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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슈퍼스타 킬리안 음바페가 예상치 못한 부진으로 큰 시련을 겪고 있다. 엄청난 기대를 받고 세계 최고의 클럽 레알 마드리드에 입성했지만 최근 아쉬운 골 결정력과 중요한 경기에서의 부진으로 제2의 에당 아자르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갈락티코스', 해외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단어다. 은하수를 뜻하는 이 단어는 레알 마드리드가 전 세계의 슈퍼스타들을 대거 영입하는 정책을 비유한 것이다.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루이스 피구, 데이비드 베컴 등으로 대표되는 1기를 시작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카, 사비 알론소 등으로 구성된 2기를 거쳐 현재의 레알 마드리드는 3기를 구성하고 있다. 기존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함께 잉글랜드의 차기 에이스 주드 벨링엄, 그리고 이번 시즌은 현 시점 최고의 선수라고 평가받는 음바페까지 영입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이번 시즌은 현재까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선수들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불만족을 넘어서 최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레알 마드리드는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부상으로 많이 빠져 있고 특히 수비진은 안토니오 뤼디거를 제외하면 거의 전멸한 상태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공격력은 리그에서 30득점으로 바르셀로나의 48득점과 비교했을 때 처참한 수준이며 특히 레알 마드리드의 주 전장인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는 6경기 9득점으로 경기당 2골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음바페가 있다. 그가 갑자기 부진한 이유는 뭘까?
# 시간이 해결해줄 음바페와 비니시우스의 공존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음바페와 비니시우스의 공존 문제다. 왼쪽 측면에서 파괴력을 발휘하는 두 선수는 순간적인 속도를 살려 수비수를 제치고 골을 넣는 데에 능하다. 결국 두 선수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포지션은 왼쪽 측면 공격수이기 때문에 한 명은 결국 중앙이나 반대쪽 측면으로 위치를 옮겨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이러한 공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 시즌 초반에는 4-3-3 포메이션을 구성해 음바페를 중앙, 비니시우스를 왼쪽 측면에 위치시켜 두 선수가 자유롭게 위치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음바페는 이 역할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비니시우스와의 동선이 자주 겹지기도 했다. 호드리구가 부상으로 빠질 때는 4-4-2 포메이션을 사용해 비니시우스와 음바페를 중앙 공격수로 위치시켰다. 이 포메이션은 두 선수의 골 결정력과 침투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오른쪽 측면 윙어로 기용되었던 주드 벨링엄이 수비 시 위치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중원에서 수적 열세에 놓이게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을 보면 두 선수가 서로의 플레이스타일을 이해하면서 공존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1월 레알 마드리드는 리그에서 오사수나와 레가네스에 각각 4-0, 3-0 완승을 거뒀다. 이때 음바페가 중앙, 비니시우스가 왼쪽 공격수로 나섰지만 경기 중 수시로 위치를 바꾸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는 대성공이었다. 벨링엄 또한 4-3-3 포메이션에서 왼쪽 중앙에 위치하며 조금 더 공격적인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는 오른쪽 윙어로 뛰면서 루카스 바스케스의 수비를 도와주는 역할을 맡았다면 이번에는 왼쪽 수비수인 프란 가르시아의 기동력이 준수하기에 수비에 치중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 그를 살아나게 한 요인이 되었다.
물론 리버풀전에서 음바페는 매우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 비니시우스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왼쪽에서 뛰었지만 상대 선수들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며 패배의 원흉이 되었다. 하지만 음바페가 혼자 공격을 이끌기에는 리버풀의 수비가 유럽 최고 수준이며 벨링엄 또한 이 경기에서 저조한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그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만약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가 모두 돌아온다면 분명히 유럽 최고의 공격진이 될 수 있다. 아직 이번 시즌은 반환점을 돌지도 않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는 결국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마련이다.
# 음바페의 수비 가담은 두 번째 문제
수비 가담 또한 최근의 부진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시즌 첫 엘 클라시코에서 바르셀로나에 0-4 대패를 당했을 때 이 비판은 극에 달했다. 스페인 매체 '렐레보'는 "음바페는 엘 클라시코에서 고작 8km를 뛰었고 첫 실점 장면에서 제대로 압박하지도 않았다"며 활동량과 수비 가담 문제를 지적했다.
