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시작 후 10분도 안 돼 홈 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3-0으로 달아나는 추가골을 넣었으니 이 게임은 맨시티가 오랜만에 완승을 거두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어웨이 팀 페예노르트 로테르담는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어 근래에 보기드문 축구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페예노르트는 2022-23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팀인 맨시티를 상대로 74분부터 88분 44초에 이르기까지 단 14분만에 세 골을 따라붙는 기적을 보여줬다. 최근 다섯 게임 연속 패배를 당한 맨시티가 이번 챔피언스리그 홈 게임을 통해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것처럼 보였지만 페예노르트 선수들의 끈기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브리안 프리스케(덴마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페예노르트(네덜란드)가 한국 시각으로 27일(수) 오전 5시 영국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다섯 번째 게임에서 홈 팀 멘시티와(잉글랜드)와 3-3으로 비겼다.
페예노르트가 만든 축구 드라마
맨시티는 4만 7011명 홈팬들 앞에서 최근 여섯 게임만에 처음으로 멋진 승리를 거두는 분위기였다. 전반 끝나기 직전에 얻은 페널티킥 기회에서 간판 골잡이 엘링 홀란이 시원하게 왼발 슛(43분 27초)을 꽂아넣었고, 후반 시작 후 5분도 안 돼 주장 완장을 찬 일카이 귄도안이 오른쪽 코너킥 세컨드 볼 상황에서 왼발 발리슛(49분 9초)을 절묘하게 차 넣었기 때문이다.
페널티킥 첫 골을 넣은 엘링 홀란이 마테우스 누네스의 날카로운 오른쪽 얼리 크로스를 받아 빠르게 미끄러지며 왼발 쐐기골(52분 26초)까지 넣었으니 이만하면 완승 조건은 비교적 일찍 갖춘 셈이었다.
지난 10월 31일 토트넘 홋스퍼와의 잉글리시 카라바오 컵 어웨이 게임 1-2 패배부터 시작해 11월 24일 토트넘 홋스퍼와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홈 게임 0-4 완패에 이르기까지 5게임 연속 패배(4득점 14실점)를 당했기 때문에 이번 챔피언스리그 홈 게임에서 3-0 점수판을 만든 것은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68분에 한꺼번에 세 장의 교체 카드(케빈 데 브라위너, 제임스 매카티, 야말 심슨-푸)를 내밀며 오랜만에 완승 자신감을 내보였다.
하지만 어웨이 팀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선수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축구 드라마를 한 장면 한 장면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한국 국가대표 미드필더로 그 실력을 인정받은 황인범이 페예노르트 플레이 메이커로 뛰면서 클럽을 상대로도 충분히 통하는 실력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게임이었다.
32분에 동료 날개공격수 이고르 파이상에게 찔러준 스루패스 퀄리티도 놀라웠고, 37분에는 왼쪽 코너킥 세컨드 볼 상황에서 위력적인 오른발 발리슛을 날려 맨시티 수비수들이 아찔한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의 포기하지 않는 축구 드라마는 74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홈 팀 수비수 그바르디올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페예노르트 날개공격수 아니스 하지 무사가 왼쪽 끝줄 바로 앞에서 무각 슛을 왼발로 밀어넣은 것이다. 페예노르트의 끈질긴 기세는 그칠 줄 몰랐다. 81분 12초에 또 한 번 끝줄 앞에서 놀라운 골을 터뜨린 것이다. 조단 로톰바의 오른발 발리슛이 골 라인을 타고 흐를 때 반대쪽으로 달려간 교체 멤버 산티아고 히메네스가 밀어넣었다.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은 이 펠레 스코어만으로도 많은 축구팬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지만 88분 44초에 더 믿기 힘든 동점골까지 만들어냈다. 이고르 파이상이 오른쪽 끝줄 앞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센터백 다비드 한츠코가 이마로 가볍게 밀어넣었다. 맨시티 수비수들은 어딘가에 홀린 것처럼 위험 지역에서 모두가 넋이 나간 듯 보였다. 최근 다섯 게임을 뛰면서 게임 당 2.8골을 내준 것이 헛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렇게 3-3으로 끝난 결과 맨시티는 2승 2무 1패(13득점 7실점) 기록으로 리그 테이블 15위로 내려갔고, 페예노르트는 2승 1무 2패(10득점 13실점) 기록으로 20위까지 올라서서 24위까지 받게 되는 토너먼트 플레이 오프 진출권이 보이기 시작했다.
2024-25 UEFA 챔피언스리그 결과
(11월 27일 오전 5시,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
★ 맨체스터 시티 3-3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골-도움 기록 : 엘링 홀란(43분 27초,PK), 일카이 귄도안(49분 9초), 엘링 홀란(52분 26초,도움-마테우스 누네스) / 아니스 하지 무사(74분), 산티아고 히메네스(81분 12초,도움-조단 로톰바), 다비드 한츠코(88분 44초,도움-이고르 파이상)]
◇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4-3-3 포메이션)
FW : 잭 그릴리쉬, 엘링 홀란, 필 포든(68분↔제임스 매카티)
MF : 마테우스 누네스, 일카이 귄도안(68분↔케빈 데 브라위너), 베르나르두 실바
DF : 그바르디올, 네이선 아케(68분↔야말 심슨-푸), 마누엘 아칸지, 리코 루이스
GK : 에데르송
◇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선수들(4-3-3 포메이션)
FW : 이고르 파이상, 율리안 카란자(72분↔산티아고 히메네스), 아니스 하지 무사
MF : 퀸텐 팀버르, 안토니 밀람보(68분↔라미스 제루키), 황인범(90+3분↔파쿤도 곤잘레스)
DF : 헤이스 스말(68분↔토마스 베엘렌), 다비드 한츠코, 게르노 트라우너, 바르트 니우코프(72분↔조단 로톰바)
GK : 티몬 벨렌로이터