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과 양민혁이 토트넘 홋스퍼의 좌우 날개를 책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 임대를 떠난 양민혁이 자신의 선발 데뷔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자 양민혁에게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양민혁이 지금 흐름을 이어가 임대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그가 토트넘으로 돌아온 뒤 2025-26시즌을 준비하는 프리시즌부터 친선경기에 나서는 등 1군에서 경쟁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중이다.
양민혁이 토트넘에서 꿈에 그리던 1군 무대를 밟는다면 한국 축구 대선배이자 프리미어리그(PL)에서 10년간 활약하며 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손흥민과 함께 뛰게 될 수도 있다.
영국 언론 '풋볼 런던'은 17일(한국시간)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토트넘은 이미 수년간 팀에 이익을 줄 수 있는 이적을 완료했다. 토트넘의 유망주 양민혁이 QPR 임대 생활을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작했으며, 금요일 저녁 자신의 첫 어시스트를 기록했다"며 양민혁을 주목했다.
양민혁은 지난 15일 영국 런던의 로프터스 로드에서 열린 더비 카운티와의 2024-25시즌 챔피언십(2부리그) 33라운드 홈 경기에 QPR의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전해 후반전 한 개의 도움을 기록한 것을 포함해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다.
QPR은 도움을 올린 양민혁을 비롯한 선수들의 활약을 앞세워 4-0 대승을 거뒀다. 승점 3점을 획득한 QPR(승점 44)은 리그 13위로 올라섰다. 7위 코번트리 시티(승점 47)와의 승점 차가 3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QPR은 다음 라운드에서 중상위권 진입을 꾀하고 있다.
이날 양민혁은 QPR의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했다. 기존 선발로 출전하던 폴 스미스가 이전 경기에서 타박상을 당해 선발로 출전하기 어려워지자 마르티 시푸엔테스 감독이 양민혁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QPR 입단 후 4경기 만에 선발 출전하게 된 양민혁은 긴장도 하지 않았는지 장기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 능력을 앞세워 더비 카운티의 왼쪽 측면을 공략했다. 상대 수비수 다리 사이로 공을 빼내는 재치 넘치는 개인기를 선보이는 한편 퍼스트 터치 한 번으로 압박을 풀고 나오는 등 몇 차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더니, 후반 12분 어시스트까지 기록하며 방점을 찍었다.
공중볼 경합 후 공이 자신에게 흐르자 감각적인 퍼스트 터치로 수비를 벗겨내면서 앞으로 치고 나간 양민혁은 페널티지역 오른편에서 안쪽을 바라보고 낮게 깔리는 크로스를 시도했다. 이를 쇄도하던 일리아스 셰어가 슈팅으로 연결해 더비 카운티의 골네트를 갈랐다. 양민혁의 영국 무대 진출 후 첫 번째 도움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셰어는 득점의 공을 양민혁에게 돌렸다. 그는 골이 골라인을 넘어간 직후 양민혁에게 달려와 양민혁과 얼싸안고 득점의 기쁨을 나눴다. 임무를 마친 양민혁은 후반 18분경 폴 스미스와 교체돼 나오면서 자신의 선발 데뷔전을 인상적으로 마무리했다.
양민혁의 활약상을 지켜본 영국 현지 매체 '웨스트 런던 스포츠'는 "경기 초반 몇 차례 파울을 당하는 등 선발 데뷔전부터 어려운 순간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QPR로 임대된 토트넘 출신의 10대 선수가 선보인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양민혁은 언제나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가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하이라이트는 맷 클라크를 지나치고 셰어의 골을 도운 것"이라며 호평했다.
매체는 양민혁에게 평점 8점을 부여하며 양민혁의 활약을 인정했다. 양민혁이 지난해 12월이 되어서야 처음 영국에 왔고, 토트넘에서 한 경기도 치르지 못한 채 QPR로 이적해 4경기 만에 치른 선발 데뷔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웨스트 런던 스포츠'가 양민혁에게 준 8점은 상당히 높은 점수였다.
더비 카운티전에서의 활약은 '풋볼 런던'에서 토트넘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들도 흥분시켰다.
'풋볼 런던'의 롭 게스트는 "양민혁은 경기에서 63분만 소화했지만, 포츠머스전에서 선발 경쟁력을 갖출 정도로 경기력이 꽤나 인상적이었다"며 "양민혁이 챔피언십처럼 신체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리그에서 영국 축구를 어떻게 처음 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던져졌지만, 양민혁은 이미 그 질문 중 일부에 답한 것 같다. 그는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특히 양민혁이 도움을 올린 장면을 두고 "양민혁은 셰어가 골네트 높은 쪽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공을 플레이트에 올려뒀다. 이 모든 것은 그의 쇄도에서 비롯됐고, 양민혁은 동료가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공을 뒤쪽으로 뺐다"며 양민혁이 도움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센스 넘치는 플레이를 조명했다.
그러면서 "셰어는 그의 팀 동료를 가리킨 게 모든 걸 말해준다. 나머지 QPR 선수들도 경기장 코너에서 두 사람을 축하해 주기 위해 달려왔다"며 "이는 양민혁이 QPR 유니폼을 입고 보여준 최고의 모습이었고, 토트넘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성과였다"고 했다.
게스트는 나아가 양민혁이 지금 흐름을 유지한다면 토트넘 1군에서 경쟁하기에 충분한 선수로 성장할 거라고 내다봤다.
그는 "양민혁이 QPR에서 긍정적인 방식으로 임대 생활을 시작한 건 2024-25시즌이 13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그가 지금 속도로 발전하고 인상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모든 관계자들에게 좋은 징조"라면서 "그가 7월 초 홋스퍼 웨이(토트넘 훈련장)로 돌아오면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눈을 사로잡고 여름 친선경기에서 많은 활약을 펼칠 것이다. 토트넘이 티모 베르너의 임대를 연장하는 걸 보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에 양민혁은 이번 여름 윙어 순위에서 한 단계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스트는 끝으로 "120분만 뛰고도 런던 서부 지역에서 즉각적으로 인상을 남긴 양민혁은 북런던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한다"며 "지금부터 5월까지 그가 QPR에서 어떤 활약을 보이는지가 그가 꿈을 이루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사진=퀸즈 파크 레인저스 / 토트넘 홋스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