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가 5일 아틀레틱 빌바오 원정에서 0-1로 끌려가던 후반 8분. 레알 마드리드는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가 상대의 페널티지역에서 파울을 당해 페널티킥(PK)을 얻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승부를 원정으로 만들 기회, PK는 골잡이 킬리안 음바페의 몫이었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PK의 기대 득점(xG)은 0.79골로 간주된다. 득점으로 연결될 확률이 79%라는 얘기다. 반대로 말하면 실패할 확률도 21%다.
안타깝게도 음바페는 그 21%의 확률에 빠졌다. 왼쪽 구석을 바라보던 음바페가 그 반대편을 향해 찬 공이 골키퍼의 선방에 고스란히 막혔다. 달려든 수비수가 그 공을 밖으로 걷어내면서 득점 기회는 영영 사라졌다. 동료인 주드 벨링엄이 다독였지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음바페의 뒷 모습에선 짙은 절망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 장면 어딘가 익숙하다. 지난달 28일 리버풀과 유럽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5차전이다. 당시에도 음바페는 리버풀에 0-1로 끌려가던 후반 15분 상대 골문의 오른쪽을 겨냥해 PK를 찼지만 골키퍼에게 가로 막혔다. 상대의 유니폼만 달랐을 뿐이다. 음바페의 실축이 가져온 결과도 똑같다. 레알 마드리드는 리버풀에 0-2로 패배한 것처럼 이날 아틀레틱 빌바오에도 1-2로 졌다. 음바페는 커리어 통산 57번의 PK찬스에서 단 12번 놓쳤는데, 그 2번이 하필이면 1주일 사이에 겹쳤다. 음바페는 경기가 끝난 뒤 “중요한 경기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 패배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음바페를 궁지로 모는 것은 사실 PK 실축이 전부는 아니다. 음바페는 지난 여름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뒤 파리 생제르맹이나 프랑스 축구대표팀에서 보여주던 활약상이 실종됐다. 공격 포인트는 나쁘지 않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8골 1도움,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선 1골 1도움이다. 그러나 음바페가 본인의 원래 포지션인 왼쪽 날개가 아닌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뛰면서 예전 같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PK를 1주일 사이에 두 차례나 실축하는 실수가 반복되니 그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여전히 음바페를 지지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안첼로티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음바페가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 음바페는 20경기에서 10골을 넣었다. 앞으로는 더욱 잘할 것”이라며 “선수 본인이 더 좋은 활약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