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양민혁(18)을 바로 1군에 기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간 평가에서는 일단 아카데미(U-21) 경기부터 시작하자는 입장이 나왔다.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양민혁의 데뷔가 계속 미뤄지는 이유를 전했다. 양민혁은 지난해 12월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런던으로 향해 토트넘에 정식 합류했다. 1군 선수단과 함께 훈련한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그런데도 아직 데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데 디 애슬레틱은 "양민혁은 지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먼저"라며 "아치 그레이나 루카스 베리발 등 동나이대 어린 선수와 비교했을 때 냉정하게 아카데미 수준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토트넘의 내부 평가가 조금은 안 좋은 듯하다. 토트넘 소식에 정통한 폴 오키프 기자 역시 양민혁의 출전 가능성을 물은 팬에게 "영국 축구에 적응하는 중이다. 순전히 적응 문제일 뿐 부상이나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가 21세 이하 팀에서 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처음 보여줬던 기대감과는 거리가 먼 태도다. 토트넘은 양민혁이 합류한 직후 훈련을 진행하는 사진을 대거 공개한 적이 있다. 더불어 손흥민이 양민혁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앵글로 사진을 찍어 둘의 커넥션에 큰 관심을 보였다.
꽤 무게감 있는 등번호도 건넸다. 당초 양민혁은 강원FC에서 달았던 47번을 토트넘에서도 배정받길 원했다. 그런데 이미 사용하는 선수가 있어 공석인 번호 중에 고르게 됐고, 18번이 주어졌다. 주로 1군 선수들이 다는 앞 번호라 순조롭게 입성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양민혁의 데뷔는 시간이 오래 걸릴 전망이다. 출전이 예상됐던 영국축구협회(FA)컵 탬워스(5부리그)전에 결장하더니 아직 영국 축구에 더 적응해야 한다는 날선 평가가 이어졌다.
토트넘 유소년 팀에서 경기 경험을 쌓는 것은 유럽 축구에 적응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유소년 리그는 경기 강도와 체력 소모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심리적·신체적 부담 없이 자신감을 쌓을 수 있는 무대다.
손흥민의 충고대로다. 손흥민은 지난해 8월 미국 스포츠 매체 맨 인 블레이저스를 통해 "힘들 거라는 걸 얘기해주고 싶다"라며 "프리미어리그는 전혀 쉽지 않다. 톱 플레이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언어, 문화, 피지컬, 인성,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것 등 모든 게 완벽히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겁주려는 건 아니다. 양민혁에게 도움이 될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강조한 손흥민은 "K리그에서 잘한다고 느끼겠지만, 여기서는 (양민혁과 같은) 어린 선수들이 매일 같이 기회를 잡고 싶어 한다"며 "그들이 서로 포지션을 차지하려 들 것"이라고 냉혹한 현실을 상기시켰다.
양민혁은 편견도 극복해야 한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에 대해 "기용하는 데 특별한 계획이 없다. 아직 어리고, 이곳에서 마주하게 될 리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라고 K리그에서 활약을 저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변수가 터졌다. 토트넘은 부상 병동인 상태다. 현재 여러 포지션에 걸쳐 로드리고 벤탄쿠르, 벤 데이비스, 크리스티안 로메로, 데스티니 우도기, 미키 판 더 펜, 티모 베르너 등이 다쳤다. 최근에야 히샤를리송이 돌아왔지만, 다치기 전에도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베르너가 오래 결장할 전망이다. 베르너는 이번 시즌 여러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며 팬들의 신뢰를 잃었지만, 여전히 팀의 로테이션 자원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이번 부상으로 3~4주가량 뛰지 못할 전망이다.
여기에 브레넌 존슨도 결장 빨간불이 켜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주말 에버턴전을 앞두고 "존슨의 종아리에 약간 문제가 있다. 경기 전까지 상태를 더 봐야 한다"라고 했다. 베르너에 존슨까지 빠질 경우 토트넘의 측면 공격 자원은 턱없이 부족해진다. 양민혁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