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울산 소방수→첫 풀시즌’ 김판곤의 고백 “코리아컵 준우승 땐 울고 싶었다, 2025년 제대로 색깔 보여줄 것” [SS두바이in]
‘울산 소방수→첫 풀시즌’ 김판곤의 고백 “코리아컵 준우승 땐 울고 싶었다, 2025년 제대로 색깔 보여줄 것” [SS두바이in]
botv
2025-01-24 08:01

[스포츠서울 | 두바이=] “2025년 ‘김판곤 색깔’ 제대로 보여줄 것.”

가감 없는 답변 속 ‘백절불굴(百折不屈·어떠한 난관에도 절대 굽히지 않음)’의 마음이 느껴졌다. ‘K리그1 디펜딩 챔프’ 울산HD 김판곤 감독은 을사년 새해 자기 축구를 명확히 표현하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울산의 새 시즌 동계전지훈련지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선수단 호텔에서 만난 김 감독은 “K리그 감독으로 첫 풀시즌이다. (선수 보강을 두고) 화룡점정 몇 명을 놓쳐 100% 만족은 못한다. 다만 그런 게 안 되는 게 인생”이라며 “새로 온 선수 모두 기술이 좋다. 노련미 있는 중심 선수도 안 놓쳤다. 울산의 직업정신과 하모니를 이룰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감독은 울산의 리그 2연패를 이끈 홍명보 전 감독이 지난해 여름 A대표팀 사령탑으로 떠난 뒤 소방수로 전격 부임했다. 홍콩, 말레이시아 대표팀 등을 이끌며 주가를 높인 그는 가족의 반대에도 귀국, 처음으로 K리그 정식 사령탑에 도전했다. 그것도 ‘우승해야 하는’ 울산이었다.

베테랑을 중심으로 팀 분위기를 다잡은 김 감독은 공격 지향적 수비 색채를 내세우며 팀의 리그 3연패 대업을 이끌었다. 최대 미션을 완수했다. 그는 울산이 첫 별을 단 1996년 우승 멤버로 뛰었는데, 그해 쓸쓸하게 유니폼을 벗었다. 28년 만에 ‘친정팀 감독’으로 돌아와 별을 단 만큼 감회가 새로웠다. 당시 “지하 10층에서 지도자를 시작했다. 도장깨기의 마음으로 모든 걸 바쳤다”며 무명에서 빅클럽 지도자로 거듭나 트로피를 안은 것에 감격해했다. 아픔도 따랐다. 리그 우승 이후 코리아컵에서 더블을 노렸지만 ‘동해안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와 결승에서 쓰라린 패배를 안았다.

김 감독은 “(코리아컵 준우승 때) 사실 울고 싶었다”고 너털웃음을 짓더니 “어릴 때 물고기 잡다가 그물에 장어가 걸려 좋아했는데 손 사이로 쑥 빠져나간 적이 있다. 더블에 자신이 있었는데 어릴 때 장어놓친 기분이 들더라”고 회상했다.

환희와 좌절, 희망으로 점철된 지난해 하반기. 그런 만큼 ‘첫 풀시즌’인 2025시즌에 대한 동기부여가 크다. 그는 “상대가 숨을 못 쉴 정도로 지배하며 더 빠른 축구를 지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하 10층이었는데) 울산에 왔고 (우승했으니) 지상에 온 건 맞다. 그렇다고 (지도자로) 모두 검증된 건 아니다. 경쟁할 자리에 왔다. 내 가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은 올해 4개 대회(리그·코리아컵·ACLE·클럽월드컵)에서 최소 50경기 이상 치러야 한다. 김 감독은 “K리그1 4연패가 우선”이라고 명확히 했다.

허율, 이희균, 서명관 등 공수에 젊은 자원을 수혈하며 리모델링했다. 주장 완장은 베테랑 김영권에게 줬다. 이청용, 조현우, 고승범 등이 가교 구실하며 ‘원 팀 문화’ 지속을 그린다. 수석코치로 영입한 포르투갈 출신 주앙 폰세카를 비롯해 코치진 구성도 만족, 힘을 싣고 있다. 김 감독은 전술과 관련해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전방 압박을 비롯해 원리는 같다. 유연해야 한다. 상대 숨을 못 쉬게 해야 한다. 지난 시즌 맛 봤으니 올해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올해 ‘감독 김판곤’의 색과 철학이 팬에게 인식됐으면 한다. 평소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의 책임을 다하자고 얘기한다. 신념을 바탕으로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