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프로축구 산둥 타이산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울산 HD와 경기를 불과 2시간 앞두고 돌연 취소하는 촌극을 빚었다. 앞서 광주FC와 홈경기에서 ‘전두환 도발’ 사진 문제로 논란을 일으키더니 경기 직전 기권이라는 비상식적인 행태로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AFC는 8위 산둥이 기권하며 빠진 16강 마지막 자리에 9위 포항 대신 10위인 중국 클럽 상하이를 올려놓아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산둥은 19일 ACLE 울산전을 앞두고 경기 시작 2시간을 남기고 경기 취소를 선언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산둥은 AFC측에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건강 문제로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자 AFC는 규정상 한 경기만 불참할 수 없으며, 대회 전체를 포기해야 한다고 하자 산둥 구단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에 입국해 전날 공식 기자회견과 훈련까지 소화한 뒤 경기를 코앞에 두고 돌아간 것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산둥은 지난 11일 광주FC와 ACLE 리그 스테이지 7차전 홈 경기 도중 일부 관중이 원정석을 향해 전두환과 북한의 김일성, 김정은의 얼굴이 인쇄된 종이를 흔들었다. 이에 광주 구단은 AFC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내고 철저한 조사와 징계를 요구했다. 이후 산둥은 14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홈에서 관중 문제로 큰 소동을 빚었던 산둥은 이번엔 원정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다.
광주전 홈경기에서 문제를 일으켜 AFC의 징계를 받을 것이 유력해 16강 진출 티켓을 놓칠 수 있다는 예상에 미리 경기를 포기했다는 추측과 국내 팬들이 전두환 사진 논란을 문제삼아 이날 경기에서 시위를 할 경우 산둥이 난처하게 될 것을 우려해 포기했다는 등 여러 추측이 나온다.
산둥이 기권하면서 ACLE 16강 티켓 문제가 또 다른 이슈로 떠올랐다. 동아시아 8위로 16강행을 확정했던 산둥이 빠지게 되면서 9위인 포항 스틸러스가 올라가는 게 합리적인데, AFC는 20일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16강 진출팀을 알리면서 포항이 아닌 10위 상하이를 올려놓았다.
ACLE 경기 규정에 따르면 기권팀이 나올 경우 해당 클럽과 치른 공식전 결과가 모두 배제된 채로 전적이 새로 계산된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한 차례 산둥을 꺾고 승점 3점을 챙겼던 포항은 3점이 깎여 역시 16강에 오르지 못하기는 한다. 상하이는 산둥과 경기를 치르지 않아 승점 8점을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AFC는 이에 대한 뚜렷한 설명이 없이 16강 진출팀 명단만을 SNS 게시물로 올렸다. 댓글에 많은 팬들이 왜 포항이 아닌 상하이냐는 비판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