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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수백명 자르고, 텐 하흐엔 264억 위약금…맨유, 꿈의 극장 아닌 '생지옥'이었다
직원 수백명 자르고, 텐 하흐엔 264억 위약금…맨유, 꿈의 극장 아닌 '생지옥'이었다
botv
2025-02-20 01:44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 운영권을 가져온 지 2년차가 된 이네오스 그룹의 시행착오 규모가 꽤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중계채널 스카이스포츠는 19일(한국시간) 맨유가 지난 2024년 4분기 회계 자료를 공개했고 이 자료에서 에릭 텐 하흐 전 감독과 덴 애시워스 전 테크니컬 디렉터의 경질 비용이 공개됐다. 

매체는 "회계 자료에서 텐 하흐와 그의 사단을 경질하는 데 1450만 파운드(약 264억원)의 비용이 들었고 여기에는 애시워스의 계약을 조기에 해지하는 데 드는 410만파운드(약 74억원)의 비용이 포함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비용은 3개월간 맨유의 영업 이익이 단 300만파운드(약 54억원)만 얻는 데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에 얻은 영업 이익 2750만파운드(약 499억원)에서 내려간 것"이라고 밝혔다. 텐 하흐와 애시워스의 경질 비용이 영업 이익 감소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 

나아가 매체는 "맨유는 또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하면서 중계권 수익이 급격히 떨어졌다. 중계권 수익이 지난 12개월 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급락했다"라고 덧붙였다. 


스카이스포츠는 "공동 구단주 이네오스가 이미 지난해 2월 구단의 운영권을 얻게 된 뒤 여러 차례 감축을 발표했다. 지난주 보도에 따르면, 구단은 200명 이상의 켄싱턴에 있는 구단의 런던 사무실을 포함한 직원들이 더 충원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맨유는 지난해 10월 28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에릭 텐 하흐는 맨유 남자 1군 감독직에서 물러났다"라고 발표했다.

맨유는 "텐 하흐가 맨유 남자 1군 팀 감독직에서 물러났다"라며 "그는 2022년 4월 부임해 2023년 카라바오컵, 2024년 FA컵 등 2개의 트로피를 구단에 남겼다. 우리는 그가 그의 시간 동안 우리와 함께 한 모든 것들에 감사하고 미래에 그가 잘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출신 감독인 텐 하흐 감독은 자국 리그 명문 AFC 아약스에서 지도력을 입증했다. 2018-2019시즌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4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2020-2021시즌, 2021-2022시즌에는 리그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아약스의 전성기를 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시즌부터 경기력이 살아나지 않았다. 막대한 이적시장 지출에도 선수단 구성이 엇나갔고 선수단과의 불화만 더 커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제이든 산초가 텐 하흐와 대립해 팀을 떠났다. 

이런 와중에 텐 하흐는 지난 시즌 FA컵 우승으로 여론을 바꿨고 맨유도 2026년 여름까지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텐 하흐 감독은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순위가 크게 추락해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 과정에서 텐 하흐 감독은 불명예스러운 기록들을 연달아 작성했다.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모든 대회에서 총 85골을 실점해 허용해 146년 역사를 자랑하는 맨유의 단일 시즌 최다 실점 신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가 9라운드까지 진행된 시점에서 맨유의 순위는 14위였다. 9경기 동안 승점 11(3승2무4패) 밖에 얻지 못하면서 최소 목표인 4위 애스턴 빌라(승점 18)와의 승점 차가 7점으로 벌어졌다.


또 올 시즌 참가한 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 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트벤테(1-1), FC포르투(3-3), 페네르바체(1-1)와의 3연전을 모두 비기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맨유는 결국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텐 하흐를 경질했고 텐 하흐의 재계약을 추진한 애시워스와도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사회에서 그를 경질했다. 

지난해 1월 구단 운영권을 가져온 이네오스의 첫 패착이었다. 이네오스는 이후 후벵 아모림을 선임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현재 순위가 리그 15위여서 불안함을 크게 지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네오스는 맨유 경영권을 잡은 뒤 경영합리화를 이유로 수백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올 상반기에도 200명 가량을 자를 예정이다.

하지만 텐 하흐에는 위약금으로 264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지급하는 등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취한 것도 드러났다. 그야말로 리더십도 없고 철학도 없는 회사가 맨유인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맨유 홈구장 올드트래퍼드의 별칭인 '꿈의 극장'은 점점 사라지고 애꿎은 직원들만 희생당하는 생지옥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