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비평가들의 목에 가시를 박아 넣었다."
골로 증명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위기의 토트넘을 구해낸 이는 다름 아닌 손흥민이었다.
최근 몇 차례 좋은 찬스를 날려 많은 비판을 받았다. 17세 공격수에게 주전을 넘겨줘야 한다는 혹평까지 들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자신과 토트넘의 고비에서 맹활약하며 진가를 확실히 알렸다.
손흥민이 멀티골을 폭발하면서 크게 웃었다. 그가 활약하면서 소속팀 토트넘도 독일 다크호스 호펜하임을 누르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토트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유로파리그 우승 1~2순위를 나눠 갖고 있다. 초반 3연승 뒤 2무 1패로 비틀거렸으나 손흥민이 부활의 날개짓을 하면서 함께 웃었다.
호주 출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24일(한국시간) 독일 진스하임의 프리제로 아레나에서 열린 호펜하임과의 2024-2025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7차전에서 멀티골을 뽑아낸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3-2로 승리했다.
상대가 추격 의지를 보일 때마다 손흥민의 골이 '쾅쾅' 터지면서 적지서 귀중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토트넘은 리그 페이즈 7경기에서 승점 14를 기록하며 16강 직행 티켓을 거의 손에 넣었다.
UEFA는 이번 시즌부터 주관하는 클럽대항전 방식을 변경했다. 이전처럼 그룹을 나눠 조별리그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아닌 본선 진출 36개 팀을 포트로 분류한 뒤 무작위로 추첨해 8개팀과 홈앤드어웨이 승부를 통해 토너먼트에 직행하는 팀들을 나눈다. 36개팀들 중 1위부터 8위까지만 토너먼트로 직행한다. 9위부터 24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고, 그 아래 12팀은 탈락한다.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이번 시즌 3가지 컵대회에서 모두 살아남은 상태여서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면 경기가 너무 많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손흥민이 불꽃 같은 플레이를 펼치면서 순위를 6위까지 끌어올리고 16강 직행 자력 확보의 길을 열었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뒤 후반 34분 교체될 때까지 2골을 쏟아내며 시즌 9~10호골을 작성, 2016-2017시즌부터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의 기쁨을 맛봤다.
프리미어리그에서 6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유로파리그에선 지난해 11월 AS 로마전 페널티킥 골이 유일했으나 이날 필드골을 두 차례 넣었다. 리그컵 8강에서 맨유를 상대로 환상적인 코너킥 골을 하나 넣었기 때문에 총 10골이다.
이번 시즌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부진하다보니 '에이징 커브'의 우려를 낳았으나 유로파리그 무대에서 멀티골을 낚아 '월드클래스 골잡이'의 품위를 뽐냈다. 손흥민은 지난해 8월 에버턴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멀티골을 넣은 뒤 처음으로 한 경기 2골에 성공했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 3분 만에 제임스 매디슨의 선제골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매디슨은 오른쪽 수비수 페트로 포로의 긴 패스를 상대 수비라인 뚫고 트래핑한 뒤 오른발로 차 넣어 토트넘의 기선제압 주인공이 됐다.
추가골은 손흥민이 맡았다.
손흥민은 전반 22분 매디슨이 중앙선 부근에서 투입한 패스를 이어받아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파고든 뒤 왼발 슈팅을 때렸다. 볼은 몸을 던진 수비수의 몸에 맞고 굴절되며 왼쪽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외신은 이 골에 대해 전부 "행운이 상당히 겹친 골"이라고 평가했다.
후반엔 행운 없는 깔끔한 골을 터트렸다.
전반을 2-0으로 마친 토트넘은 후반 들어 호펜하임의 공세에 여러 차례 위기를 맞으며 결국 추격골을 내줬다.
후반 9분 홈팀 크로아티아 공격수 안드레이 크라마리치의 헤더가 골대를 맞고 나온 호펜하임은 후반 19분에는 토트넘 골대 정면에서 공중볼 경합을 펼치던 막스 뫼어슈테트가 넘어져 페널티킥 득점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주심은 페널티킥 직전 '온 필드 리뷰'에 나섰고, 판독 결과 반칙이 아닌 것으로 판정이 뒤집히며 페널티킥은 취소됐다.
이후에도 굴하지 않고 한 수 위 전력을 갖춘 토트넘 골문을 두드린 호펜하임은 후반 23분 안톤 스타흐의 추격골이 터지면서 토트넘을 한 골 차로 압박했다.
이 때 손흥민의 쐐기골이 터졌다. 후반 32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수비수를 앞에 두고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자신의 멀티골을 완성한 것이다. 외신도 이 골에 대해선 "손흥민을 누구도 막을 수 없음을 증명한 골이었다"고 했다.
이후 호펜하임이 만회골을 넣었으나 3-3을 만들진 못하면서 손흥민의 두 번째 골은 이날 경기 결승포가 됐다.
오는 26일 레스터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를 앞둔 손흥민은 체력 안배 차원에서 후반 34분 윌 랭크셔와 교체돼 벤치로 돌아갔다.
손흥민은 직전 경기였던 에버턴 원정에서 전반 중반 1-1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찬스를 놓쳐 토트넘 팬들의 비난을 크게 받았다. 에버턴전 후반 중반에 들어와 1도움 올리는 등 활약한 17세 공격수 마이키 무어에 주전을 넘겨줘야 한다는 혹평까지 들었다.
호펜하임전에서 그런 우려와 비판을 골로 날려버렸다. 실력으로 평론가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영국 유력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토트넘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손흥민은 비평가들의 목에 가시를 박아넣었다"며 극찬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