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탬워스와 FA컵 3-0 승리
90분 정규시간 0-0 충격적 무승부
'연장전 투입' 손흥민, 선제골 기점·1도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이 이번엔 '게임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탬워스(5부리그)와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64강전에서 90분간 충격적인 0-0 상황 속에 연장전에 투입돼 월드클래스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손흥민은 12일 영국 탬워스의 더 램 그라운드에서 열린 토트넘과 탬워스의 2024~25시즌 FA컵 64강전에서 1도움을 올리고, 선제골의 기점이 되는 등 활약으로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32강에 진출한 토트넘은 내달 초 애스턴 빌라와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손흥민은 이날 교체 명단에 올라 벤치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손흥민이 없는 토트넘은 5부리그를 상대로 충격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90분 정규시간 내내 1골도 넣지 못한 채 0-0 무승부로 마쳤다. 티모 베르너와 마이키 무어, 브레넌 존슨을 나란히 전방에 내세운 토트넘은 데얀 쿨루세브스키, 도미닉 솔란케 등 주전 공격수들을 쉬게하면서 보호했다. 중원엔 제임스 매디슨, 이브 비수마, 파페 사르를 세웠고, 수비진에 세르히오 레길론, 아치 그레이, 라두 드라구신, 페드로 포로가 포백으로 섰다. 기대를 모았던 양민혁은 출전 명단에서 제외돼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들은 EPL 자존심을 지키지 못했다. 탬워스의 적극적인 전방 압박에 고전했고, 페널티지역에서도 무리한 슈팅으로 기회를 날렸다. 특히 매디슨은 전반 32분 중거리포와 전반 38분 페널티지역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모두 허사였다. 베르너와 함께 이타적인 플레이를 했다면 골이 나올 수도 있는 순간이라 팬들의 아쉬움은 컸다. 오히려 탬워스는 밀착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토트넘보다 영향력 있는 경기를 펼쳐 박수를 받았다.



후반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23분 무어와 사르를 빼고 솔란케와 루카스 베리발을 투입했다. 베리발이 어느정도 상대 미드필드를 흔들며 선전했으나, 뻔한 전술의 공격은 탬워스 수비진을 뚫지 못했고, 그대로 득점 없이 연장전에 돌입했다.

손흥민을 포함해 쿨루세브스키, 제드 스펜드가 교체 카드로 투입됐다. 분위기를 바꾸는 건 10분이면 충분했다. 손흥민은 중원에서 단독 드리블로 돌파를 시도했고, 상대가 파울을 범하면서 프리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포로가 낮게 깔아준 패스를 존슨이 골문 앞으로 올리자, 혼전 상황에서 탬워스 미드필더 네이선 치쿠나의 발에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손흥민이 만들어낸 기회로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한 토트넘은 이후 연속 득점을 이어갔다.

연장 후반에도 손흥민이 활약했다. 그는 연장 후반 2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쿨루세브스키에게 패스했고, 쿨루세브스키는 그대로 골로 연결했다. 손흥민의 '시즌 7호 도움' 기록이다. 11분 후엔 존슨이 포로와 쐐기골을 합작했다.

앤디 피크스 탬워스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토트넘과 대등한 경기를 한 것에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우리는 엄청난 이변을 일으킬 뻔했기 때문에 결과엔 실망스럽다. 하지만 엄청나게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탬워스는 5부리그 팀으로, 피크스 감독도 한 대학에서 학습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선수들도 자영업자, 벽돌 기술자, 금융 상담사, 아카데미 코치 등 직업이 다양하다. 킥 오프 전 탬워스 골키퍼 자스 싱이 골망을 고치려고 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는데, 그의 직업은 건물 측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