현대 축구에서 수비 가담은 매우 중요하다. 팀 단위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만약 한 명이라도 수비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수적 열세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음바페가 수비 가담으로 엄청난 비판을 받았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당시에도 90분 평균 활동량이 8km를 근소하게 넘겼지만 프랑스 준우승을 이끈 에이스로 많은 찬사를 받았고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결국 수비 가담에 대한 비판은 두 번째 문제라는 것이다. 만약 음바페가 현재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면 이에 대한 비판은 나왔을까? 절대 아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완벽히 수행한다면 다른 것에 대한 문제는 지적되지 않는다. 음바페의 주된 역할은 파괴적인 움직임을 통해 골을 만드는 것이다.
# 안첼로티의 선수 활용법을 믿어야 한다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안첼로티라는 것이다. 그는 펩 과르디올라와 위르겐 클롭처럼 위대한 전술가는 아니지만 선수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는 역대 최고라고 일컬어진다. 감독 커리어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원래 그는 아리고 사키의 위대한 AC밀란에서 주축 선수였기 때문에 감독을 처음 시작할 때도 사키의 철학을 신봉했다. 이 철학을 한 줄로 정리하면 선수는 팀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네딘 지단과 같은 슈퍼스타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안첼로티 또한 이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술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안첼로티의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는 AC밀란 시절인데 이 당시 팀에는 정말 뛰어난 미드필더들이 즐비했기에 이들을 뭉칠 수 있는 전술이 필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 크리스마스 트리(4-3-2-1) 전술과 다이아몬드(4-3-1-2) 전술이다. 이후 첼시에서도 4-3-1-2 포메이션을 구성해 포화 상태였던 미드필더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도 했으며 2014년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윙어였던 앙헬 디 마리아를 중앙 미드필더로 변화시켜 대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당장 작년만 봐도 벨링엄을 중앙 공격수처럼 활용해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이처럼 그의 적절한 선수 활용은 항상 위기 때마다 발현되었다. 지금도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자원 중에는 슈퍼스타들이 많으며 이들을 모두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서 일부는 희생될 수밖에 없다. 이것을 판단하는 것은 결국 감독의 몫이다. 안첼로티는 선수들의 멀티성과 전술적 가치를 고려하여 최적의 포지션을 찾아내는 것에 매우 능한 인물이기 때문에 이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 현재는 비니시우스의 중앙 기용이 최선
커리어에서 음바페는 다양한 공격 위치에서 뛰었다. AS모나코 시절에는 정통 스트라이커인 라다멜 팔카오와 투톱을 이뤘으며 PSG 초반에는 오른쪽 윙어로 뛰었다. 그리고 왼쪽 윙어로 뛰게 되면서 자신의 능력에 최대치를 발휘했다. 리오넬 메시가 있던 시절에는 중앙 공격수로 많이 출전을 하기도 했지만 이 당시 왼쪽 윙어로 뛰었을 때보다 스탯이나 경기력 부분에 있어서 파괴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음바페는 정통 스트라이커가 옆에 있을 때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 레알 마드리드는 엔드릭을 제외하면 스트라이커 자원이 아예 없다.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비니시우스의 중앙 기용이다. 작년의 레알 마드리드를 보자. 이 때 4-3-1-2 포메이션을 형성한 레알 마드리드는 호드리구와 비니시우스를 스트라이커로 기용해서 대성공을 거뒀다. 이 두 명은 측면이나 중앙 쪽으로 내려와 수비수를 끌어당기는 역할을 맡았고 이 때 생긴 빈 공간으로 벨링엄이 침투하는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많은 골을 만들었다.
음바페는 측면에서 순간적인 공간 침투에 매우 능한 선수다. 엄청난 스피드로 빈 공간을 향해 달려가서 수비수나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을 만들고 반 박자 빠른 마무리로 골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결국 수비수를 유인하는 다른 공격수가 필요하고 이 역할은 비니시우스가 가장 적합하다. 커리어 초기에는 골 결정력에 있어서 비판을 받았지만 최근 몇 년간 그의 간결한 피니싱 능력은 레알 마드리드를 위기 때마다 구해냈다.
