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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주장 박탈론'으로 재미 보는 레드냅 부자, 아버지는 박지성 완장 뺏고 퍼거슨에 무시 당해
'손흥민 주장 박탈론'으로 재미 보는 레드냅 부자, 아버지는 박지성 완장 뺏고 퍼거슨에 무시 당해
botv
2025-02-20 06:18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전, 현직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들의 완장 탈취에 재미를 느끼는 부자지간이다.

토트넘 홋스퍼 사령탑을 맡았던 해리 레드냅 전 감독은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대중지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손흥민 주장 박탈론'을 뿌렸다.

그는 "손흥민은 주장으로 제게 강한 인상을 준 적이 없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 (유망주) 아치 그레이에게 넘기면 10년 동안 돌려주지 않을 것이다"라며 한참 시즌을 치르는 중인 손흥민과 토트넘을 향해 어처구니없는 주문을 던졌다.

래드냅은 2008~2012년 토트넘을 지휘했다. 고집이 있는 지도자라는 것, AFC본머스를 시작으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포츠머스, 사우스햄턴, 토트넘,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 요르단 대표팀 버밍엄 시티 등을 맡았지만, 엄청난 성과를 낸 기억은 없는 감독으로 영국인들에게 알려져 있다. 전형적인 '킥 앤 러시'의 영국식 고루한 축구를 구사하고 지도자층이 두껍지 않았던 과거, 소방수로 선호 받았던 감독이다.

올 시즌 시작 전인 지난해 8월 레드냅은 영국 대중지 '익스프레스'를 통해 유망주 마이키 무어의 1군 기용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무어가 측면 공격수이면서 스트라이커로도 뛸 수 있는 재능이 조기에 1군에 발탁, 빛나기를 바란 것이다.

프리시즌 한국 투어에도 합류해 직접 경기에도 나섰던 경험이 있다. 래드냅의 무어 기용은 같은 포지션으로 뛰는 손흥민의 출전 시간을 줄이라는 뜻과 같았다.

이런 생각은 시즌 중반을 넘긴 현재 손흥민의 '주장 박탈'로 빌드업되고 있다. 토트넘의 미래 자원 육성을 위한 명분이 우선한다. 하지만, 속내는 지난 10년을 토트넘에 헌신한 손흥민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1년 연장 옵션 발동에 따라 이적료가 발생하는 여름 이적 시장에 매각해 수익을 내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인터넷 매체 'TBR'은 '토트넘이 다음 시즌 손흥민의 잠재 대체자를 구하고 있다. 텔의 완전 이적도 있고 에베레치 에제(크리스탈 팰리스) 영입도 고려 중이다. 그는 스트라이커, 측면 공격수 모두 가능하다'라며 손흥민의 입지가 더 줄어들 가능성을 선수 영입으로 연결했다.

큰 흐름 속에서 아들 제이미 레드냅도 아버지와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저는 손흥민을 주장으로 보지 않는다. 그가 (선수단을) 이끄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힘든 순간 무엇을 가져다줬나"라며 리그컵 4강 탈락, FA컵 32강 탈락 상황에서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손흥민을 비판하고 무시했다.

지난 시즌부터 주장을 맡아온 손흥민이다. 유망주들을 특별히 신경 써주고 있다. 데뷔골을 넣은 무어는 구단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특별히 손흥민에게 감사하다는 언급까지 하며 주장의 책임감과 배려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토트넘을 거쳤다는 선배들은 이를 외면하며 손흥민 깎아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토트넘 출신 제이미 오하라도 "손흥민은 더는 토트넘에 어울리는 주장이 아니다. 주장은 앞에서 선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맞다. 이제는 그에게서 주장 완장을 뺏고 다른 선수에게 줘야 할 시기다"라고 레드냅 부자와 함께 주장 박탈론을 밀고 나왔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해리 레드냅은 현재 양민혁이 임대로 뛰고 있는 QPR 재임 시절인 2013년 1월, 당시 박지성의 주장 완장을 뺏었다. 2012-13 시즌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팀 주장에 선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경험을 QPR에 녹인다는 자신감을 갖고 출발했던 박지성이었다.

악재가 있었다. 시즌 시작 석 달째였던 10월 무릎 부상으로 이탈했다. 재활 후 복귀하니 레드냅은 클린트 힐에게 주장을 맡겼다. 시즌 후반부까지 그대로 선택을 이어가며 박지성 주장 복귀를 사실상 불허했다. "힐은 팀을 위해서라면 몸을 사리지 않고 뛴다.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위해 팀에 필요한 자세"라며 박지성 주장 박탈론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기가 막힌 부분은 몸을 사리지 않고 뛰는 것은 '두 개의 심장', '세 개의 폐'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었던 박지성의 전매특허 플레이다. '언성 히어로'라는 다른 수식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숨은 영웅처럼 힘든 일을 마다치 않았다. 알렉스 퍼거슨 당시 맨유 감독이 직접 QPR 벤치로 와서 대기 명단이라 앉아 있던 박지성에게 악수를 건넷고 레드냅이 이를 무안하게 지켜봤던 장면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적장이자 스승은 제자를 인정했지만, 정작 아군의 수장은 구성원을 홀대한 것이다.

절묘한 것은 박지성과 손흥민 모두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시점에 각각 무릎과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 잠재 부상을 안고서 주장 박탈론을 몸으로 받았다는 점이다. 리그 12위에 유로파리그(UEL) 16강 직행으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은 상황에서 리더 손흥민의 기를 꺾으려 애쓰는 이상한 아버지와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