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유치는 환영 대신 비판 일색이다.
FIFA는 12일 211개 회원국이 화상회의로 참여한 임시 총회에서 2030년과 2034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안건을 의결했다. 2034년 대회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몫이었다. 공동 개최를 추진했던 호주와 인도네시아가 경쟁에서 빠지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지만 논란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위기다.
사우디아라비아의 2034년 월드컵 개최는 스포츠 워싱(독재나 인권침해, 부정부패 등으로 나빠진 이미지를 스포츠로 세탁하는 행위)과 겨울 월드컵 우려 등을 이유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7년 아시안컵과 203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해 스포츠워싱을 의심받았는데, 이번엔 월드컵이라는 최고의 축제까지 안겼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월드컵이 열릴 경우 2022년 카타르 월드컵처럼 여름이 아닌 겨울에 대회에 열리면서 축구계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도 빠지지 않는다.
FIFA가 더욱 눈총을 받는 것은 2034년 월드컵을 사우디아라비아에 넘겨줄 판을 짜놨다는 의심도 영향을 미쳤다. FIFA는 직전 대회인 2030년 월드컵을 유럽의 스페인·포르투갈, 아프리카의 모로코 3개국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것으로 부족해 남미의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도 1경기씩을 치러 3개 대륙, 6개국이 참여하도록 판을 키웠다. FIFA는 1930년 초대 대회가 우루과이에서 열린 이래 100주년이라는 특수 상황이라 대륙별 순회 원칙을 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음 월드컵이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로 한정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유리해진 것도 사실이다. 유일한 라이벌이었던 인도네시아는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지지로 돌아선 뒤 갑자기 지난 11일 2031년 아시안컵 유치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물밑 거래가 의심될 수밖에 없다. ‘스카이스포츠’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최근 몇년간 FIFA 사무소가 있는 국가를 제외하면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장 많이 방문한 것을 지적하면서 “스포츠의 모든 길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인 리야드로 연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