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내 가장 뛰어난 마무리 능력을 지닌 선수는 손흥민이다. 손흥민이 슛을 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토트넘 공격을 살리는 가장 쉬운 길이다. 오랜만의 멀티골을 통해 손흥민의 가치가 다시 드러났다.
24일(한국시간) 독일 호펜하임의 프리제로 아레나에서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7차전을 치른 토트넘홋스퍼가 호펜하임을 3-2로 꺾었다.
이 승리로 토트넘이 유로파리그 8강에 진입했다. 경기 종료 시점에는 7라운드를 아직 치르지 않은 팀이 많지만 최소한 7라운드 무승부에 그친 갈라타사라이(승점 13)는 제치면서 순위를 9위보다 한 계단 이상 올릴 수 있게 됐다. 남은 8차전에서도 8강 순위를 유지한다면 유로파리그 16강에 즉시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손흥민의 속공 마무리 능력이 빛난 경기였다. 전반 23분 역습 상황에서 제임스 매디슨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의 왼발슛이 수비 맞고 굴절돼 들어갔다. 후반 33분 마이키 무어의 패스를 비슷한 위치에서 받은 손흥민이 수비를 앞에 놓고 짧은 드리블로 틈을 벌린 뒤 왼발로 마무리했다. 양발잡이 특유의 어느 쪽으로 치고나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을 활용한 득점이었다.
손흥민은 현재까지 28경기 10골을 기록 중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19경기, 카라바오컵 3경기, FA컵 1경기, 유로파리그 5경기를 소화했다. 2.8경기당 1골을 넣는 득점 추이다. 시즌 초 부상 이후 별다른 몸의 이상 없이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손흥민의 상황과 시즌이 겨우 절반을 넘긴 시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시즌도 리그 10골과 컵대회 포함 15골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 주전이 아니었던 첫 시즌 이후, 손흥민은 매년 PL 10골 이상을 기록했다. 가장 득점이 저조했던 2022-2023시즌 PL 10골, 시즌 14골을 기록한 바 있다. 그때에 비하면 이번 시즌 득점 페이스가 좀 더 좋다.
최근 손흥민의 경기력과 결정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지만, 이날 경기를 보면 손흥민이 득점에 더 집중하게 해 준다면 충분히 보답이 따른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손흥민은 33세다. 과거처럼 왕성한 수비가담, 측면돌파, 패스 전개, 마무리까지 모든 걸 다 해내는 게 아니라 좀 더 공격에 집중하게 해 줘야 할 나이다. 같은 나이에 세계최고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는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도 수비가담은 20대 시절에 비해 많이 줄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손흥민과 비슷한 플레이스타일을 가졌던 스타 선수들도 30대에 들어서는 왕년의 다재다능함을 버리고 골에 집중하는 쪽으로 역할 조정을 거쳤다.
호펜하임 상대로 손흥민이 오랜만에 멀티골을 넣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속공 상황이 자주 나왔기 때문이었다. 팀이 일찌감치 리드를 잡았기 때문에 상대팀 호펜하임이 공격일변도로 나왔고, 그래서 생긴 수비 배후 공간을 손흥민이 두 번 응징했다. 속공 기회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예전보다 느려졌다는 비판도 있지만 손흥민의 현재 스피드로도 속공 마무리와 한 명 정도 제치는 건 충분하다.
두 번째 요인은 손흥민에게 패스를 준 제임스 매디슨과 마이키 무어 등 대신 공을 운반해 줄 선수의 존재였다. 특히 18세 유망주 무어는 최근 손흥민 대신 선발로 써야 한다는 현지 여론도 있었지만, 무어가 현재까지 보여준 특기는 마무리가 아니라 드리블이다. 무어가 헤집고 손흥민이 마무리하는 등 손흥민에게 더 편한 세팅을 해주기 위한 조합으로 함께 출장할 수 있다.
손흥민 정도로 결정력을 증명했고 팀내에서 이룬 것도 많은 선수는 30대가 되었을 때 잘 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술적 배려를 받아도 된다. 이는 노장예우가 아니라 토트넘이 공격력을 회복하고 살아남기 위한 길일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