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온오프라인으로는 실컷 'SON' 마케팅을 펼치면서 가장 중요한 순간 주장에 대한 예우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힘들다.
토트넘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영국축구협회(FA)가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내린 징계에 대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구단 측은 "우리는 징계 결정 자체는 받아들이나 그에 따른 제재가 너무 무겁다고 생각한다"며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 벤탄쿠르는 경기에는 나서지 못하며 구단도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벤탄쿠르는 최근 손흥민을 저격한 인종차별적 발언이 문제가 되어 7경기 출전 정지와 10만 파운드(1억 7,000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
지난 6월 자국 우루과이의 한 방송 프로그램인 '포르 라 카미세타'에 출연해 했던 발언이 논란이 됐던 것이다. 당시 인터뷰 진행자가 손흥민의 유니폼을 가져다달라 요청하자, 벤탄쿠르는 "쏘니(손흥민)의 사촌 것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어차피 그들(동양인)은 다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응수했다.
'동양인은 다 똑같이 생겼다'는 전제를 깐 인종차별적 발언에 팬들은 분노했다. 토트넘과 벤탄쿠르의 SNS에 몰려든 팬들은 사과와 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벤탄쿠르는 당시 사과문을 작성했지만 이마저도 단 24시간만 유지된 뒤 사라지는 '스토리' 기능으로 게시됐다. 진정성 논란에도 불이 붙으며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한동안 이 사태를 관망하던 손흥민은 SNS를 통해 벤탄쿠르를 용서한다는 글을 직접 올렸지만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FA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FA는 직접 벤탄쿠르의 발언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 18일 벤탄쿠르에게 프리미어리그 출전 정지와 벌금형을 선고했다.
FA는 "벤탄쿠르는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동, 모욕적인 말을 사용해 평판을 추락시켰으며 FA 규정 E3.1을 위반했다"며 "이는 국적, 인종, 민족적 기원을 포함한 발언이기에 FA 규칙 E3.2에 정의된 가중 위반에 해당된다. 벤탄쿠르는 해당 혐의를 부인했지만 위원회는 청문회 후 벤탄쿠르에게 제재를 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FA가 중대하게 본 것은 그 발언의 파급력 때문이다. 벤탄쿠르가 만일 해당 발언을 서면, 통화 등으로 했을 경우 전달 범위가 좁아지기에 FA 규정 상 6경기 미만으로만 출전 정지 처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벤탄쿠르는 이 발언을 TV 인터뷰에 나와서 했고, 불특정 다수에게 퍼뜨렸기 때문에 처벌이 클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 시점에 벤탄쿠르가 내놓은 변명마저도 모순되기 그지 없었다. FA의 조사 과정에서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리포터가 손흥민을 단지 '한국인'이라 부른 것을 질책하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변명했던 것이다.
문제는 본인이 그럴 의도가 없었다면 손흥민에게 사과를 할 이유도 없었고, 이를 손흥민이 받아들였다는 과거 입장과 완전히 어긋나게 된다. FA 역시 이를 지적했다.
온전히 토트넘 입장만 보자면 항소할 만하다. 당장 박싱데이(12월 26일) 전까지 중요한 빅매치가 줄줄이 밀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팀에 있는 이상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준 것부터가 잘못된 방향이다. 만일 벤탄쿠르의 징계가 감경된다면 그 자체로 구단은 손흥민을 주장과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게 되는 꼴이다.
한편 토트넘 전담 매체인 '스퍼스 웹'은 같은 날 해당 보도를 인용하며 "FA의 이와 같은 결정에 프리미어 리그의 다른 클럽들은 상당히 충격을 받았으며, 토트넘과 벤탄쿠르가 선례를 남겼다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사진= 벤탄쿠르 SNS, 손흥민 SNS, 미러, 포르 라 카미세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