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게임에서 3골 차 패배는 완패를 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대구 FC는 세징야 덕분에 아찔한 격차를 단 1골로 좁히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85분이 넘어서까지 1-4 완패의 기색은 숨길 수 없었는데, 대구의 왕 '세징야'가 87분 23초에 1골을 따라붙은 것도 모자라 후반 추가 시간 4분 43초에 한 골을 더 따라붙은 것이다. 이제 대구 FC는 12월 첫 날 DGB 대구은행파크로 돌아가서 뒤집기 쇼를 준비하면 된다.
김현석 감독이 이끌고 있는 충남 아산 FC는 28일 오후 7시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4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대구 FC와의 홈 게임에서 4-3으로 이기고 구단 역사상 첫 승격 가능성을 밝혔지만 대구 FC도 1골 차 점수판을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살려놓았다.
종료 직전 터진 '세징야'의 2골 놀랍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승강 플레이오프에 나선 충남 아산 FC는 홈 그라운드인 이순신 종합운동장(아산)보다 잔디 상태가 뛰어난 천안 종합운동장을 특별하게 빌렸고 전반에 그 효과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11분 5초에 터진 첫 골 순간부터 충남 아산 FC가 자랑하는 매끄러운 패스 플레이가 초록 잔디와 어우러진 것이었다. 주장 완장을 찬 미드필더 박세직의 역습 오픈 패스 타이밍부터 남달랐고 김주성의 스루패스를 받은 박대훈이 오른발 슛을 시원하게 차 넣었다.
9월 24일 열린 천안 시티 FC와의 K리그2 홈 게임(충남 아산 2-0 천안 시티 FC) 이후 두 달도 더 지나 홈팬들 앞에 오랜만에 선 K리그2 정규리그 2위 충남 아산 FC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터진 골 기운을 이어 단 3분 만에 추가골까지 뽑아내며 첫 승격 드라마를 꿈꾸게 됐다.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강민규의 헤더 어시스트 덕분에 주닝요가 빈 골문으로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슛(14분 4초)을 밀어넣었다.
이쯤만 해도 대구 FC가 뛰던 K리그1 무대들이 아득하게 멀어져 가는 듯 보였다. 이것도 모자라 충남 아산 FC의 세 번째 골이 전반 끝나기 전에 이어졌다. 살림꾼 미드필더 박세직의 역습 패스가 또 하나 오른쪽으로 뻗어나갔고 강민규의 재치있는 오른쪽 끝줄 앞 컷 백 크로스가 대구 FC 오승훈 골키퍼까지 완벽하게 따돌렸으니 박대훈의 멀티 골(44분 35초)은 더 시원하게 들어갔다.
하지만 K리그1 자존심을 걸고 찾아온 대구 FC도 그냥 주저앉지 않고 전반 추가 시간 1분 17초에 한 골을 따라붙었다. 황재원의 오른쪽 원 터치 크로스를 고재현이 빠져들어가며 스파이크 헤더로 꽂아넣은 것이다. 전반 종료 시점 3-0 점수판과 3-1 점수판은 이 게임 결과를 놓고 봐도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었다.
서로 한 번씩 홈 게임을 뛸 수 있는 기회를 알기에 충남 아산 FC는 후반에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교체 선수 데니손의 추가골(68분 2초)로 달아났다. 후반 중반을 넘어가면서 찍힌 4-1 점수판은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되는 지점이기도 했다. 홈 팀 입장에서 일요일 대구 어웨이 게임이 남아있지만 3골 차 승리 기회는 아무나 누릴 수 없는 경지였다.
그러나 어웨이 팀 대구 FC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놀라운 집념을 보여주었다. 그 중심에 대구의 왕 '세징야'가 우뚝 서 있었다. 87분 23초 세징야의 오른발 중거리슛에 행운까지 겹치며 대구 FC 기적의 추격 래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홈 팀 수비수 이은범의 몸통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뀌어 굴러들어간 것이었으니 더 분위기가 묘했다.
후반 추가 시간도 다 끝날 시점에 대구 FC의 따라붙는 골이 더 들어갔으니 이를 지켜보는 모든 축구팬들이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황재원의 오른쪽 로빙 크로스를 충남 아산 FC 골문 앞에 잡아놓은 세징야의 오른발 슛(90+4분 43초)까지 절묘하게 수비수 강준영의 발에 맞고는 또 한 번 방향이 살짝 바뀌어 굴러들어간 것이다.
3골 차로 앞서고 있던 홈 팀 충남 아산 FC 선수들은 물론 눈, 비를 뚫고 찾아온 4200명 홈팬들까지 마지막 7분에 일어난 일(2실점)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로써 오는 12월 1일 오후 2시 DGB 대구은행파크로 장소를 옮겨 뛰는 승강 플레이오프 두 번째 게임은 더 흥미진진한 축구 드라마로 변신할 것이다.
2024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결과(11월 28일 오후 7시, 천안 종합운동장)
★ 충남 아산 FC 4-3 대구 FC [골-도움 기록 : 박대훈(11분 5초,도움-김주성), 주닝요(14분 4초,도움-강민규), 박대훈(44분 35초,도움-강민규), 데니손(68분 26초,도움-주닝요) / 고재현(45+1분,도움-황재원), 세징야(87분 23초), 세징야(90+4분 43초,도움-황재원)]
◇ 충남 아산 FC 선수들(4-5-1 포메이션)
FW : 박대훈(71분↔호세)
MF : 강민규(61분↔데니손), 김승호(71분↔최치원), 황기욱, 박세직, 주닝요(90+3분↔장준영)
DF : 김주성(61분↔안용우), 이은범, 최희원, 강준혁
GK : 신송훈
◇ 대구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세징야, 에드가, 고재현(77분↔정재상)
MF : 홍철(61분↔정치인), 요시노(77분↔이찬동), 황재원, 장성원
DF : 고명석, 카이오, 김진혁
GK : 오승훈
◇ 2024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남은 일정
12월 1일(일) 오후 2시 ☆ 대구 FC - 충남 아산 FC (DGB 대구은행파크)
12월 1일(일) 오후 4시 ☆ 서울 E랜드 FC - 전북 현대 (목동 종합운동장)
12월 8일(일) 오후 2시 20분 ☆ 전북 현대 - 서울 E랜드 FC (전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