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철기둥' 김민재가 탄식했다.
김민재는 지난해 11월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연구소인 CIES에서 2024-2025시즌 세계 축구 센터백 중 가장 기량이 뛰어나다는 평을 들으며 1위를 차지했다.
기량 만큼은 월드클래스라는 뜻이다.
다만 이는 독일 분데스리가에 한정된 얘기라고 봐야 한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재의 실수로 그의 소속팀인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오르지도 못하고 탈락할 뻔했다.
뮌헨이 스코틀랜드 강호 셀틱을 힘겹게 물리치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에 진출했다.
벨기에 국적 월드클래스 센터백 출신 뱅상 콤파니 감독이 이끄는 뮌헨은 19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풋볼 아레나 뮌헨에서 열린 셀틱과의 2024-2025 UCL 녹아웃 페이즈 플레이오프(PO) 2차전 홈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앞서 1차전 원정 경기에서 2-1로 이겼던 뮌헨은 1, 2차전 합계 3-2로 셀틱을 제압하고 16강에 올랐다.
이날 경기에선 후반 중반부터 '코리안 더비'가 성사됐다. 6일 전인 지난 13일 벌어졌던 1차전에선 김민재가 부상 예방 차원에서 벤치를 지켜 셀틱 공격수 양현준과의 코리안 더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엔 달랐다. 김민재가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고 양현준이 후반 24분 교체로 출전해 맞대결이 성사됐다.
경기는 전력에서 앞선 뮌헨이 홈에서 어렵지 않게 이길 것이란 예상과 달리 다소 느슨한 플레이로 셀틱에 좋은 공격 기회를 여러 차례 내줬다.
셀틱 공격진이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며 뮌헨은 실점 위기를 넘긴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전반 20분 이후 주도권을 잡은 뮌헨은 전반 38분 키미히의 왼발 슈팅이 오른쪽 골대를 비껴갔고, 전반 45분 케인의 골대 정면 왼발 논스톱 슈팅은 크로스바를 맞고 나와 득점으로 연결하진 못했다.
뮌헨은 이후 세계적인 공격수 케인이 종아리 부상 등으로 교체아웃되는 악재를 받아들었다.
한 골을 넣지 못하면 그대로 짐을 싸고 돌아가는 셀틱은 필사적으로 홈팀을 공략했다.
결국 후반 18분 셀틱이 선제골을 기록했는데 김민재가 아쉬운 수비 실수를 범해 퀸에게 골을 내줬다.
셀틱은 역습 상황에서 일본인 공격수 마에다가 오른쪽 측면의 퀸을 향해 낮게 깔아 패스하자 김민재가 태클로 끊어내려 했지만 제대로 공을 걷어내지 못했고, 퀸이 왼발로 반대쪽 골대 구석에 찔러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1~2차전 합계 2-2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셀틱은 후반 24분 이날 골 주인공 퀸이 왼쪽 허벅지를 부여잡고 주저앉자 양현준을 대신 집어넣었다.
다만 전력에서 우위인 뮌헨이 파상공세를 퍼부으며 동점포를 통해 1~2차전 합계에서 다시 우위를 점하고자 했으나 좀처럼 셀틱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후반 29분 고레츠카의 헤더와 2분 뒤 자네의 왼발 슈팅은 각각 골대와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났고, 후반 34분 키미히의 슈팅도 셀틱 골키퍼 카스페르 슈마이켈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챔피언스리그의 경우 원정 우선골 조항이 없기 때문에 두 팀은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리는 듯 했으나 종료 직전 알폰소 데이비스가 극적인 동점골을 넣어 1-1을 만들고 1~2차전 합계 3-2 승리를 챙겼다.
후반 추가 시간 고레츠카의 헤더가 상대 골키퍼 슈마이켈의 선방에 막혀 나왔으나 적극적으로 쇄도한 데이비스가 발로 밀어 넣어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렸다.
김민재 입장에선 지옥에서 천당으로 이동하는 순간이었다.
김민재는 이날 셀틱전 외에도 챔피언스리그에서 여러 차례 흔들려 자신의 기량을 좀 더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해 10월 FC바르셀로나전에서 고전했던 김민재는 지난달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원정에서도 0-3 참패를 막지 못했다.
아직은 김민재의 철기둥 수비가 분데스리가에서만 위력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뮌헨은 레버쿠젠(독일) 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 16강에서 맞붙는다. 현지시간으로 21일 추첨을 통해 최종 결정된다. 레버쿠젠은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팀으로 이번시즌에도 뮌헨이 분데스리가와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에서 총 3번 붙었으나 1무 2패로 열세다.
스페인 라리가 3강 중 하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빠른 역습으로 상대를 무너트리는 스타일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