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을 원했던 올랭피크마르세유는 여전히 믿을 만한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갖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황희찬 영입을 다시 추진하기에는 애매한 상황이 됐다. 마르세유의 유일한 이슈는 폴 포그바 영입 여부다.
이적시장 전문 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12일(한국시간) 소셜미디어(SNS) X를 통해 "울버햄턴이 지난 여름 황희찬은 판매 불가라며 올랭피크마르세유의 2,500만 유로(약 375억 원) 이적료 제안을 거절했지만, 그 뒤에도 황희찬은 여러 구단의 영입 리스트에 남아 있다. 황희찬에 대한 복수의 관심은 이번 시즌 울버햄턴의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여전히 살아 있다"고 이야기했다.
여러 팀이 황희찬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지만 가장 먼저 관심이 가는 건 역시 마르세유다. 마르세유는 야심이 큰 팀이다. 파블로 롱고리아 회장은 축구 커뮤니티 칼럼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해 뉴캐슬유나이티드의 말단 스카우트로 축구계에 뛰어들었고, 발렌시아 단장을 거쳐 마르세유 단장, 그리고 마르세유 회장으로 승진하기까지 입지전적 경력 경력을 쌓았다. 미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롱고리아 회장은 지난 여름 본격적인 체질개선에 나섰다.
목표는 '타도 파리생제르맹(PSG)'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 활약한 바 있는 로베르토 데체르비 감독, 메이슨 그린우드,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닐 모페이, 스페인 라리가 경력이 풍부한 제로니모 룰리 등을 영입하며 야심을 보였다. 유벤투스와 계약을 마친 뒤 새 팀을 찾던 프랑스 대표 미드필더 아드리앙 라비오도 영입했다. 그린우드와 라비오는 각각 데이트 폭력 전적과 과도한 연봉 요구로 갈 곳이 애매한 선수들이었는데 이런 빈틈을 파고들어 데려올 수 있었다.
지난 여름 노렸던 황희찬의 자리는 여전히 공석에 가깝다. 슈퍼스타 스트라이커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이 떠난 뒤, 에버턴의 모페이를 임대하고 랑스에서 뛰던 프랑스 청소년 대표 유망주 엘리예 와히도 영입했다. 하지만 번갈아 선발 출장 중인 모페이와 와히 모두 리그에서 각각 2골씩 넣은 게 전부다. 특히 와히는 2022-2023시즌 몽펠리에에서 리그 19골을 몰아친 특급 유망주지만 이후 2시즌 째 그만한 활약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와히의 성장 시간을 벌어 줄 징검다리 공격수가 필요한데, 모페이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처럼 해당 포지션의 선수층만 보면 마르세유가 황희찬을 또 노릴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 번째는 포그바다. 포그바는 지난해 여름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돼 4년 자격정지 철퇴를 맞았다가, 징계가 18개월로 줄어들면서 내년 초부터 다시 뛸 수 있게 됐다. 소속팀 유벤투스와 계약을 해지하고 새 팀을 찾고 있다. 유력한 행선지 중 하나로 마르세유가 거론된다.
포그바와 대표팀 동료인 라비오는 "폴과 함께 뛰고 싶다. 유벤투스에서 함께 뛰어 봤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는 건 빠를 것이다. 포그바가 여러 문제에 시달리면서 많이 뛰진 못한 점이 아쉬웠다"며 "마르세유로 초대하고 싶다. 지금 어떤 축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 팀은 굉장히 역동적이고, 프로페셔널하다. 선수, 코칭스태프, 구단의 지원 모두 마찬가지다. 굉장히 야망에 차 있다. 만약 우리 팀에 오기로 마음을 먹어 준다면 기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포그바와 맨유 동료였고 마르세유 환경도 경험해 본 전 프랑스 대표 파트리스 에브라도 마르세유행이 적절할 거라고 권했다.
포그바와 라비오의 역할이 다소 겹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프랑스 국내에서 포그바에 대한 기대와 평가는 외국인이 짐작하는 것 이상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 주역이라는 점이 가장 결정적이다. 또한 대표팀 에이스 킬리안 음바페에게 좋은 패스를 찔러주던 두 플레이메이커 중 앙투안 그리즈만이 은퇴한 상황이라, 포그바가 전성기 기량을 찾아주길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은 포그바가 징계 중일 때도 대표팀 캠프에 초청하는 등 여전히 팀의 일원으로 대접해 왔다.
두 번째는 재정 문제다. 프랑스 팀들은 중계권 협상도 잘 되지 않고, 전반적인 수입 상황이 다른 빅 리그에 비해 떨어진다. 카타르 자본의 지원을 받는 PSG를 제외하면 이적료 및 연봉에 큰 돈을 쓰기 힘들다. 포그바 영입설이 나올 때도 '그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을 몇 명 내보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따를 정도다. 그렇다면 황희찬 영입에 나선다 해도 자금 사정이 애매할 수 있다.
리그앙 14라운드 현재 마르세유는 9스으 2무 3패로 PSG와 승점차 5점인 2위다. 전반기 맞대결에서 무기력한 0-3 대패를 당하는 등 절대적인 힘의 차이가 있지만, 아직은 추격이 가능한 승점차다. 또한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3위까지 주어지는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직행 티켓은 무난하게 손에 쥘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올랭피크마르세유 X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