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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혁 아카데미 수준일걸?" 이게 현실이었나...토트넘 'U-21' 합류 가능성→"여기엔 젊은 경쟁자 많다" 손흥민 경고 맞았다
"양민혁 아카데미 수준일걸?" 이게 현실이었나...토트넘 'U-21' 합류 가능성→"여기엔 젊은 경쟁자 많다" 손흥민 경고 맞았다
botv
2025-01-18 11:03



[OSEN=고성환 기자] "양민혁에게 경고를 해주고 싶다. 현실적인 경고가 도움이 될 거다."

'캡틴' 손흥민(33)의 조언이 틀리지 않았던 모양새다. 양민혁(19, 이상 토트넘 홋스퍼)이 프리미어리그(PL)가 아닌 프리미어리그 2(PL 2)에서 먼저 뛸 가능성이 제기됐다.

2006년생 윙어 양민혁은 지난해 7월 토트넘과 공식 계약을 맺었다. 그는 2024시즌 준프로 신분으로 강원FC 유니폼을 입자마자 K리그1을 휩쓸었고, 데뷔 4개월 만에 토트넘 입단까지 성공한 것. 양민혁은 후반기에도 맹활약을 이어가며 38경기 12골 6도움로 K리그1 영플레이어상까지 손에 넣었다.

양민혁은 쉴 틈도 없이 영국 런던으로 날아갔다. 그는 강원의 역대 최고 성적(준우승)을 이끈 뒤 곧바로 토트넘에 합류했다. 리그 전 경기를 치를 정도로 꽉 찬 프로 첫 시즌을 치른 만큼 휴식이 예상됐으나 지난달 토트넘에서 조기 합류를 요청한 것.

런던에 도착한 양민혁은 지난 1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토트넘 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손흥민 옆에서 몸을 풀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갔고, 연습 경기에서 골망을 흔들기도 했다. 영국에서도 손흥민과 양민혁의 투샷이 관심을 받았다.

또한 양민혁은 등번호 18번을 받았다. 그는 아카데미 선수들이 아니라 주로 1군 멤버에게 주어지는 등번호 18번까지 배정받으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토트넘의 18번은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 해리 케인이 어릴 적 사용하던 번호이기 때문. 케인 외에도 위르겐 클린스만, 저메인 데포, 페르난도 요렌테 등 주요 공격수들이 거쳐갔던 번호다.


하지만 양민혁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1군 무대를 누비는 모습은 한동안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는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PL) 경기에서 모두 명단 제외됐고, 리버풀과 카라바오컵 준결승 1차전에선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끝까지 벤치를 지켰다. 결승 진출이 걸린 중요한 경기였던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아쉬운 건 양민혁이 5부리그 탬워스와 FA컵 경기에서도 명단 제외됐다는 것. 영국 현지에서도 양민혁이 토트넘 데뷔전을 치를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당시 '풋볼 런던'은 "양민혁이 이번 주말 토트넘에서 인사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1월 1일에 공식적으로 토트넘에 합류했으며 새로운 팀원들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방식에 대해 알아가는 데 몇 주를 보냈다"라며 "양민혁은 리버풀전에서 1분도 뛰지 못했다. 탬워스전에서는 교체로든 선발로든 출전할 가능성이 꽤 높다고 봐야 한다"라고 전망했다.

'토트넘 뉴스' 역시 "토트넘 팬들은 양민혁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매우 기뻐할 것"이라며 "탬워스와 경기는 현실적으로 예견된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양민혁은 큰 압박이 없는 환경에서 데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토트넘 소식에 능통한 존 웬햄도 양민혁의 데뷔를 점쳤다. 그는 '토트넘 뉴스'를 통해 "마이키 무어와 양민혁 둘 다 리버풀을 상대로 출전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양민혁은 탐워스전에서 교체로 나올 것 같다"라며 "존슨에게 출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양민혁이 선발로 나오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그는 출전할 것 같다. 이를 통해 스쿼드에 더 많은 옵션이 생기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주축 선수들을 대거 선발 기용했고, 양민혁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대신 2007년생 무어가 선발 출격했고, 2005년생 센터백 알피 도링턴과 2007년생 미드필더 칼럼 올루세시, 2005년생 공격수 윌 랭크셔가 벤치에 앉았다. 양민혁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토트넘 팬들도 양민혁이 왜 뛰지 못하는지 궁금해하는 상황. 토트넘 내부 사정에 밝은 폴 오키프는 "양민혁이 이제 막 영국에 왔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계속 뛰지 못하는 이유가 있나? 순전히 전략적 이유인가 아니면 부상 같은 다른 이유가 있는가?"라는 한 팬의 질문에 '적응'이라고 답했다. 그는 "순전히 양민혁을 영국과 영국 축구에 적응시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또 다른 팬은 "그렇다면 양민혁이 21세 이하(U-21) 팀에서 뛰게 될 것이란 의미인가?"라고 물었다. 오키프의 대답은 긍정이었다. 그는 "좋은 질문이다. 토트넘은 아마 그 방안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며 양민혁이 토트넘 1군 무대를 밟기 전에 아카데미 선수들과 함께 뛰며 적응기를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디 애슬레틱' 역시 양민혁의 아카데미행을 점친 바 있다. 매체는 지난달 말 "현재 양민혁은 새로운 나라에서 삶에 적응하며 영어 레슨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1군 스쿼드에서 포스테코글루의 폭넓은 옵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아치 그레이나 루카스 베리발보다는 아카데미 선수들 수준에 더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PL 구단들의 U-21 팀은 주로 21세 이하 선수들끼리 경쟁하는 PL 2에 참가한다. 현재 토트넘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무어도 지난 시즌까지 PL 2와 18세 이하(U-18) 리그를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양민혁도 U-21 팀에 합류해 꾸준히 경기를 치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달 초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양민혁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이달 초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맞대결을 앞두고 양민혁 기용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당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은 매우 어리고, 여기서 맞닥뜨리게 될 수준과는 매우 거리가 먼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 그냥 그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뿐"이라며 "손흥민이 있기 때문에 클럽 안팎에서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우리는 양민혁이 빠르게 적응하도록 도우려 한다.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다. 그냥 그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지켜 보자"라고 선을 그었다.



만약 정말로 양민혁이 토트넘 아카데미로 내려간다고 해도 지나치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물론 토트넘에 조기 합류하면서 꿈꿨던 그림은 아니겠지만, 그는 이제 막 유럽에 도착한 10대 선수다. 게다가 양민혁은 지난해 K리그1 시즌을 치른 뒤 제대로 휴식하지도 못했기에 회복이 우선이다. 지금 당장은 U-21 팀에서 다시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다음 시즌을 기약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토트넘과 한국 대표팀 선배 손흥민의 조언도 잊어선 안 된다. 그는 지난해 여름 '맨 인 블레이저스'를 통해 양민혁에게 냉철하지만, 값진 조언을 남겼다. 그는 "힘들 것이다. 난 그에게 PL에서 뛰는 건 전혀 쉽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 언어, 문화, 피지컬 모두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손흥민은 "난 그가 겁을 먹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고를 해주고 싶다. 현실적인 경고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양민혁은) K리그에서 잘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양민혁처럼 네 기회를 가져가고, 자리를 차지하려는 젊은 선수들이 언제나 있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손흥민은 양민혁을 향한 관심과 사랑도 부탁했다. 그는 '스탠다드'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너무 흥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양민혁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 달라"라면서 "그는 마이키 무어와 비슷한 나이다. 모두가 마이키를 좋아하듯 양민혁이 왔을 때도 그를 같은 방식으로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트넘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