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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도발'에 경기취소까지... 중국 산둥, 또 K리그에 '민폐'
'전두환 도발'에 경기취소까지... 중국 산둥, 또 K리그에 '민폐'
botv
2025-02-20 16:46

'비매너 응원'으로 물의를 빚었던 중국 프로축구 산둥 타이산이, 이번에는 갑작스러운 '대회 포기'라는 기행을 벌이며 또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19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밝힌 바에 따르면, 산둥은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리그 스테이지 8차전 울산 HD와의 경기를 앞두고 돌연 경기 포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한다.

산둥의 요청을 AFC는 '규정상 한 경기만 불참할 수 없으며, 대회 전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안내했음에도 산둥은 페널티를 감수하고 대회에 기권했다는 것이 프로축구연맹의 설명이다.

이에 AFC은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ACLE 대회 규정 5조 2항에 따라 산둥이 울산과 리그 스테이지에 출전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해당 클럽이 ACLE에서 기권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조항을 보면 경기 진행을 거부하거나 경기에 나설 의사가 없다고 사전에 고지하는 등의 행위를 한 클럽은 기권으로 간주하도록 돼 있다.

마지막 ACLE 홈경기를 준비해왔던 울산도 갑작스런 통보에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울산 구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산둥 타이산의 대회 포기로 경기가 취소됐다"면서 "온라인 예매는 자동 취소 및 환불 처리될 예정이며 팬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국에 입국까지 했는데... 대체 왜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행보다. 표면적으로 산둥이 K리그와 AFC에 전한 경기 포기의 사유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건강 문제'였다. 하지만 산둥의 통보는 불과 킥오프를 2시간 남기고 갑작스럽게 전해졌다. 산둥 선수단이 경기를 위해 입국 후 울산까지 이동한 상황이었기에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산둥은 울산과의 경기 전까지 리그 페이즈 7위로 16강 진출이 유력했다. 반면 울산은 이미 16강에 탈락해 홈경기였지만 ACLE에 더이상 큰 동기부여가 없었다. 더구나 울산전 보이콧이 단지 한 경기 포기만이 아니라 대회 기권이라는 리스크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산둥으로서는 어떻게든 최대한 경기를 소화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게 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산둥은 최근 또다른 한국팀인 광주FC와의 경기 중 일부 홈팬들의 비매너 응원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지난 11일 중국 지난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ACLE 7차전 홈 경기 도중 응원하던 일부 중국 팬들이 원정 팬 쪽을 향해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북한 김일성-김정은의 사진을 흔들며 한국 응원단을 도발한 사실이 밝혀져 광주 측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FIFA(국제축구연맹)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축구에 정치적 논란을 유발하는 행위였다. 더구나 상대국의 민감한 역사적 금기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금도를 넘었다는 엄청난 공분을 불러왔다.

광주 측은 "광주시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조롱하고 비하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AFC에 공식 항의 서한을 내고 철저한 조사와 징계를 요구하겠다"고 강경 대응했다. 이에 산둥은 지난 14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사과 성명을 발표했고 해당 관중은 홈경기 영구출입금지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산둥의 갑작스러운 울산전 경기 포기도 혹시 이 사건도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만일 K리그팀과의 경기에서 혹시라도 일부 한국 홈팬들이 광주전 사건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중국 측에 민감한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풍자성 구호나 사진을 올리기라도 한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었다.

산둥이 이렇게 막대한 경제적 손해와 구단 이미지 손상을 감수해가며 대회 출전 포기라는 무리수까지 둔 것을 두고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산둥의 기권 소식이 알려진 후, 중국 측 온라인과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도 산둥 구단의 해명을 전혀 믿을 수 없다며 비웃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누리꾼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산둥 경기 포기의 나비효과... 광주 16강 상대 바뀌었다

산둥은 이번 사태로 많은 것을 잃었다. 당초 16강 진출이 유력하던 산둥은 연이은 사건사고 끝에 자진 탈락이라는 최악의 방식으로 퇴장하며 구단과 중국 프로축구에 두고두고 흑역사로 남게 됐다.

AFC는 20일 SNS를 통해 2024-2025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동아시아 그룹 16강 진출팀을 공개하며 산둥의 탈락으로 공백이 된 8위 자리에 같은 중국팀은 상하이 하이강을 대신 포함시켰다.

K리그 축구팬들은 이 결과에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본래 리그 페이즈 성적 상 상하이는 전체 10위였고, K리그 포항은 9위로 상하이보다 높았음에도 탈락하는 이상한 상황이 나오게 됐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ACLE 규정상, 기권팀이 나올 경우 해당 클럽과 치른 결과는 모두 배제돼 승점이 다시 계산되기 때문이다. 포항을 비롯해 산둥과의 경기를 치렀던 팀들은 획득한 승점이 모두 삭감됐다. 포항은 산둥전 승리로 얻은 3점이 증발하며 최종 승점 6점으로 상하이(승점 8)에 밀렸다.

하지만 풀리그 그룹 방식이 아닌 추첨으로 대진표가 정해지는 리그 페이즈의 특성상, 상하이를 비롯한 4개팀은 아예 산둥과 맞대결을 펼치지 않았다. 결국 형평성 면에서 산둥과 경기한 팀들만 역차별을 받은 셈이 돼 버렸다.

여기에 K리그팀 중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했던 광주FC 역시 '산둥 사태'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광주는 본래 16강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을 만날 예정이었는데, 산둥의 기권으로 순위표에 큰 변동이 일어나며 강팀인 빗셀 고베(일본)를 대신 만나게 됐다. 광주는 리그 페이즈에서 조호르에 3-1로 이겼으나 전력에서 앞선 고베에게는 0-2로 완패한 바 있어 토너먼트에 대한 부담이 커지게 됐다.

산둥의 연이은 황당한 행보가 광주, 울산, 포항까지 여러 K리그팀들에게 번갈아가며 민폐를 끼친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