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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1st] '성실한 공간 천재' 이재성이 헤더골을 넣는 방법
[분데스.1st] '성실한 공간 천재' 이재성이 헤더골을 넣는 방법
botv
2024-11-25 17:50


이재성은 신장이 우월하지는 않지만 영리한 축구지능과 특유의 성실성으로 헤더골을 곧잘 넣는 선수다. 2021-2022시즌 마인츠05에 입단한 뒤 분데스리가에서 총 20골을 기록했는데 주발인 왼발로 9골, 오른발로는 3골을 넣었다. 즉 머리로 8골을 만들어냈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 시즌 헤더에 도가 텄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합쳐 5골을 넣었는데 그 중 4골이 머리로 넣은 득점이었다.

최근에는 연달아 헤더골을 넣었다. 24일(한국시간) 열린 홀슈타인킬과 경기에서도 이재성은 머리로 골망을 흔들었다. 2-0으로 앞서던 후반 8분 앙토니 카시의 스로인을 수비가 걷어내자 카시가 오른쪽에서 발리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이재성이 방향만 바꾸는 헤더로 마무리했다. 점프를 하지 않아도 상대보다 좋은 위치를 선점했기에 여유롭고 정교한 헤더가 가능했다.


11월 A매치 직전에 있던 보루시아도르트문트와 경기에서 나온 헤더도 비슷한 패턴이었다.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전반 36분 필리프 음웨네의 크로스가 도르트문트 수비를 맞고 오른쪽으로 흐르자 카시가 순간적으로 높게 뜨는 크로스를 구사했고, 집중력을 잃지 않은 이재성이 상대 수비보다 먼저 낙하지점을 파악해 헤더, 골망을 갈랐다.

이재성이 헤더에 특화된 신체 조건을 가진 건 아니다. 180cm 신장은 분명 작은 키는 아니지만, 심심하면 190cm를 넘는 센터백과 견주었을 때 우월한 키라고 볼 수 없다. 체형도 단단하지만 호리호리해 공중 경합에 유리하다고 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이재성이 머리로 비교적 많은 득점을 할 수 있는 건 성실성을 바탕으로 한 영리한 위치선정 덕분이다. 이재성은 소속팀에서나 대표팀에서나 살림꾼 이미지가 강하고 본인도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성향이다. 물론 이재성은 그 역할도 훌륭히 소화할 수 있지만,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기보다 공격 진영에 머무를 때 가장 파괴력을 발휘한다. 상기한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를 대표하는 장면이 10월 A매치 요르단과 경기에서 나온 헤더골이다. 전반 38분 이재성은 페널티박스 바깥에 있고, 야잔은 이재성을 마크했다. 그런데 이명재가 올린 크로스가 오른쪽으로 흐르자 야잔은 이재성을 남겨두고 페널티박스 안에 들어가 공중 경합을 대비했다. 이재성은 곧바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살핀 뒤 자신을 견제하는 수비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페널티박스 안에 진입해 손을 들어올렸다. 상대 수비는 주민규와 엄지성에게 모든 시선이 쏠려있었고, 이재성은 설영우의 크로스를 편안하게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재성의 위치선정 능력은 이전부터 주목받았다. 다만 이재성의 역할이 공격으로 한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공격적인 오프더볼보다는 성실한 플레이가 더욱 조명됐다. 이재성은 최근 잇단 헤더골로 자신의 또 다른 가치를 증명했다. 성실성과 위치선정이라는 별개로 보였던 카테고리가 하나로 뭉치면서 이재성이 얼마나 공간을 뛰어나게 활용하는 선수인지 임팩트 있게 각광받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