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축구회관, 정승우 기자]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구자철(36)이 가장 기억에 남는 4골을 꼽아 설명했다.
제주SK는 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구자철의 현역 은퇴 기자회견 및 제주SK FC 유스 어드바이저(Youth Advisor) 위촉식을 진행했다.
구자철은 지난 지난 2007년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구자철은 빠른 성장세와 함께 제주와 한국축구의 간판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프로 커리어의 시작과 끝도 제주였다. 2022시즌을 앞두고 11년전 해외 진출 당시 K리그 복귀 시 제주 유니폼만 입겠다던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제주 복귀 후 부상으 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지만 언제나 팀을 위한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제주 역시 구자철의 헌신을 잊지 않았다. 현역 은퇴에도 구자철과 동행하기로 했다. 제주는 구자철을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임명했다. 제주 사랑이 남다른 구자철은 수 많은 다른 제의에도 제주의 유소년 발 전을 위해 흔쾌히 수락했다.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활동하는 구자철은 앞으로 유럽 지역의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축구팀들의 유스 시스템 및 훈련 프로그램을 제주 구단에 전달한다. 또한 자신의 풍부한 유럽 축구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주 구 단 유소년 선수들의 해외 연수기회를 위한 해외과의 가교 역할도 도맡는다. 제주 구단의 유럽 지역 외국인 영입에 대한 스카우팅도 지원한다.
구자철은 "현역 은퇴가 아쉽지만 유소년 어드바이저로서 제주와 계속 함께 뛸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라며 "제주 복귀 후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 안타까움을 이제 제주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기 대감으로 바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뛰겠"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임한 구자철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 순간을 꼽았다. 그는 "동메달을 따고 단상에 올라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상식에 올라가 대한민국 국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메달을 걸었을 때 기억이 많이 난다"라고 말했다.
76번의 A매치를 소화하며 19골을 기록한 구자철은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골을 꼽아 직접 설명했다. 구자철은 "첫 골은 2009년 이집트 청소년 월드컵 미국전 페널티 킥이었다. 팔을 벌리고 세리머니를 했다. 그 전율은 '이 기분을 느끼기 위해 과정의 고통을 이겨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2011년 아시안컵에서 호주전 골이다. 이유는 첫 경기 바레인전에서 골을 넣었을 때는 그저 좋았지만, 바로 다음 경기에서 두 경기 연속 골을 넣었을 때의 짜릿함, 공을 잡고 원하는 대로 터치가 돼 구석으로 공을 찼을 때의 짜릿함은 아직도 발끝에 남아 있다"라며 웃었다.
이어 "(홍)철이가 크로스하고 (김)신욱이가 떨궈주고 제가 슈팅해 골을 넣은 기억이 있다. 이상하게 그 골이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영상을 돌려보며 많은 골을 기억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 기억나는 세 골은 이 세 골"이라며 자세히 설명했다.
구자철은 "한일전 골도 이야기하고 싶다"라며 한 골 더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뛰었던 메이저 대회에선 골을 안 넣은 적이 없다.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월드컵 등 대회에서 모두 득점했다. 올림픽 경기에서는 골이 자꾸 안 들어갔다. 첫 경기 두 번째 경기에서 모두 골대를 때렸다. '한 골도 못 넣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남자 축구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이상한 욕심에 사로잡혔다. 우리나라 축구가 세계 대회에서 결승에 올라간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한 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브라질전에서 필요하다면 내가 골을 넣어 결승에 가보자고 생각했다"라고 이어 말했다.
구자철은 "그런데 골이 안 들어갔다. 다음에 치른 한일전, 아픔과 부끄러움을 털어낼 수 있는 골을 넣었다"라고 전했다. 당시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과 만난 한국은 전반 38분 박주영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고 후반 12분 구자철이 추가 골을 넣으면서 2-0으로 완승했다.
한편 이젠 제주 유스 어드바이저로 활동하게 된 구자철은 "급하게 뭘 바꿀 생각은 없다"라며 "기존에 한국에서 일하는 분들의 존중과 존경심이 있다. 제가 우월하거나 더 잘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일단 올해 1년은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도움주는 역할을 하면서 제가 할 일이 늘어났을 때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제가 '이걸 하자. 이걸 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시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보고 아는 것과 현장의 어려움은 다르다. 저는 아직 현장의 어려움은 모른다. 거두절미하고 유소년 시스템은 우리나라가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변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관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매듭지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대한 지혜롭고 현명하게 해보겠다"라고 다짐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