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리그에서 뛰는 스타 플레이어들을 이용해 월드컵 개최를 정당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는 월드컵 개최 홍보 영상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등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명 선수들을 내세웠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런 선택은 그간 여성 인권 무시 및 언론 탄압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초리를 성공적인 스포츠 행사 개최로 무마하려 한다는 '스포츠 워싱' 논란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2일(한국시간) 임시 총회를 열어 2030 FIFA 월드컵과 2034 FIFA 월드컵 개최지를 확정했다.
2030 월드컵은 모로코, 포르투갈 스페인 공동 개최로 열리며 월드컵 개최 100주년을 기념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남아메리카 3개국에서 기념 경기가 한 경기씩 진행된다.
2034 월드컵 개최지는 단독 입후보한 사우디아라비아로 확정됐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원정 16강행에 성공했던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또다시 중동 지역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것이다.
2034 사우디아라비아 월드컵은 아시아에서 역대 네 번째로 개최되는 월드컵이자 역대 두 번째 중동 지역 월드컵이 될 예정이다. 앞서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대회를 공동 개최했던 한국과 일본, 2022년 카타르가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회 및 경제적 변신과 뿌리 깊은 축구에 대한 열정의 영감을 통해 세계 수준의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2034년 월드컵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겠다고 선언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가 공동 개최를 추진하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쟁이 예상됐으나 호주가 2023 여자 월드컵 개최 확정 후 후보에서 빠졌고, 인도네시아도 결국 백기를 들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단독 후보로 남았다.
당초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 대회를 이집트, 그리스와 함께 개최하는 방향을 생각했지만 이번에 확정된 모로코-포르투갈-스페인 연합과의 경쟁에서 밀려 결국 2034 대회 개최로 목표를 수정했다.
지안니 인판티노 회장은 "월드컵은 특별하고 긍정적인 사회 변화 및 단결을 위한 독특한 매개체"라며 "두 개의 대회는 분열이 아닌 단결을 위한 대회이자 토론하며 행동하는 대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이 단결하는 날이자 축하하는 날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월드컵 개최가 확정된 것은 역사적인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FIFA의 이번 결정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이번 월드컵 개최 역시 국제사회에서 질타를 받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스포츠 행사로 부정적인 여론을 무마하려는 '스포츠 워싱'의 일환이 아니냐는 지적 탓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내세운 '비전 2030' 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관광과 비즈니스, 특히 스포츠 산업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골프는 물론 포뮬러 원(F1), 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에 돈을 쏟으면서 국제 스포츠계의 큰손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런 방향성은 여전히 스포츠 워싱 논란을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축구 산업에 투자해 영입한 슈퍼스타들을 앞세워 무기로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유력지 '텔레그래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월드컵 입찰을 합법화하기 위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그의 동료들을 무기로 사용했다. 카림 벤제마, 네이마르와 함께 홍보 영상에 출연한 호날두는 서구권 국가들의 대중적 비난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됐다"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리그에서 뛰는 축구 스타들을 무기처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최근 몇 주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장점들을 노래하는 스타 선수들이 출연한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서구권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성공적으로 잠재웠다"면서 호날두와 벤제마, 리야드 마레즈, 야야 투레, 네이마르 등이 자신들이 SNS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를 홍보한 행동들이 모두 사우디아라비아가 펼친 여론전의 일부였다고 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뛰고 있는 스타 선수들은 종종 SNS에 현지 생활 등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이 담긴 게시글을 올리고는 한다. 물론 그 의도가 자신들의 일상 공유일 수도 있으나 일각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이 선수들을 영입할 때 조건으로 내건 게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매체와 연락이 닿은 사우디아라비아 축구계의 한 인사는 "선수들 중 누구도 영상 출연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선수들의 무임금 홍보 영상 출연이 그간 받은 혜택에 대한 보상이라고 분석했다.
호날두, 벤제마 등 홍보 영상에 출연했던 선수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2034 월드컵 개최지로 확정되자 또다시 SNS에 축하 문구를 올렸다.
호날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내 모든 친구들에게 축하를 전한다. 나는 여러분들이 오늘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 알고, 2034 사우디 월드컵이 역사적인 대회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벤제마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람들처럼 오늘이 정말 기쁘다. 이 왕국에서 펼쳐지는 월드컵 분위기는 정말 환상적일 것"이라며 축하를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