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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충고대로 18살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는 무리…토트넘 18번 양민혁, U-21팀 경기 먼저 뛴다
손흥민 충고대로 18살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는 무리…토트넘 18번 양민혁, U-21팀 경기 먼저 뛴다
botv
2025-01-17 21:08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양민혁(18, 토트넘 홋스퍼)의 한국인 최연소 프리미어리그 데뷔가 조금은 미뤄질 전망이다.

토트넘의 출전 명단에서 연거푸 제외되고 있는 양민혁이 곧 21세 이하(U-21) 아카데미 팀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 '디 애슬레틱'은 "양민혁은 지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먼저"라며 "아치 그레이나 루카스 베리발 등 동나이대 어린 선수와 비교했을 때 냉정하게 아카데미 수준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양민혁이 토트넘에 합류한지도 한달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런던으로 향한 양민혁은 토트넘에 합류해 감독, 코치진, 동료들과 상견례를 마쳤고 훈련도 진행했다.

양민혁을 향한 토트넘의 기대 심리는 훈련장에서 사진을 대거 공개하는 것으로 확인 가능했다. 특히 토트넘은 물론 대한민국 축구에서도 선배인 손흥민이 양민혁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봐 화제를 모았다. 손흥민은 먼발치에서 양민혁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한참 후배가 훈련에 매진할 수 있게 부담을 주지 않는 거리에서 흐뭇하게 바라봤다.

등번호도 꽤 무게감 있는 걸 배정받았다. 당초 양민혁은 강원FC에서 달았던 47번을 토트넘에서도 배정받길 원했다. 그런데 이미 사용하는 선수가 있어 공석인 번호 중에 고르게 됐고, 18번이 주어졌다. 주로 1군 선수들이 다는 앞 번호라 순조롭게 입성하는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토트넘 18번은 이전 주인들의 이름값이 상당하다. 1994-95시즌 토트넘에서 프리미어리그 20골을 비롯해 총 29골을 넣었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등번호로 유명하다. 클린스만은 감독으로는 명성이 부족하지만 선수 시절에는 한 시대를 대표하던 스트라이커였다.

이후에는 토트넘에서만 11시즌을 뛰면서 143골을 터뜨린 저메인 데포가 달았고, 해리 케인이 신인 시절 배정받았던 등번호다.

괜찮은 백넘버를 받은 양민혁은 곧 데뷔전을 치를 것처럼 보였다. 쉽사리 등번호를 주지 않아 생겼던 오해도 사라졌다. 등록 이후 경기 출전을 기대하는 시점까지 사진이 업데이트되지 않은 부분은 양민혁을 케어하는 데 미흡하다는 평이었다. 더불어 리버풀과 영국풋볼리그(EFL) 카라바오컵 준결승 1차전 출전 명단에 깜짝 포함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런데 양민혁의 데뷔는 시간이 오래 걸릴 전망이다. 출전이 예상됐던 영국축구협회(FA)컵 탬워스(5부리그)전에 결장하더니 아직 영국 축구에 더 적응해야 한다는 날선 평가가 이어졌다.

토트넘 소식에 정통한 폴 오키프 기자는 양민혁의 출전 여부에 대한 팬들의 질문에 "그는 현재 영국과 영국 축구에 적응하는 중이다. 순전히 적응 문제일 뿐 부상이나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가 21세 이하 팀에서 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토트넘 유소년 팀에서 경기 경험을 쌓는 것은 유럽 축구에 적응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유소년 리그는 경기 강도와 체력 소모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심리적·신체적 부담 없이 자신감을 쌓을 수 있는 무대다.

손흥민의 충고대로다. 손흥민은 지난해 8월 미국 스포츠 매체 맨 인 블레이저스를 통해 "힘들 거라는 걸 얘기해주고 싶다"라며 "프리미어리그는 전혀 쉽지 않다. 톱 플레이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언어, 문화, 피지컬, 인성,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것 등 모든 게 완벽히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겁주려는 건 아니다. 양민혁에게 도움이 될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강조한 손흥민은 "K리그에서 잘한다고 느끼겠지만, 여기서는 (양민혁과 같은) 어린 선수들이 매일 같이 기회를 잡고 싶어 한다"며 "그들이 서로 포지션을 차지하려 들 것"이라고 냉혹한 현실을 상기시켰다.

양민혁은 편견도 극복해야 한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에 대해 "기용하는 데 특별한 계획이 없다. 아직 어리고, 이곳에서 마주하게 될 리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라고 K리그에서 활약을 저평가하고 있다. 양민혁에게 큰 믿음을 주지 않는 모습이라 U-21 경기를 치르면서 실력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