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발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슈팅력을 앞세운 손흥민은 2021~2022시즌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골든부트(득점왕)를 거머쥐었다. 손흥민은 EPL에서만 통산 123골을 기록 중이다. 내로라 하는 전설들을 따돌리고 EPL 통산 득점 19위에 올라 있다.
손흥민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결정력이다. 기대 득점(xG)을 보면 명확하다. xG는 슈팅이 득점이 될 가능성을 수치화한 값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 시즌 득점왕을 차지한 '세계 최고의 골잡이' 엘링 홀란(맨시티)은 29.32의 xG로 27골을 넣은 반면, 손흥민은 홀란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12.01의 xG로 17골을 기록했다.
토트넘 데뷔 시즌이었던 2015~2016시즌부터 현재까지 손흥민의 통산 xG는 93.7이다. 손흥민은 이보다 무려 30골을 더 넣은 셈이다. 지난해 90min은 '지난 10년간 손흥민 보다 xG 대비 실제 득점 숫자가 높았던 선수는 리오넬 메시가 유일했다'고 했다. 그만큼 손흥민의 마무리 능력은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 두 번의 '빅찬스 미스'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각) AS로마와의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었지만, 전반 35분 골대를 맞고 나온 볼을 하늘로 날려버렸다. 과거 토트넘에서 골키퍼로 활약했던 폴 로빈슨은 영국 BBC를 통해 "불과 6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에서 공을 골대 위로 보냈다. 손흥민 정도 되는 선수가 이 찬스를 놓쳤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계속된 미스에 영국 언론은 결정력 하락을 지적하며, 더 나아가 에이징 커브까지 거론하고 있다. 영국 홋스퍼HQ는 '손흥민은 결정적인 순간 침착함을 잃은 모습이다. 이번 시즌 부상으로 인한 폼 저하가 뚜렷하다'고 했다. 더스퍼스뉴스도 '과거 손흥민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최근 경기력은 토트넘이 그와 새로운 계약을 망설이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고 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손흥민의 결정력은 정말 떨어졌을까. 기록을 들여다보자. 먼저 xG. 올 시즌 손흥민의 xG는 2.08이다. 이보다 높은 3골을 넣은만큼, 손흥민의 xG 대비 실제 득점은 여전히 경쟁력이 높다. 슈팅 대비 실제 득점을 보는 골전환율 역시 예년과 비슷하다. 손흥민의 올 시즌 골전환율은 17%인데, 통산 기록은 18%다. 10골에 그치며, 손흥민의 최근 커리어 중 가장 부진했던 2022~2023시즌의 12%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당시 손흥민은 결정력 부재 논란을 겪지 않았다.
슈팅 당 유효슈팅으로 평가하는 슈팅 정확도는 56%로 통산 기록(47%)을 훨씬 뛰어넘는다. 득점왕을 차지한 2021~2022시즌의 56%와 같을 정도로 영점은 잘 잡혀 있다. 빅찬스미스도 경기당 0.2개로, 10시즌 통산 경기당 평균 0.23개 보다 적다. 17골을 넣은 지난 시즌의 경기당 0.2개와 같다. 기록상으로 결정력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
실제 손흥민은 올 시즌 직접 골을 노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닌 뒤에서 연계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커리어 중 가장 많은 경기당 2.2개의 키패스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팀에 큰 공헌을 하고 있지만, 과연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손흥민은 득점 찬스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