안첼로티 감독 또한 이번 헤타페와의 리그 경기를 앞두고 "비니시우스는 중앙에서 자신이 매우 위협적인 선수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리고 음바페는 왼쪽이 편하다"고 말하며 향후 비니시우스의 중앙 기용 의사를 밝혔다. 이는 비니시우스를 정통 스트라이커처럼 기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로톱에 가까운 역할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중앙에서 수비수들을 유인한다면 그 빈 공간을 음바페나 침투에 능한 벨링엄이 들어가서 골을 넣을 수 있다.
윙어가 최전방 공격수의 역할을 수행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20-21 시즌 맨체스터 시티다. 당시 기존의 스트라이커인 가브리엘 제수스가 안 좋은 모습을 보이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라힘 스털링이나 필 포든과 같은 윙어 자원들을 중앙에 기용하기 시작했다. 측면에 있는 공격수들과 스위칭 플레이를 하면서 공간을 만들어냈고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과 경합을 벌이기보다는 수비수 뒤로 움직여 골 찬스를 잡았다. 이로 인해 많은 선수들이 골을 골고루 터뜨리며 엄청난 득점력을 뽐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 클럽 통산 '298골 128도움',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현재 음바페의 나이는 25살이다. 이때까지 경기를 한 기간보다 아직 남은 기간이 더 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벌써 클럽 통산 392경기 298골 128도움으로 경기당 하나의 공격포인트가 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프랑스 국가대표팀에서는 86경기 48골로 현재 프랑스 역대 최다 득점자 3위에 올라있다. 중요한 순간에도 매우 강했다. 월드컵 결승전 무대에서만 4골을 기록하며 이 부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의 실력에 대한 가장 큰 의문부호는 바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했으며 이 무대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중요 경기에서 비교적 좋지 못한 활약을 한 것은 사실이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78경기 49골 27도움으로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는 엄청난 수치다.
최근 다수의 매체에서 음바페의 부진한 모습을 아자르에 비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그에게 큰 실례다. 아자르가 첼시에서 맹활약을 보여준 것은 맞지만 기복이 없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 특히 2015-16 시즌에는 부상과 훈련에서의 불성실함이 문제가 되어 최악의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 후에는 완벽한 자기관리 실패와 잦은 부상으로 최고의 '먹튀'로 전락하게 되었다. 하지만 음바페는 항상 꾸준했다. 한두 경기가 부진하는 시기에는 자신을 변화시켜 가치를 증명하기도 했고, PSG 시절 많은 감독들을 거치면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지만 대체로 잘 적응하여 자신의 폼을 유지했다.
훈련 태도와 멘탈에 대한 비판을 받은 적이 없고 동료들과의 사이도 매우 좋았다. 최근 레알 마드리드의 라커룸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는 루머들이 나왔지만 벨링엄은 인터뷰를 통해 "음바페는 많은 비판을 받지만, 난 그 비판이 과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가 팀에 기여한 정도를 볼 때, 그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훈련에서 매일 음바페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가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질지 생각하면 놀라운 뿐이다"라고 말하며 그의 훌륭한 훈련 태도에 대한 칭찬을 하기도 했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 닷컴'에 따르면 음바페는 현재 리그에서 13경기 8골 1도움으로 평점은 7.44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체 6위, 팀 내에서는 비니시우스 다음으로 2위다. 경기당 드리블 성공 횟수는 2.7회로 전체 3위이며 이는 바르셀로나의 드리블러 라민 야말과 같은 수치다. 어떻게 보면 그에 대한 비판은 너무 가혹한 것일지도 모른다.
역대 최고의 축구 선수 중 한 명인 리오넬 메시는 늘 부담감에 시달렸다. 특히 국가대표팀에서의 아쉬운 커리어는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결국은 월드컵에서 자신의 조국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진정한 왕좌의 자리에 올랐다. 음바페 또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이는 어떻게 보면 슈퍼스타의 숙명이고 그는 결국 해낼 것이다. 마치 그가 월드컵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글='IF 기자단 4기' 박정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