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팀 팬이 우리보다 더 유명해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입스위치(Ipswich) 타운 FC는 2년 연속 승격을 이뤄낸 기적의 축구팀이다. 2022-2023시즌 3부 리그 잉글랜드 풋볼리그(EFL) 리그1에서 2위에 올라 지난 시즌 2부 EFL 챔피언십 무대를 밟았고, 또 한 번 2위를 기록하며 올해 EPL에 입성했다. 지난 5월 EPL 승격을 확정한 입스위치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영국 출신 세계적 팝스타 에드 시런 노래 ‘Perfect(퍼펙트)’를 열창했다. 시런과 영상통화도 나눴다.

세계적인 가수 시런이 입스위치 우승 장면에 출연한 까닭은 그가 이 팀 열혈 팬이자 구단 주주이기 때문이다. 그는 입스위치가 있는 영국 동부 서퍽에서 유년기를 보내면서 자연스레 팬이 됐다. 2억달러(약 2830억원) 이상 순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시런은 명성을 얻게 되자 입스위치 구단에 재정적 도움까지 주기 시작했다. 입스위치 선수들은 3부 리그에 있던 2021-2022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4시즌 연속 시런의 투어 공연 로고인 ‘+ - ÷ ×’를 유니폼에 달고 뛰고 있다. 계약 액수는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시런은 매년 유니폼 메인 스폰서 계약을 갱신하면서 입스위치 팀을 떠받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 지분 1.4%를 사들이며 주주로도 참여하고 있다. 바쁜 일정이 없으면 무조건 입스위치 홈구장 포트먼 로드 스타디움을 찾아 응원에 열을 올린다.

세계적인 팬 덕분에 입스위치는 노리던 선수도 데려왔다. 마크 애슈턴 입스위치 회장은 “영입 경쟁이 치열했던 선수가 있었는데 설득 과정에서 그 선수가 시런의 팬임을 알게 됐다”며 “시런에게 급하게 연락했고, 테일러 스위프트와 무대에 오르기 직전이던 시런이 그 선수와 영상통화까지 해줘서 영입 협상이 잘 진행됐다”고 전했다. 애슈턴 회장은 해당 선수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맨체스터 시티 소속 리암 델랍(21)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로인을 멀리 던져 ‘인간 투석기’라 불렸던 로리 델랍(48)의 아들인 리암 델랍은 올 시즌 6골로 입스위치 공격을 이끌고 있다. 다만 입스위치는 올 시즌 1승 6무 7패(승점 9)로 강등권인 18위에 머물러 있다. 1승은 토트넘을 상대로 지난 11라운드에서 거둔(2대1 승) 것이다.

입스위치에 시런이 있다면 맨체스터시티엔 영국 브릿팝 밴드 오아시스가 있다. 맨체스터 출신 노엘 갤러거(57)와 리엄 갤러거(52) 형제 모두 맨시티 광팬. 오아시스는 두 형제 불화로 2009년 해체했는데 리엄은 맨시티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면 재결합하겠다고 공언했고, 2023년 맨시티가 정말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자 지난 8월 재결합을 발표했다.

그래미 음악상만 16개를 받은 영국 가수 아델(36)은 출신 지역 연고 팀 토트넘을 지지한다. 가수 폴 매카트니(82)는 리버풀이 고향인데 연고 두 팀 중 리버풀이 아닌 에버턴 팬이다. 미국 배우 톰 행크스(68)는 영국 버밍엄 애스턴 빌라 경기장을 가끔 찾는다. 아무 연고가 없는데 어느 날 영국에서 TV를 보다가 애스턴 빌라란 이름을 보고 아름다운 휴양지 같아 그냥 좋아하기로 했다고 한다.

영화 ‘데드풀’ 주인공 캐나다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48)는 동료 배우 롭 메컬헤니 추천을 받아 2020년 웨일스 축구 클럽 렉섬AFC를 인수했다. 이 팀은 지난 4월 잉글랜드 3부인 리그1 승격에 성공했다. 작년 내셔널리그(5부) 우승을 달성, 4부에 오른 지 1년 만에 ‘연속 승격’ 기쁨을 누렸다. 레이놀즈는 “몇 년 전만 해도 웨일스 북부의 축구 경기를 보며 눈물을 흘릴 것이란 상상은 하지 못했다”며 “렉섬은 마법 같은 팀”이라고 말했다. 영화 ‘블랙팬서’ 주연 배우 마이클 B 조던도 EPL 팀 본머스 인수 컨소시엄에 투자금을 넣으면서 축구팀 운영진이 됐다. 이처럼 유명 인사들이 축구팀 운영에 참여하면 ‘윈 윈’ 효과를 낳는다는 분석이 있다. 해당 팀으로선 유명인을 내세워 홍보 효과 등을 통해 팀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고, 이럴 경우 투자한 유명 인사들도 장기적으로 자본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