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무려 942경기 만에 처음이다.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충격을 감추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27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5차전에서 페예노르트 로테르담과 3-3으로 비겼다.
맨시티는 3-2-4-1 전형을 준비했다. 엘링 홀란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고 잭 그릴리시-필 포든-마테우스 누네스-베르나르두 실바가 공격 2선에 섰다. 일카이 귄도안-리코 루이스가 포백 앞에 섰고 요슈코 그바르디올-네이선 아케-마누엘 아칸지가 중앙 수비로 나섰다. 골문은 에데르송이 지켰다.
페예노르트는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이고르 파이샹-훌리안 카란사-아니스 하지 무사가 최전방에 자리했고 퀸턴 팀버르-황인범-안토니 밀람보가 중원을 맡았다. 헤이스 스말-다비드 한츠코-게르노트 트라우너-바르트 니우코프가 포백을 세웠고 골문은 티몬 벨렌로이터가 지켰다.
맨시티는 이번 경기 전까지 공식전 5연패에 빠져 있었다. 토트넘전 패배를 시작으로 본머스, 스포르팅, 브라이튼에 모두 패했다. 심지어는 다시 만난 토트넘을 상대로도 0-4로 대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이번엔 다른 듯 보였다. 맨시티는 전반 44분 코너킥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홀란이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전반은 맨시티가 1-0으로 앞선 채 종료됐다.
맨시티가 맹공을 퍼부었다. 후반 5분 귄도안이 박스 밖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트렸다. 3번째 골도 금세 나왔다. 후반 8분 홀란이 누네스가 올린 낮고 빠른 크로스를 몸을 날려 마무리하며 3-0을 만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맨시티의 승리가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대반전이 시작됐다. 맨시티는 후반 30분 허망한 수비 실수로 하지 무사에게 만회골을 내줬고, 후반 36분엔 히메네스에게 또 한 번 실점했다. 어느덧 점수는 단 한 골 차.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맨시티는 기어코 후반 45분 한츠코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추가시간 막판 공격도 소용없었다. 경기는 그대로 3-3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에 따르면 과르디올라 감독이 커리어에서 3골 차 리드를 잡고도 이기지 못한 건 942경기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상상조차 어려웠던 일이라는 것. 당연히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하는 맨시티에서는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게다가 맨시티는 UCL 역사상 최초의 굴욕 기록까지 작성했다. 지금까지 UCL 무대에서 75분까지 3골 차 이상 앞서고 있다가 승리하지 못한 팀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맨시티는 페예노르트에 15분간 3골을 허용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커리어 최초 5연패에 이어 6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진 과르디올라 감독. 그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자기 얼굴에 상처까지 냈다. '데일리 메일'을 비롯한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경기 후 나타난 과르디올라 감독의 얼굴엔 피까지 보였다. 콧잔등과 머리 곳곳에 붉은 상처가 가득했다.
일각에서는 라커룸에서 싸운 흔적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모두 과르디올라 감독이 만든 상처였다. 그는 "손톱으로 난 상처다"라며 "경기 중에 손톱으로 자해했다. 스스로를 다치게 하고 싶었다"라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놨다. 최근 연이은 부진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우린 경기에서 이길 수 없었다. 우린 팀으로서 늘 수년에 걸쳐 방법을 찾아냈다. 선수들에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었다. 그들은 그걸 완벽히 알고 있었다"라며 "우리는 최근 많이 졌고, 약하다. 승리가 필요하다. 이 경기가 자신감 문제에 결정적이었다. 멘탈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우린 승리하고, 제대로 대처하려 필사적이었으나 소용없었다"라며 무력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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