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의 2034년 겨울 월드컵 개최에 제동이 걸렸다.
11일(한국시간)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은 "FIFA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리가와 같은 유럽 주요 리그와 새로운 싸움에 직면했다. 2034년 사우디아라비아 월드컵을 겨울에 개최하려는 계획을 리그 및 선수와 합의를 거쳐야만 확정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FIFA는 2034년 개최지를 사우디로 정하면서 겨울 월드컵을 치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우디는 여름 평균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나들기 때문에 여름에 대회를 개최할 수 없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도 중동의 더운 여름을 고려해 초유의 겨울 월드컵이 개최됐다.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겨울 월드컵의 장단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어느 정도 올라와 최고 수준의 경기들의 많이 펼쳐졌고, 흥행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요소가 있었다. 그러나 겨울 월드컵을 전후해 리그 및 클럽대항전 일정이 빠듯해지면서 선수 혹사 및 치명적인 부상 발생이 증가했다는 단점도 있었다.
게다가 카타르 월드컵에 비해 사우디 월드컵은 일정 자체가 더 길 수밖에 없다. 카타르 월드컵은 조별리그를 하루 4경기씩 치르는 경기 구성으로 참가국에 충분한 휴식을 부여하면서도 한 달 내에 모든 일정을 끝낼 수 있었다. 반면 사우디 월드컵은 32개국이 아닌 48개국이 경기를 치른다. 중계권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면 최소 5주 정도가 필요하다. 즉 유럽 리그는 최소 7주에서 최대 2달간 중단돼야 한다는 의미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선수 혹사를, 유럽 주요 리그는 시즌 일정 구성을 주요한 이유로 내세우며 지난 10월 유럽사법재판소에 FIFA의 겨울 월드컵 개최 및 남자 축구 국제 경기 구성에 관련해 법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확인 결과 FIFA는 2034 사우디 월드컵을 겨울에 개최하기로 계획할 때 선수 및 리그와 협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럽사법재판소는 FIFA가 일정 변경을 위해 선수, 리그와 합의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로서는 사우디 외에 다른 국가에서 개최를 검토하는 게 어렵다. 2026년은 북중미에서, 2030년은 유럽, 아프리카, 남미에서 대회가 치러지기 때문에 사우디 외에 아시아 국가 혹은 호주가 신청하지 않는 한 개최국이 변경되지 않을 전망이다.
FIFA 관계자는 'ESPN'을 통해 2030년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월드컵까지는 여름에 열리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며, 2034 사우디 월드컵 일정을 확정하기 전에 리그, 선수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거칠 거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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