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권 수입 절반, 동등하게 나눠
중하위권 팀도 과감한 투자·혁신
노팅엄·브라이턴·웨스트햄 ‘주목’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유례없이 치열한 경쟁 구도를 보인다. 선두 리버풀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의 순위 다툼이 그 어느 때보다 혼전 양상이다. 2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23점)부터 5위 브라이턴까지 승점 차이는 단 1점에 불과하며, 10위권과도 5점 차에 그치고 있다. EPL 역사상 12라운드 시점에서 가장 작은 격차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 구도의 핵심에는 프리미어리그의 막대한 중계권 수익이 있다. 2022~2023시즌 기준 EPL의 중계권 수익은 104억파운드(약 17조원)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22억유로·약 3조1000억원), 이탈리아 세리에A(13억4000만유로·약 1조9000억원) 등 다른 유럽 주요 리그들을 압도한다.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4~2025시즌 EPL의 예상 수익은 약 74억7700만유로(약 10조6000억원)로 라리가(38억유로·약 5조4000억원), 세리에A(29억유로·약 4조1000억원), 프랑스 리그앙(26억유로·약 3조7000억원)의 2배 안팎에 달한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EPL만의 독특한 수익 배분 구조다. 중계권 수입의 50%를 20개 구단에 동등하게 분배하고, 나머지는 성적과 TV 중계 횟수에 따라 나누는 공정한 구조를 통해 하위권 팀도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상위 팀에 수익이 집중되는 다른 유럽 리그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풍부한 재정을 바탕으로 중위권 팀들은 과감한 투자와 혁신적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노팅엄 포리스트는 2022~2023시즌 승격 이후 약 1억5000만파운드(약 2680억원)를 투자해 30명 이상의 선수를 영입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는 EPL에서 단일 시즌 최다 영입 기록이다. 지난 시즌 강등권이었던 노팅엄은 현재 7위에 올라 있다.
브라이턴의 행보는 더 혁신적이다. 로베르토 데 체르비 감독 체제에서 점유율 축구와 유럽 대회 진출이라는 구단 최초의 성과를 달성한 후, 이번 시즌에는 34세의 젊은 독일 감독 파비안 휘르첼러를 선임했다. EPL 최연소 사령탑 기록을 세운 휘르첼러는 빠른 공수 전환 플레이와 유연한 포메이션을 도입하며 팀에 새로운 변화를 주고 있으며, 모이세스 카이세도와 같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며 브라이턴을 다크호스로 만들었다.
이번 시즌 불꽃 튀는 경쟁에는 또 다른 동기부여 요인이 있다. 잉글랜드 팀들의 유럽 대회 성적에 따라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추가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웨스트햄은 2022~2023시즌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우승을 통해 유럽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