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정환 기자] 양민혁(19,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직행은 너무 무리였을까.
양민혁은 영국 5부리그 하위권팀 탬워스를 상대로 명단조차 들지 못했다. 아스날과 북런던 더비 역시 당연히 양민혁에게 기회는 없었다. 등번호 18번을 받았지만 양민혁이 유니폼 입고 뛰는 모습은 아직까지 볼 수 없다. 언제 데뷔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양민혁이 지난 시즌 강원에서 12골을 넣으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전혀 검증을 받지 못한 신인에 불과하다. 당장 양민혁이 기회를 얻기에 프리미어리그라는 산은 너무 거대하다. 양민혁이 12월에 팀에 합류했지만 한 번도 명단에 들지 못하고 있다.
양민혁은 차근차근 유럽무대를 위한 계단을 밟지도 않았다. 프로리그 자체가 K리그가 처음이었다. 고교생 신분으로 한국에서 뛴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또 다른 문제다. 양민혁은 손흥민처럼 유럽 유소년팀에서 뛴 적이 없다. 김민재처럼 튀르키예 등 유럽 다른 리그를 거치지도 않고 바로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했다.
K리그1과 프리미어리그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 크다. 이동국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도 결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당장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마음에 양민혁은 없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은 프리미어리그 수준과 떨어진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 쏘니가 있어 적응을 도울 수 있다”면서 적응을 강조했다.
FA컵에서 5부리그 하위권 팀탬워스를 상대로도 양민혁은 전력구상에 없었다. 양민혁보다 한 살 어린 2007년생 마이키 무어까지 주전으로 뛰었지만 양민혁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양민혁이 영국무대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결국 영어를 못하는 것이 치명적 단점으로 드러났다. 토트넘을 취재하는 폴 오키프 기자는 양민혁 결장에 대해 “양민혁은 영국 적응에 초점을 두고 새로운 나라에서 생활하기 위해 영어 레슨을 받고 있다.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기본적인 언어가 되지 않아 축구를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 오키프는 “현재 (양민혁은) 아치 그레이, 루카스 베리발 같은 선수보다 토트넘 유소년 아카데미 수준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국내최고 스타가 영국에서 폄하를 당하는 일은 안타깝지만 지적에 일리가 있다.
오키프는 “양민혁은 추후 적응 속도에 따라 1군 스쿼드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줄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버리지는 않았다.
손흥민도 그 부분에 대해 냉정하게 조언했다.
손흥민은 지난해 8월 맨 인 블레이저스에 게재된 인터뷰서 "PL은 결코 쉽지 않다. 톱 플레이어로 성장하며녀 언어, 문화, 신체 조건 등 모든 것이 완벽해야 적응할 수 있다"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양민혁에게 도움이 될 현실적인 이야기다. K리그에서 잘한다고 느끼겠지만 PL에서는 양민혁 같은 선수들이 매일 기회를 잡고 싶어 한다"라고 토트넘의 치열한 경쟁 상황을 말했다.
또한 "양민혁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하게 돕겠지만, 내 자리를 물려줄 생각은 없다. 스스로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야 한다"라고 결국 선수 스스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잘하는 선수는 없다. 양민혁도 빨리 영국의 문화와 축구에 적응하면 충분히 기회가 있다. 이제 겨우 19세에 불과한 양민혁이 미숙한 것은 당연하다. 친구들은 아직 고등학생이다. 사회에 나온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 양민혁이 토트넘 U21팀에서 먼저 데뷔하거나 타팀으로 임대를 떠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민혁이 당장 손흥민과 뛰고 싶다는 꿈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를 본다면 양민혁이 감수하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