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리버풀을 잡은 팀이 5부리그를 상대로 망신 직전까지 갔다. 알 수 없는 토트넘 홋스퍼 행보에 손흥민(32)도 쉬지 못했다.
토트넘은 지난 12일 탬워스의 더 램 그라운드에서 펼친 2024-25시즌 영국축구협회(FA)컵 3라운드에서 내셔널리그(5부리그) 소속의 탬워스와 연장 접전 끝에 3-0으로 이겼다.
전후반 90분 정규시간까지 탬워스의 골문을 열지 못하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준 토트넘은 뒤늦게 손흥민까지 투입시킨 후에야 4라운드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토트넘도 나름 상대가 한참 하부리그 팀이라 어느정도는 힘을 빼고 나왔다. 그래선지 탬워스조차 제압하지 못했다. 전반 32분에야 제임스 매디슨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양팀 통틀어 첫 유효슈팅을 만들었다. 매디슨과 티모 베르너 등이 탬워스를 두들겼지만 결정력이 아쉬웠다.
전반을 득점없이 마치면서 토트넘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탬워스는 사기가 올랐다. 후반에도 육탄 방어를 좀처럼 뚫지 못한 토트넘은 후반 23분 무어와 미드필더 파페 사르를 빼고 도미닉 솔란케와 루카스 베리발을 내보냈으나 연장전을 피하지 못했다.
연장전엔 손흥민과 쿨루세브스키, 제드 스펜스까지 교체 카드로 가동하면서 토트넘이 주도권을 잡아 나갔고, '101분' 만에 탬워스의 자책골로 균형이 깨졌다.
손흥민이 중원에서 얻어낸 프리킥 때 키커로 나선 페드로 포로가 페널티 지역 안으로 낮게 찔러줬고, 존슨의 크로스에 이은 골대 앞 혼전에서 탬워스 미드필더 네이선 치쿠나의 발을 맞고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며 선제 결승 골이 됐다.
연장 후반 2분엔 손흥민의 낮은 크로스에 이은 쿨루세브스키의 추가 골이 터지며 쐐기를 박았고, 연장 후반 13분 존슨의 자축포도 터졌다.
참 힘들었다. 탬워스는 전문 선수가 아닌 본업을 따로 두고 있는 팀이다. 샌드위치 업체 사장, 벽돌공, 금융 상담사, 건물 측량사, 아카데미 코치 등이 진짜 업이다. 팀을 지도하는 앤디 피크스 감독도 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보고 있다.
환경도 열악하다. 홈구장은 4000석 규모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작은 축구장이다. 경기 직전에는 5부리그의 현실을 잘 보여줬다. 자스 싱 골키퍼가 골대 크로스바 그물에 구멍이 난 것을 직접 고치려고 했다. 여의치 않자 다른 선수가 동료의 목말을 타고 올라가 테이프로 그물을 크로스바와 연결하는 보기 드문 장면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이런 팀에 토트넘이 진땀을 흘렸으니 크게 화제가 됐다. 더구나 손흥민이 들어간 뒤에야 이긴 모습에 토트넘 팬들은 좌절감을 느꼈다. 하지만 손흥민까지 투입한 토트넘의 간절함에 오히려 탬워스는 감사함을 표하고 있다.
경기 후 앤디 피크스 탬워스 감독은 'ITV'와 인터뷰를 통해 "우리팀이 매우 자랑스럽다. 큰 이변을 일으킬 뻔했기 때문에 아쉽지만 동시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고, 우리가 상대한 팀을 생각하면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었고, 상대 골키퍼가 선방했지만 정말 좋았던 점은 경기 끝까지 우리가 승부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우리 팀의 진면목을 볼 수 있기를 바랐고, 그렇게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토트넘에 대한 고마움도 보였다. 그는 "토트넘은 매우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줬고, 저런 팀을 데려온 것 자체가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들을 비판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탬워스 선수들은 손흥민에게 찾아가 사진을 요청했고, 손흥민도 흔쾌히 밝은 표정으로 응하면서 진심을 다한 승부사의 자세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