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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데뷔전 늦춰지는 양민혁, 왜?
토트넘 데뷔전 늦춰지는 양민혁, 왜?
botv
2025-01-17 13:45

주전 경쟁 치열, 토트넘 유스 출신들에 밀리기도'손흥민의 후계자'로 기대를 모았던 양민혁(토트넘) 데뷔전이 기약 없이 늦춰지고 있다. 지난달 토트넘의 요청으로 영국으로 일찍 출국했던 양민혁은 1월에 등번호 18번을 부여받고 정식 선수등록까지 마쳤다. 그러나 아직 토트넘 1군에서의 실전 경기에는 않고 있다.

양민혁은 지난 9일 리버풀과의 2024~2025시즌 카라바오컵(리그컵) 준결승 1차전에서 토트넘 입단 후 처음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기에 출전하지는 못했다. 이어 12일 탬워스와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라운드에서는 아예 명단에서 제외되었고, 가장 최근 경기였던 16일 아스널과의 EPL 정규리그 북런던 더비에서도 양민혁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카라바오컵은 토트넘이 올 시즌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대회이고 준결승전이었다. 아스널과의 북런던더비는 토트넘에게 가장 중요한 라이벌로 꼽힌다. 하지만 5부리그팀이었던 탬워스와의 FA컵에도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토트넘 공격 자원, 부족한 상황인데...

토트넘은 올 시즌 주전들의 잦은 부상으로 공격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최근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린 루카스 베리발이나 아치 그레이 등은 2006년생인 양민혁과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들이었다. 그럼에도 유독 양민혁만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양민혁은 지난 2024시즌 K리그1 강원FC에서 12골 6도움을 기록하는 맹활.0약을 선보이며 구단의 역대 최고성적인 준우승 을 이끌었고, 한국 프로축구 역대 최연소 기록을 대거 갈아치웠다. 시즌 베스트11과 영플레이어상에도 선정되었고 수상은 못했지만 MVP 후보까지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양민혁의 잠재력에 매료된 토트넘은 지난해 400만 유로(약 60억원)의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영입을 확정 지었다.

그런데 막상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양민혁의 입단 직후 활용 방식을 묻는 언론의 질문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현재로서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 양민혁이 잘 적응하도록 두는 게 최선"이라면서 "그는 아직 어리고, 리그 수준에서 큰 차이가 나는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고 언급했다.

이는 결국 양민혁이 아직 토트넘에서 뛸만한 즉시전력감이 아니라는 냉정한 평가에 가까웠다. 여기에 양민혁이 활약했던 K리그를 대놓고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국내 축구팬들의 공분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국 현지 언론의 반응도 양민혁이 당장 1군에서 활용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토트넘은 지난 아스널전 패배로 프리미어리그에서 7승 3무 11패(승점 24)를 기록하며 14위에 그치고 있다. 강등권인 18위 입스위치(승점 16)와의 격차는 고작 8점에 불과하다.

양민혁의 미래

주장 손흥민도 직접 언급했듯이 입단 이래 이렇게 낮은 성적을 기록한 경우는 처음이다. 팀이 최악의 부진에 놓인 상황에서 양민혁 같은 유망주에게 경험을 쌓아주기 위하여 모험할 여유는 지금으로서는 없어 보인다.

양민혁이 현재로서 1군에서 전혀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다면, 당분간 21세 이하 팀에서 뛰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 리그에 적응하는 기간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K리그1에서 당당히 최상위 클래스의 활약을 선보이던 양민혁으로서는 성에 찰 수 없을 대목이다. 이미 프로에 데뷔했고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의 양민혁에게는, 또래 선수들과의 경쟁보다는 높은 수준의 경기를 통하여 경험을 쌓는 것이 더 필요한 시기다.

한편으로 이런 상황은 양민혁의 토트넘행이 결정되었을 때부터 일각에서 우려되었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그동안 K리그나 아시아 무대에서 뛰다가 유럽으로 건너간 한국 선수들은 대부분은 빅리그 직행보다는 먼저 중소리그나 중소클럽을 통해 적응과 검증기간을 거친 후 상위 리그로 진출하는 패턴이 보편적이었다. 박지성, 기성용, 이영표, 황희찬, 김민재 등이 모두 이런 케이스에 해당한다. 양민혁보다 앞서 최근 해외로 진출한 양현준(스코틀랜드 셀틱), 오현규(헹크) 등도 현재 유럽 중소리그에서 경쟁하고 있다.

유일하게 K리그에서 빅리그로 직행하자마자 곧바로 주전을 차지한 사례는 21세에 FC서울에서 잉글랜드 볼턴 원더러스로 이적했던 이청용(현 울산 HD) 정도다. 다만 이청용이 뛰었던 당시 볼턴은 1부리그였지만 팀전력은 EPL 중하위권 정도였고, 이청용을 대체할 마땅한 포지션 경쟁자도 없었다. 볼턴은 이청용을 처음부터 즉시전력감으로 평가하고 영입했다. 하지만 이동국, 지동원, 윤석영 등은 곧바로 빅리그에 직행하여 도전했던 선수들은 대부분 실패를 맛보며 국내 최고 선수들에게도 낯선 EPL에서의 경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다.

토트넘은 올 시즌 부진하기는 하지만 EPL에서 항상 상위 6-7강 정도로 거론되는 빅클럽에 해당한다. UEFA(유럽축구연맹) 랭킹도 42위(잉글랜드 구단 중 7위)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손흥민을 비롯하여 토트넘의 주전급 선수들은 각 나라의 국가대표에서 베스트멤버들이 대부분이다. 양민혁 같은 유망주가 토트넘에서 수월하게 출전기회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처음부터 그리 높지 않았다.

양민혁은 결국 토트넘에서는 K리그 시절의 경력을 모두 내려놓고 또래 팀 유스 출신들처럼 원점에서부터 다시 경쟁을 거쳐야하는 상황이다. 본인의 의지로 시작한 EPL 도전인만큼 양민혁 스스로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당장 출전기회를 얻는 게 쉽지 않다면, 출전할 수 있는 하부리그 팀으로 임대 모색 등도 빨리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축구의 초신성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양민혁이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에 오랫동안 벤치에서만 머물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한국축구에게도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