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중국 산둥 타이산의 셀프 기권으로 K리그 클럽들이 여러 피해를 입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일 공식 채널을 통해 2024-25시즌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동아시아 지역 16강 진출팀을 발표했다. 총 8개 팀이 16강에 오른 가운데 기대했던 포항 스틸러스는 없었다.
AFC 홈페이지에 공개된 최종 순위표를 보면 포항은 2승 5패 승점 6점으로 조정되면서 9위에 위치했다. 당초 10위였던 상하이 포트(중국)는 2승 2무 4패 승점 8점이 유지돼 포항보다 윗자리인 8위에 올라 16강 티켓을 손에 쥐었다.
산둥이 돌연 기권하면서 형평성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산둥은 전날 울산 HD와 조별 스테이지 마지막 경기를 고작 2시간 앞두고 기권을 선언했다. 원정 경기를 위해 선수단이 울산에 와서 훈련까지 한 산둥은 갑작스런 발표만 남긴 채 김해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AFC는 "ACLE 대회 규정 5조 2항에 따라 산둥이 울산과 경기를 치를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이에 산둥은 ACLE 대회를 기권한다"고 결정했다.
산둥이 참가를 포기하면서 조별 스페이지 순위가 다시 짜여지게 됐다. 산둥이 그동안 치른 7경기의 성적 반영 방법에 따라 포항의 16강행이 결정될 수도 있었다. 동아시아 지역에 배정된 16강 티켓 8장은 순위대로 가져간다. 산둥이 8위, 포항이 9위였기에 포항 순위가 한 칸 올라가지 않겠냐는 기대가 따랐다.
하지만 AFC는 산둥의 7경기 기록만 단순 삭제하기로 했다. 형평성 문제가 대두됐다. ACLE는 조별 단계는 12개 팀이 8경기씩 치르는 방식이다. 자국팀과 맞붙지 않다보니 팀마다 만나는 상대가 다르다.
실제로 산둥은 포항을 비롯해 광주FC, 비셀 고베(일본),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 등과 경기했다. 하필이면 산둥 기록이 빠지면서 승리했던 포항은 승점 3점을 잃었다. 반대로 같은 슈퍼리그의 상하이는 산둥과 경기를 하지 않아 손해 없이 승점을 유지했다.
경기 수도 다르다. 상하이는 8경기, 포항은 7경기에서 거둔 승점으로만 나열했다. 결국 상하이가 8경기 8점, 포항은 7경기 6점으로 반영돼 16강 진출팀을 결정했다.
최종 순위가 달라지면서 16강 대진도 대폭 달라졌다. K리그 구단 중 유일하게 조별 스테이지를 통과한 광주는 당초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 16강에서 붙을 예정이었으나 고베로 변경됐다.
광주 입장에서는 썩 반기지 않는 상대다. 조별 단계에서 기존 매치업 조호르에는 3-1로 이겼던 반면 새로운 상대가 된 고베에는 0-2로 졌다. 특히 이정효 감독이 고베전이 끝나고 수준 차이를 인정했을 정도라 광주의 16강은 고전이 예상된다.
어수선한 사태를 벌인 산둥은 갑자기 기권한 배경에 전두환 사진 도발이 크게 자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산둥이 전달한 공문에는 '선수단 건강 이슈'가 적혔다. 그러나 지난 11일 산둥 홈에서 광주를 상대하면서 일부 팬이 전두환 사진을 광주 원정팬에게 들어보이며 모욕한 게 발단이 된 것으로 본다.
광주는 "해당 인물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지는 의미를 고려할 때, 산둥 팬들의 행동은 의도적인 행동이자, 광주 시민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명백한 도발 행위"라며 "우리 구단과 팬들을 향한 부당한 조롱과 도발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항의했다.
결국 산둥은 공식 사과 성명을 냈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번지자 부담을 느끼고 ACLE 참가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