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손흥민 수난시대다. 토트넘이 잉글랜드 FA컵 탈락이라는 쓰라린 결과를 맞이한 데 이어, 손흥민이 이날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토트넘 홋스퍼는 10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 있는 빌라 파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랜드 FA컵 4라운드(32강)에서 애스턴 빌라에 1-2로 패했다. 이에 따라 토트넘은 지난 카라바오컵 준결승 탈락에 이어 FA컵에서도 조기 탈락하며 무관 가능성이 짙어졌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4-2-3-1 포메이션에서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했다. 안토닌 킨스키가 골키퍼 장갑을 낀채, 제드 스펜스, 아치 그레이, 케빈 단소, 페드로 포로가 수비진을 구성했다. 중원에는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10번 역할을 맡았고,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루카스 베리발이 수비를 보조했다. 좌우 날개에는 어린 유망주인 마티스 텔과 마이키 무어가 출전했으며 최전방 원톱에는 손흥민이 배치됐다.
홈팀 애스턴 빌라는 4-4-1-1 포메이션으로 준비했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즈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고, 그 앞에 뤼카 디뉴, 부바카르 카마라, 에즈리 콘사, 안드레스 가르시아가 수비를 책임졌다. 제이콥 램지, 유리 틸레망스, 존 맥긴, 레온 베일리가 중원에 배치됐고, 도니언 말런과 모건 로저스가 공격을 맡았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애스턴 빌라는 빠르게 선제골을 기록했다. 킥오프 후 58초 만에 제이콥 램지의 왼발 슈팅이 토트넘 골키퍼 안톤 킨스키의 손을 맞고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토트넘의 중원은 활짝 열렸다. 모건 로저스는 이 공간을 공략해 파고들어 램지에게 어시스트를 제공했다.
이후 토트넘은 만회골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쳤지만, 후반 20분 로저스가 추가골을 터뜨리며 빌라가 2-0으로 앞서갔다.
그대로 끌려가던 토트넘은 경기가 종료되기 직전인 후반 추가시간, 새롭게 영입한 마티스 텔이 한 골을 만회하며 한 골 따라붙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끝내 동점골을 기록하지 못하며 FA컵에서도 탈락하고 말았다.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한 손흥민 역시 이날 경기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답지 않게 명백한 득점 찬스 마저 놓쳤다.
전반 24분 무어의 정확한 크로스를 받아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았으나, 그의 논스톱 오른발 슈팅이 힘없이 애스턴 빌라의 마르티네스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막혔다. 이 장면은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었던 기회였기에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후 축구 통계 사이트 및 현지 매체들은 손흥민에게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풋볼 런던’은 손흥민에게 팀 내 최저 평점인 4점을 부여하며 "중요한 순간에 주장으로서의 퀄리티가 필요했으나,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후스코어드닷컴은 6.1점, 소파스코어는 6.2점, 풋몹은 5.9점을 매겼으며, 이는 팀 내 하위권에 해당하는 점수였다.
토트넘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영국 '스퍼스웹' 역시 경기 후 손흥민에게 평점 '1.5'점이라는 충격적인 점수를 매겼다.
매체는 "손흥민은 무어가 건내 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쳤다. 경기 남은 시간 동안 손흥민의 자신감은 무너진 것처럼 보였다"며 "손흥민은 이후에도 빌라 수비진에 의해 완전히 통제됐다. 드리블은 위협적이지 않았고, 그 역시 열정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한때 황금빛이었던 손흥민의 명성이 훼손되고 있다. 그의 쇠퇴가 날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손흥민에게 안타까운 감정마저 들기 시작했다"며 엄청난 혹평을 날렸다.
손흥민은 올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10골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중요한 경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며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빌라전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점이 뼈아프게 작용하며 매각설까지 등장했다.
영국 매체 '기브 미 스포츠' 역시 경기 후 "손흥민은 확실히 이전보다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그의 기량이 완전히 하락하기 전에 적절한 이적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에 더해 최근 '주장' 손흥민의 리더십을 눌러싼 논란 역시 다시 점화됐다. 과거 토트넘에서 활약했던 제이미 레드냅은 "손흥민이 주장으로서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위기 상황에서 그의 역할이 모호하다"며 비판했다.
손흥민을 향한 비판은 단순한 경기력 저하를 넘어 팀 내 리더로서의 역할 수행 여부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지고 있다. 과거 해리 케인과 위고 요리스가 팀을 떠난 이후 손흥민이 주장으로 임명됐지만, 경기 내외적으로 팀을 이끄는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FA컵 탈락으로 인해 토트넘은 이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와 리그 상위권 돌입을 위한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경기력 부진과 연이은 패배로 인해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상태다.
토트넘은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도 4위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부진이 계속될 경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토트넘을 이끌고 있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리 팀에는 분명히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 패배를 통해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가 아는 손흥민은 위기 속에서도 늘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비판을 발판 삼아 다시 한번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남은 시즌 동안 손흥민이 주장으로서, 그리고 팀의 핵심 공격수로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