결과”라고 했다. 토트넘이 경기 후반부터 주전급 선수들을 투입한 순간을 떠올린 싱은 “우리는 모여서 ‘이제 시작이야’라며 웃었다”고 이야기했다.


탬워스의 앤디 피크스 감독은 프로팀 사령탑으로 정확히 3일을 일했다. 대학의 지원 근무자로 일하는 피크스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팀과 풀타임 계약을 맺고, 이날 경기를 준비했다. 피크스 감독은 “내일부터는 우리 모두 자신의 일로 돌아가야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당당히 고개를 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교대로 일을 하면서도 임무를 해냈다. 우리 선수들 모두 믿을 수 없을 정말 훌륭했고, 정말 자랑스럽다”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대학 강사로 일하는 톰 맥글린치는 “더 높은 곳을 올라서지 못한건 아쉽지만 놀라운 하루를 보냈다”고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