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이번 시즌 은퇴를 선언한 월드클래스 센터백 라파엘 바란이 에릭 텐 하흐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불화를 공개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19일(한국시간) 최근 은퇴를 선언한 라파엘 바란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여기에서 바란은 텐 하흐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고 고백했다.
1993년생인 바란은 2000년부터 AS 엘렘스, 랑스 아카데미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2010년 랑스 1군 팀에 승격하며 프로로 데뷔했다.
2010-2011시즌 곧바로 뛰어난 수비력과 스피드로 주목받은 바란은 당시 센터백이 필요했던 조세 무리뉴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의 제안을 받았고 1100만 유로(약 165억원)의 이적료로 레알에 입성했다.
레알에서 바란은 곧바로 세르히오 라모스와 호흡을 맞췄다. 첫 시즌은 출전 시간이 적었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코파 델레이에서 활약하면서 점차 입지를 다져갔다.
2020-2021시즌까지 레알에서 360경기 17골 7도움을 기록한 바란은 무리뉴, 지네딘 지단, 카를로 안첼로티 등 명장과 호흡을 맞추며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 4회, 라리가 우승 3회, 코파 델레이 우승 1회, 수페르코파 우승 3회 등 무수히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 시기에 바란은 프랑스 축구 대표팀으로 출전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선수로서 얻을 수 있는 거의 모든 트로피를 다 들어 올렸다.
무리뉴의 안목이 옳았던 것이다.
레알에서 10년간 활약한 바란은 갑작스럽게 변화를 선택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바란은 인터뷰에서 "내가 이미 한 것들보다 더할 수 없을 거라고 느꼈다. 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없었다. 레알은 특별했지만, 난 이미 이를 해냈다"라며 이유를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바란은 새 도전을 원했고 프리미어리그의 관심을 받아 2021년 맨유로 향했다. 두 팀 상황은 매우 달랐다. 맨유는 2012-2013시즌 이후 리그 우승이 없었다.
바란은 "항상 꿈꾸던 구단이었다. 경기장, 팬들이 그것을 대표한다"라며 무언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고 자신의 경험으로 맨유가 우승을 차지하도록 돕고 싶었다.
바란은 첫 시즌에 올레 군나르 솔샤르와 마이클 캐릭 감독대행, 그리고 랄프 랑닉 임시 감독을 경험했다.
이후 2022년 4월 텐 하흐 부임이 확정됐다. 2022-2023시즌을 앞두고 캐링턴 훈련장에 텐 하흐가 왔다.
바란은 본능적으로 수비를 해오던 자신의 스타일과 텐 하흐의 지도 방식이 반대된다고 밝혔다.
바란은 "사전에 상당히 경직된 플레이 패턴이 정의돼 있었다. 경기장 안에서 적응하는 데 있어 유연성이 거의 없었다. 게임 계획이 정말 정밀했고 많은 정보가 있었다. 달랐다"라고 말했다.
본능적인 선수인 바란은 더 많은 자율성을 원했고 이 방면에서 텐 하흐와 충돌했다. 그는 텐 하흐와의 관계가 '약간 특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란은 "적절한 단어를 찾기 어렵다. 때때로 아주 긴장됐다. 그는 가끔 선수들의 피드백을 들으려고 노력했고 어떤 때는 선수들의 기분은 듣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우리는 기복이 있었다. 복잡했다"고 했다.
바란은 2022-2023시즌 텐 하흐가 선택한 주전 센터백이었지만, 다음 시즌 10월부터 12월 중순까지 그는 경기에 선발로 나서지 않았다. 이 기간에 그는 리그 9경기에서 단 18분밖에 뛰지 못했으며 맨체스터 더비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 경기에서 맨유는 홈 경기임에도 0-3 완패를 당했다.
당시 텐 하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바란을 제외한 것이 '전술적인 선택'이라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구단 일부 사람들은 바란이 감독의 높은 라인에서 플레이하는 것에 대한 열망에 신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 맨유는 높은 압박과 낮은 수비 블록으로 인해 가운데 공간을 크게 내줘야 했다.
바란은 텐 하흐가 자신에게 경기에서 제외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탄탄한 토론을 나눴다. 서로에게 몇 가지 진실을 말했지만, 난 거의 두 달 동안 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텐 하흐에게 팀의 관계와 관련해 특정한 방식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선수들이 전혀 만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팀에 좋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감독과의 관계 측면에서 좋지 않았다"라며 "그가 '알겠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라고 했고 그 이후에 난 뛰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란은 자신이 아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제이든 산초를 본보기 삼았다고 했다. 그는 텐 하흐가 아마도 공포감으로 존중을 얻길 원했다고 생각했다.
바란은 "텐 하흐는 항상 맨체스터에 있는 동안 혼자 있는 선수의 본보기가 필요했다. 그는 팀의 중요한 선수 한 명 이상과 함께 그렇게 했다. 그는 항상 선수단의 특정 리더들과 갈등을 겪었다. 이것이 그의 관리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바란은 텐하흐와의 갈등을 겪은 뒤, 맨유와 재계약하지 않았다. 2023-2024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됐고 자유계약(FA) 신분으로 팀을 떠났다. 하지만 텐하흐는 이전 시즌 FA컵 우승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바란도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맨유에서의 커리어를 마쳤다.
맨유를 떠난 뒤 텐 하흐의 재계약 소식을 듣고, 바란은 "난 그가 (맨유에) 남아서 놀랐다. 선수단과의 유대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라면서 의아했다고 했다.
바란은 지난해 7월, 이탈리아 세리에A 승격팀 코모와 계약을 맺었지만, 한동안 달고 있던 무릎 부상이 커지면서 결국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디애슬레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