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치명적 실수로 선제 실점
홍명보호가 팔레스타인에 또 발목을 잡혔다. 지난 9월 안방에서 열린 경기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무승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격차가 무려 78계단이나 나는 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굴욕적인 결과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9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의 암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6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1-1로 비겼다. FIFA 랭킹은 한국이 22위, 팔레스타인은 100위다.
지난 9월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긴 뒤 4연승을 달리던 홍명보호의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승점은 14(4승 2무)로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2위 요르단, 3위 이라크(이상 승점 8)와 격차를 더 벌리는 데 실패했다.
특히 지난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긴 데 이어 이번에도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서 팔레스타인전 역대 전적은 2전 2무가 됐다. 지난 9월 당시 FIFA 랭킹은 한국이 23위, 팔레스타인은 96위였다.
올해 A매치 일정을 모두 마친 한국은 내년 3월 오만·요르단과의 월드컵 3차 예선 7~8차전을 통해 월드컵 예선 일정을 다시 소화한다.
이날 한국은 오세훈(마치다 젤비아)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고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마인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2선에 포진하는 4-2-3-1 전형을 가동했다. 박용우(알아인)와 황인범(페예노르트)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이명재(울산 HD)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조유민(샤르자)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가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는 조현우. 홍 감독은 앞서 쿠웨이트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꺼냈다.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볼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경기 주도권을 쥐었다. 양 측면에 포진한 손흥민과 이강인을 활용해 상대의 빈틈을 찾았다. 그러나 오히려 전반 12분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수비 지역에서 나온 황당한 실수가 화근이었다.
수비 지역에서 공을 잡은 김민재의 백패스가 어정쩡하게 흘렀고, 상대 공격수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조현우는 김민재의 백패스를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 슈팅 각도를 좁히려 나왔으나, 먼저 공을 따낸 자이드 쿤바르가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연결해 한국 골문을 먼저 열었다. 치명적인 실수에서 비롯된 뼈아픈 선제 실점이었다.
다행히 한국은 4분 만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이명재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공을 내줬고, 이재성이 논스톱 패스로 연결했다.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던 손흥민이 골키퍼와 맞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른발 감각적인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로 손흥민은 A매치 51골을 기록, 황선홍 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을 제치고 A매치 득점 단독 2위로 올라섰다.
균형을 맞춘 한국은 다시 볼 점유율을 높이며 상대를 압박했다. 그러나 결정력이 부족했다. 황인범의 중거리 슈팅은 빗맞았고, 측면 크로스에 이은 오세훈의 헤더는 골대를 크게 벗어나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막판엔 손흥민의 왼발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박용우의 헤더가 골망을 흔들었지만, 일본 주심이 먼저 파울을 선언하면서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한국 수비도 적잖이 흔들렸다. 상대의 빠른 역습이나 측면 크로스에 여러 차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반 추가시간 막판 코너킥 상황에선 골 지역 오른쪽에서 상대의 슈팅이 나왔으나 조현우가 가까스로 막아냈다. 결국 전반은 1-1로 맞선 채 끝났다. 한국은 볼 점유율에서 75%로 크게 앞섰고, 슈팅 수에서도 8-2로 앞서고도 리드를 잡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고 공세를 이어갔다. 후반 3분 손흥민이 오른발로 감아 찬 슈팅은 그러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강인의 측면 크로스를 오세훈이 헤더로 연결했고, 이를 황인범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한 공은 골대를 벗어났다.
후반 11분 코너킥 상황에선 약속된 플레이로 절묘한 기회도 잡았다. 손흥민이 코너킥을 짧게 내준 뒤 다시 받았고, 페널티 박스 바깥쪽 부근으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전달했다. 이강인이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수비에 맞고 아웃됐다. 홍 감독은 후반 19분 오세훈 대신 주민규(울산)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후반 중반 이후엔 한국의 흐름이 끊겼다. 오히려 팔레스타인이 빠른 역습을 통해 한국 수비 뒷공간을 노렸다. 후반 24분엔 실점 위기도 맞았다. 상대의 패스 플레이로 수비가 무너지면서 페널티 박스 안에서 슈팅까지 연결됐다. 다행히 슈팅이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홍 감독은 후반 27분 이강인과 이재성을 빼고 오현규(헹크)와 배준호(스토크 시티)를 투입하는 변화를 줬다. 교체카드 활용 이후에도 한국은 볼 점유율을 높이며 기회를 모색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수비는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한국이 경기를 주도하지만, 스코어는 좀처럼 변화가 없었다.
후반 35분엔 기어코 역전골을 터뜨린 듯 보였다. 후방에서 나온 황인범의 롱패스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손흥민에게 연결됐고, 손흥민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다만 부심이 오프사이드기를 들었고, 비디오 판독(VAR)을 거쳐 결국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경기가 막판으로 향할수록 역전골을 위한 한국의 공세가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한국의 발목을 또 잡으려는 팔레스타인의 집중력은 끝내 흐트러지지 않았다. 5분의 추가시간 동안 마지막 반전도 없었다. 결국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는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승점 1씩 나눠 가진 결과, 그러나 두 팀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김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