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태국 방콕] 김형중 기자 = 어린 나이 독일로 넘어가 분데스리가를 경험했던 선수가 K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다. 올 겨울 대전하나시티즌에 둥지를 튼 수비수 박규현(23)이다.
지난 2019년 울산 현대고등학교 3학년 시절 독일 베르더 브레멘에 입단한 박규현은 3부 리그 디나모 드레스덴을 거친 뒤 지난해 12월 대전 이적을 확정했다.
그 사이 대표팀도 오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끌던 2023년 6월 권경원의 부상으로 대체 발탁되었고, 페루와 엘살바도르전에 연속 출전하며 이름을 알렸다. 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 23세 이하 대표팀에도 합류하며 우승에 일조하기도 했다.
18일 태국 방콕에서 만난 박규현의 얼굴은 무언가 달라 보였다. 수염이 안 보였다. 그는 “6개월 정도 전에 할머니 때문에 수염을 밀었다. 제가 할머니와 사이가 좋아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사진을 찍었는데 보통 조부모님은 사진을 벽에 걸어놓지 않나. 그런데 어느 날 갔더니 사진이 바닥에 있었다. 여쭤보니 수염 때문에 눈이 안 간다고 하셨다. 그날 바로 수염 밀고 다시 찍으러 갔다. 그 사진은 벽에 걸렸고 할머니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도 되었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궁금한 것을 물었다. 왜 한국에 왔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밝힌 박규현은 “하나는 황선홍 감독님과의 좋은 기억 때문이다. 아무래도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과를 얻었기 때문에 감독님이 처음 말씀하셨을 때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두 번째는 월드컵이란 무대에 서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시즌 대전의 잔류를 이끈 뒤, 수비 전력 강화를 위해 박규현을 낙점했다. 아시안게임을 함께 하며 잘 아는 자원이라는 점이 컸다. 이는 박규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결정을 쉽게 내리진 못했다. 당시 얘기하던 유럽 팀도 있었다. 불과 6개월 전이긴 한데 그때까지만 해도 K리그 복귀를 생각하지 않았다. 군대도 해결됐고 유럽에 계속 있었고, 언어도 적응해서 유럽에 더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는 박규현은 “그런데 감독님이 연락 주셔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2년 뒤면 월드컵이 있고 K리그도 좋은 무대고, 또 감독님과 함께 한 아시안게임 기억 때문에 결정하게 됐다”라며 황선홍 감독의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10대라는 어린 나이에 유럽 도전은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얻은 점은 분명했다. 그는 “가장 크게 얻은 점은 분데스리가를 경험했고 유럽 축구문화를 배웠다는 것이다. 또 언어가 가장 컸던 것 같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유럽을 나가고 싶어서 영어공부를 안 놓고 하긴 했었는데, 독일로 행선지가 정해지면서 독일어를 배워 자연스럽게 3개국어가 가능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2023/24시즌 독일 3부 리그 드레스덴 소속으로 리그 19경기를 소화했다. 전반기 부상으로 꽤 많은 경기를 건너 뛰었지만 후반기에는 주전 풀백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2024/25시즌에는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그는 “2023/24시즌 후반기, 그러니깐 1월부터 좀 이상이 왔다. 그때는 부상 안고 뛰었다. 아시안게임을 끝내고 왔고 팀에도 내부적인 문제가 있어서 몇 경기 안 들어갔던 때였다. 이때 쉬면 커리어에 흠집이 날 것 같아서 부상을 안은 채 열심히만 뛰었다. 괜찮다 싶었는데 그해 여름 휴식기가 끝나고 전지훈련 가서 재발됐다. 부상을 안고 가기엔 심하게 아파서 감독님과 상의 후에 쉬었다”고 설명했다.
약 6개월이 넘는 공백이 K리그 데뷔를 앞둔 현재 경기 감각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물었다. 하지만 박규현은 솔직했다. 그는 “그래서 여기 태국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데 이 시간에 최대한 경기 영상 보면서 팀원들과 발도 맞추고, 이해 안 되는 부분 있으면 코칭스태프 분들께 조언 구하고 있다”라며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지훈련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전술적인 면, 수비적인 면, 고강도 훈련이다. 축구는 90분 그 이상을 뛰어야 하기 때문에 고강도 훈련이 필요하다. 팀 내부적으로는 전술적으로 발을 맞춰가고 있고, 최소실점을 위해서 수비적인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줄곧 해외에서 뛰었기 때문에 국내 축구팬들에게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경기를 다 보시면 바로 아실 것이다. 1대1 수비가 가장 강점이다. 절대 쉽게 뚫리지 않는다. 가끔 오프 더 볼에서도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다. 감독님 전술에 따라 달라지긴 하는데, 어쨌든 1대1 수비를 가장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국밥 같다. 든든한 축구라는 뜻이다. 보고만 있어도 배부르다. 순대국밥 수비수다”라며 웃었다.
사진 = 골닷컴, 한국프로축구연맹,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